우크라 '이란제 샤헤드 드론 사냥 부대' 맹활약
기사내용 요약
남부 미콜라이우시 방어 12개 부대가 전담
열상감지기로 위치 파악, 레이저로 지목하면
10분 이내 여러 부대가 중기관로포 일제 사격
경찰·기자·농부 등 부대원 각양각색으로 구성
장비도 트럭이나 승용차에 중기관포 장착해 사용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우크라이나의 인프라스트럭처를 공격하는 러시아의 이란제 샤헤드 드론을 요격하는데 경찰과 국방경비대 등으로 구성된 드론 사냥 부대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거의 자정이 된 시각, 픽업 트럭 1대가 흙길을 달리다가 모래 둔덕 앞에 섰다. 4명의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트럭에서 내려 귀를 기울였다. 쾅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에서 난 강력한 폭발음이었다. 러시아군의 공습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소리였다. 밤새 폭음과 공습 사이렌이 울렸다.
부대 지휘관이 열상장비로 하늘을 보면서 “전투 개시”라고 말하자 군인들이 중기관포가 장착된 트럭으로 올라갔다.
이 부대는 미콜라이우를 공격하는 드론을 요격하는 부대 12곳 중 하나다. 최전선에서 30여km 떨어진 미콜라이우는 샤헤드 드론 공격이 처음 시작된 곳이다. 시 당국이 경찰, 육군, 국방경비군 등으로 드론 사냥부대를 편성했다.
러시아군은 당초 드론 공격을 낮에도 했다. 그러나 소음이 크고 속도가 느린 드론이 낮에 쉽게 요격되자 지금은 자정부터 새벽 사이에만 띄우고 있다.
드론 사냥 부대는 순번을 정해 야간 근무를 한다. 이 부대가 기관포를 발사하는 지점은 낙탄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선정된 곳들이다. 샤헤드 드론이 나타나면 여러 부대가 동시에 사격한다.
우크라이나 특수부대 소속으로 드론 사냥부대를 지원해온 보그단 예레마(26)는 “마치 스타워즈 같다. 한 밤중에 수천 발을 하늘로 쏘아 댄다”고 했다. 그는 전쟁 전 무대감독이었다.
경찰관 출신 안드리 트시빈(24)은 드론 사냥부대 대부분 6명으로 편성돼 있다고 밝혔다. 모두 중기관포로 무장했다. 트시빈의 부대도 노획한 러시아 탱크에서 떼어낸 50mm 기관포를 컨버터블 차량에 장착해 사용하고 있다.
드론이 나타나면 소총처럼 생긴 열상 감지기로 위치를 파악해 레이저 빔을 쏘아 밝힌다. 그러면 여러 부대가 동시에 일제 사격을 가한다.
이들이 사용하는 장비만큼이나 부대원들도 출신이 각양각색이다. 돼지를 키우던 농부는 할아버지가 2차 대전 때 쓰던 조명탄을 들고 나와 드론을 밝힌다. 드론 부대 지휘관 K는 2017년까지 TV 기자였다가 군사 장비 회사를 차렸다. 그가 “집 사람이 기자와 결혼하는 걸로 생각했다고 한다”며 “사업가로, 지금은 전사로 활동한다”고 웃었다.
러시아가 이란제 샤헤드 드론을 처음 사용할 당시 우크라이나군은 견착식 지대공 미사일을 쓰기도 하고 전투기를 출격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대당 2만 달러(약 2640만원)에 불과한 드론을 요격하는데 수천만 달러 전투기를 동원하는 건 “낭비가 너무 심한 것”이라고 폴 루셴코 미 육군 중령이 밝혔다. 기관포로 요격하는 전통적 방식이 훨씬 나은 방식이라는 것이다.
미콜라이우를 공격하는 드론은 대부분 크름반도에서 띄운 것들이다. 흑해를 건너 서던 부 강을 따라 올라온다. 어떤 것은 500km 떨어진 키이우까지도, 800km 떨어진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까지도 공격한다. 드론이 1대만 올 때도 있지만 동시에 6대가 올 때도 있다. 미사일을 함께 발사해 드론 공격을 위장하기도 한다.
드론은 오토바이 엔진이 달려 있어 소음이 크다. 드론 사냥 부대는 태블릿으로 샤헤드 드론이 접근하는 지역을 파악한다. 대략 10분 정도 요격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드론을 레이저로 지목하면 집중 사격이 이뤄지기 때문에 어느 부대가 요격한 것인지를 구별하기 힘들어진다. 드론 사냥부대는 드론 파편도 수집한다. 비밀 장소에 보관된 드론 파편에서 미국, 아시아, 유럽 각지에서 만든 부품들이 사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2주 동안 러시아군의 드론 공격이 뜸해졌다. 재고가 바닥난 때문이다. 그러나 이란과 러시아가 러시아내 생산에 합의했기 때문에 조만간 재개될 전망이다.
러시아군의 미사일 및 드론 공격이 지속되면서 미국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 대공 방어망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아직 지원 무기가 우크라이나 여러 도시에 전달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드론사냥부대가 아직 큰 역할을 한다.
키이우의 경우 샤헤드 드론의 파편이 아파트 건물에 떨어지면서 주민 여러 명이 사망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미콜라이우에서는 드론 파편으로 인한 사상자가 아직 1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드론 사냥 부대는 드론 요격 기관포와 함께 열상감지기와 견고한 픽업 트럭 등 기본적 장비도 지원해주길 바란다.
예레마는 우크라이나가 드론 전쟁의 시험 전쟁터가 되고 있다고 했다. 다른 나라들도 드론 공격을 당하는 일이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드론에 맞서는데 더 많은 장비가 필요하다. 우리의 경험이 쌓이면 이란 드론이 다른 나라를 공격할 때 어떻게 막을지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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