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즉설]당한대로 갚아주는 '식사 밀당', 더 멀어진 윤 대통령과 한동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주말 국민의힘 친윤(친 윤석열)계 최고위원들을 불러 '번개 만찬'을 했는데요. 한동훈 대표 측 인사들이 초대장을 받지 못하면서 뒷말이 무성합니다. 이번 주 [뉴스 즉설]에서는 윤 대통령의 주말 만찬을 소환하고, 정치권의 반응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윤 대통령, 친윤 최고위원들과 오찬
윤 대통령은 지난 8일 친한계 최고위원들을 빼고 친윤계 최고위원들과 저녁을 먹었습니다. 이 사실이 곧바로 다음 날 언론에 알려지면서 설왕설래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한 대표 측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무리 '번개 만찬'이라고 하더라도 오해의 소지가 다분합니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면 5개월 전인 지난 4월에는 한 대표가 비대위원들과 만찬을 해놓고 정작 대통령과의 오찬은 거부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의 만찬을 연기하고 친윤 최고위원들과 함께 '번개 만찬'을 했어요. 윤 대통령이 한 대표에게 당한 대로 갚아주는 듯한 모양새입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올 들어 거의 한 달에 한번 꼴로 충돌하고 있습니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이종섭 전 호주 대사 출국과 황상무 수석 발언, 김 여사 문자 논란,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의대생 증원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을 빚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 겸상하기도 불편한 사이로 변한 것 같습니다.
◇1월엔 오찬 성사, 총선 후 밥도 안 먹어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처음에는 같이 밥을 먹으면서 갈등을 풀어나가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한쪽이 식사를 거부하면서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윤·한 갈등과 관련된 4차례의 오·만찬을 정리했습니다.
①1월 오찬 성사=윤 대통령과 당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지난 1월 29일 오찬 회동을 가졌는데요. 한 비대위원장 취임 이후 첫 오찬이며, 충남 서천 특화시장 화재현장에서 만난 이후 6일 만의 재회였습니다. 설 명절을 앞두고 불거진 양측의 갈등설을 봉합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회동이 성사됐습니다.
두 사람은 총선을 앞두고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해법을 놓고 첫 번째 갈등을 빚었는데요. 한 대표는 지난 1월 18일 "국민들이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고, 사흘 뒤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한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②4월 오찬 무산=윤 대통령이 4월 22일 자 오찬 간담회를 제안했지만 한 대표가 건강상의 이유로 거절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 날짜보다 앞선 지난 4월 16일 홍준표 대구시장과 만찬 회동을 했는데요. 홍 시장은 총선 기간 중 한 대표의 총선 캐치프레이즈인 '이조 심판론'을 비판했던 인물이죠. 윤 대통령이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를 패싱하고 홍 시장과 먼저 식사를 한 것은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실이 3일 전 다른 사람을 통해 오찬을 통보한 것도 매끄럽지 않았습니다. 한 대표의 측근인 김경율 전 비대위원은 "금요일 전화해서 월요일 오찬을 정하기로 했다는 건 좀 이해가 안 된다"면서 "직접 연락하면 되실 텐데, 비서실장, 원내대표 이렇게 두 다리를 건너서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오찬을 거부했지만 정작 비대위원들과는 이미 4월 16일 2시간 가량 만찬을 진행했습니다.
③8월 만찬 연기=대통령실이 지난달 30일 예정된 한 대표와의 만찬을 돌연 추석 이후로 연기했습니다. 추석 민심을 충분히 들은 후 만찬을 하겠다는 취지라고 하지만 만남 자체를 꺼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한 대표는 그동안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관련해 용산과 결이 다른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는 지난달 25일 고위 당정회의가 끝난 후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2026년 증원 유예'안을 제시했죠. 대통령실은 즉각 난색을 표명했고, 한 대표는 지난 27일 페이스북에서 "의료개혁의 본질과 동력을 유지하되, 국민 건강이라는 절대적 가치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덜어드리기 위해 해결책이 필요하다"면서 의지를 굽히지 않았습니다.
④9월 친윤계와 만찬=윤 대통령은 지난 8일 친윤계 인요한·김민전 최고위원과 윤상현 의원을 대통령 관저에 불러 2시간 정도 같이 식사를 했습니다. 한동훈 대표와 친한계 장동혁·진종오·김종혁 최고위원은 만남 자체를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친윤계 김재원 최고위원의 참석 여부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김 최고위원은 참석하지 않았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만찬 자리에 있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YTN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최고위원 중 김재원·인요한·김민전 이렇게 갔다는 것 같다"면서 "(김재원 최고위원은) 안 갔다고 얘기하기로 한 것 같다. 그런저런 입맞춤 작업을 한 게 아닌가 싶다"고 했습니다.
◇한동훈, "제가 모르는 내용이라서"
윤 대통령과 친윤 최고위원들의 만찬에 대한 여권 인사들의 반응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동훈 대표-"예 제가 모르는 내용이어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습니다."(9일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친한 장동혁 최고위원-"만나서 여러 의견을 들은 것까지는 저는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다음 날 비공개로 만난 그 모임이 언론에 보도된 것, 과연 이것을 누가 언론에 알려줬는가. 만약에 참석한 분이 알려줬다면 그렇게 정무적인 감각이 없나."(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친한 김종혁 최고위원-"좋게 해석을 한다면 대통령실에서 다양하게 의견 청취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고, 조금 삐딱하게 본다면 무슨 추석 이전에 하는 거를 추석 이후로 옮겨놓고서 추석 이전에 그럼 왜 하는 거야? 이런 식으로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어서 진실은 그 중간 어디쯤에 있지 않을까 싶기는 합니다."(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친윤 김재원 최고위원-"저는 초대받지 못했어요. 저는 그 보도가 자꾸 나오길래 확인을 했는데 저는 가지 않았고 초대받지 못했다고 수없이 지금 말씀드리고 있는 상황이거든요."(9일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아니, 밥을 먹든 차를 먹든 앉아가지고 대화를, 이 문제(의료 붕괴 사태) 풀어야 될 거 아니에요, 지금. 대통령이 이 문제 못 풀면 정권이 위태해질 건데. 이거 풀어야죠. 그러면 여당 대표 만나고 그래야죠. 왜 따로 편한 사람들만 밥 먹고 밥 먹은 게 또 언론에 흘러나오고 보면 좀 유치해요."(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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