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파트너'에 내 사연 나온다면? 의뢰인 사연 활용, 문제 없나
이혼 변호사들 의뢰인 사연 두고 콘텐츠 만드는 일 많아져
민감한 가사 사건, 변호사 통한 외부 노출 사례 확대 추세
"직업 윤리적 측면에서 새롭게 제기될 수 있는 문제"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의뢰인의 사연을 재구성하긴 했지만 90% 이상이 실화”
SBS 금토 드라마 '굿파트너'의 작가이자 이혼 사연을 웹툰으로 그려 SNS에 공유해 인기를 끈 최유나 변호사가 한 잡지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드라마가 아닌 최 변호사가 그린 웹툰을 두고 했던 말이다. 각색을 하고 익명을 전제로 이혼 사연을 다뤘다지만 “90% 이상이 실화”인 이야기를 의뢰인이나 의뢰인의 이혼 상대, 혹은 가족들이 본다면 자신의 이야기를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굿파트너'(극본 최유나, 연출 김가람, 기획·제작 스튜디오S·스튜디오앤뉴)는 이혼을 직접 맞닥뜨린 스타 이혼 전문 변호사 차은경과 신입 변호사 한유리의 고군분투를 다루면서 여러 가정이 해체되는 순간의 딜레마 등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특히 실제 이혼 변호사인 최유나 변호사의 시나리오가 현실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호평 받았다. 지난 20일 마지막회 시청률은 수도권 15.7%, 전국 15.2%, 순간 최고 21.0%(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비공개인 가사 사건, 변호사 통해 외부에 드러나는 일 확대되는 추세
이혼 변호사의 현실 이야기가 인기를 끌면서 최유나 변호사 외에도 이혼 변호사들이 이혼 관련한 이야기들을 외부에 풀어내는 콘텐츠를 찾아보기 쉽다. 드라마뿐 아니라 웹툰이나 숏폼 등으로 자신의 의뢰인들의 사연을 각색하면서 이혼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얻은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이혼 변호사들이 외부로 사연을 이야기하는 현상이 확대되면서,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기는 의뢰인들은 자신의 이야기가 외부로 발설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졌다.
변호사법 제26조(비밀유지의무 등)는 “변호사 또는 변호사이었던 자는 그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다. 특히 이혼과 같은 가사 사건의 경우 민감한 정보가 많아 비공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관련해 지난 9일 이후 최유나 변호사가 속한 법무법인 태성 측에 세 차례 관련 의견을 물었으나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지인들도 다 알 정도로 특정되는 것 아니면 문제 없을 것”
변호사들이 의뢰인의 사연을 외부에 말한다고 하더라도 익명을 전제로, 각색을 해 의뢰인이 특정되는 것이 아니라면 법적인 문제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디어 관련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A변호사는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각색은 당연히 할 것이고 특정이 안 된다면 법적인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모든 작품들은 자기의 경험에서 발전하는 것이고, 최근 한 소설가의 문제처럼 지인들도 다 알 정도로 특정되는 식으로 이야기를 쓴 것만 아니라면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예컨대 지난 6월 소설가 정지돈이 과거 연인의 이름·사생활을 당사자 동의 없이 무단으로 소설에 인용했다는 논란에 선 것처럼 극단적인 경우와는 구분할 수 있다는 취지이다.
가사 사건 전문인 B변호사는 “의뢰인들의 사연을 다룰 때는 항상 특정되지 않게 매우 신경쓰고 있고 다른 변호사들도 당연히 주의하고 있다”며 익명으로 각색하는 경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언론법에 정통한 C변호사 역시 “의뢰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개인적인 사생활이기에 명예훼손이 될 수도 있지만 익명 처리를 하고 누구인지 못알아보게 각색을 한다면 법률적인 문제는 없다”며 “특히 '굿파트너'를 쓴 작가 역시 변호사이기에 법적인 문제가 없도록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익명 처리와 각색을 한다면 법적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비공개인 가사 사건, 역사적 사실 각색과는 다른 면도…
직업 윤리 측면에서 새롭게 제기될 수 있는 문제”
다만 C변호사는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에는 일종의 비밀 보호 의무가 발생하는데, 당연히 의뢰인으로서는 변호사가 자신의 이야기를 어디에도 이야기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법적인 의무이기도 하고 당사자 간의 약속이기도 한데 이것을 위반했느냐는 문제는 각색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C변호사는 “최근 변호사, 의사, 기자 등이 자신의 의뢰인, 환자, 취재원의 이야기를 가지고 글을 쓰거나 시나리오를 쓰는 일들이 많아지는데 직업 윤리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될 소지도 있다”며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의뢰인이나 환자, 취재원의 이야기를 쓰는 것은 결국 상업적으로 명성을 얻고 금전적인 이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과 각색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C변호사는 “역사적인 사건이나 일반 사건의 경우 판결문이 다 공개가 되지만, 가사 사건의 경우는 비공개되는 경우가 많기에 더 민감할 수 있다”며 “최선의 방식은 익명과 각색은 물론이고, 의뢰인의 사연을 사용해도 되냐고 당사자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라 전했다.
성폭력과 마약 사건 등 민감한 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D변호사는 의뢰인과의 계약서에 '결과가 좋게 나왔을 시 로펌 홈피나 블로그, 유튜브 등에 익명화를 전제로 각색 사례를 사용하겠다'는 조항을 넣는다고 한다.
D변호사는 “변호사들이 사례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성공 사례를 홍보하기 위함인데 의뢰인의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기에 계약서를 쓸 때 관련 조항을 넣어서 성공할 시 익명을 전제로 각색해 로펌 홈피 등에 올릴 수 있다는 동의를 받는다”고 말했다.
D변호사는 “사실 일반 사건은 사례화를 해도 흥미를 갖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혼 사건은 특이 사항이 많고 가십거리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각색하기 좋고 조금만 과장을 해도 큰 관심을 얻는다”며 “다만 이혼 소송의 특성상 의뢰인은 소송에 이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로펌은 이겼다고 판단해 홍보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 의뢰인이 자신의 사례를 사용한 것에 불쾌함을 느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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