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재스터가 한국말로 뭐야?”…역대급 망신살 8강행, 마이애미에서 만난 어느 미국 팬의 분노

미국 현지시간으로 11일 오후, 미국 플로리다국제대학교 구장에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의 마이애미 첫날 훈련 취재를 마치고 야구장을 나서던 중이었다. 한 미국인 남성 야구팬이 말을 걸어왔다. 방금까지 훈련한 팀이 어느 나라인지, 다음 상대는 어디인지 물었다. 가장 잘 하는 선수, 유명한 선수는 누구인지도 물어왔다.
우리 얘기만 알려주다 궁금해졌다. ‘전날 (미국의) 이탈리아전을 어떻게 봤느냐’고 역으로 물었다. 방금까지 미소 가득하던 그의 얼굴이 곧바로 찌푸려졌다. ‘호러블(끔찍했다)’ ‘셰임(부끄러웠다)’ 같은 단어들을 쏟아내더니 “한국어로 ‘디재스터’를 뭐라고 하느냐”고 했다. ‘재앙’이라고 답해줬더니, 꽤 또렷한 발음으로 “재앙”이라고 되풀이했다.
미국은 전날 이탈리아에 6-8로 졌다. 야구를 하다 보면 질 수도 있다. 문제는 대표팀 감독이 대회 규정조차 제대로 몰랐다는 것이다.
마크 데로사 미국 감독은 전날 이탈리아전을 앞두고 “우리는 이미 8강 진출을 확정했지만, 신기하게도 오늘 이탈리아를 꼭 이기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은 8강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탈리아전 결과에 따라 ‘경우의 수’에 발목 잡힐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었다.
데로사 감독이 자신이 착각했다는 사실을 언제 깨달았는지는 알려지지 않는다. 다만 경기에 들어가고도 한참을 그대로 착각하고 있었을 거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알렉스 브레그먼 등 주축 타자들을 벤치에 앉혀둔 채 경기를 시작했고, 약한 투수들을 잇달아 등판시키며 대량 실점을 자초했다. 이미 은퇴한 클레이턴 커쇼가 경기 후반 불펜에서 몸을 풀기도 했다.
야구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미국은 지금까지 5차례 열린 WBC에서 한 번밖에 우승하지 못했다. 4회 대회였던 2017년 처음 우승했으나 다음 대회였던 2023년 결승에서는 일본에 졌다. 이번 대회는 단단히 벼르고 나왔다. 주장 에런 저지를 비롯해 슈퍼스타들로 초호화 라인업을 꾸렸다. 예년과 달리 폴 스킨스, 타릭 스쿠벌 등 리그 최고 투수들까지 대표팀에 총동원됐다.
그렇게 준비를 해놓고 생각도 못한 방식으로 망신을 당했다. 감독이 대회 규정을 몰랐고, 일부 코치와 선수들은 아직 결정도 안 된 8강 진출을 자축하며 이탈리아전 전날 밤 맥주 파티를 벌였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사이영상을 받은 에이스 스쿠벌이 조별 라운드 1경기, 그것도 약체 영국전 등판을 끝으로 소속팀 디트로이트로 복귀한다고 해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감독부터 상상도 못할 사고를 쳐버렸다.
“재앙”을 되풀이 하던 이 미국 남성 팬과는 몇 마디 더 주고받은 뒤 작별 인사를 했다. 한국은 도미니카공화국 아니면 베네수엘라와 (현지시간) 금요일 저녁 8강전을 치른다고 했더니 “Good luck on Friday(금요일에 행운을 빌어)”라는 인사가 돌아왔다. ‘경우의 수’가 얼마나 피말리는 고통인지 불과 며칠 전 절절히 경험해 본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진심을 담아 “Good luck tonight(오늘 밤 행운을 빌어)”이라고 답해줬다.
미국은 기사회생했다. 현지시간으로 이날 밤 열린 경기에서 이탈리아가 멕시코를 9-1로 대파한 덕에 미국은 ‘경우의 수’를 뚫고 어부지리로 조 2위를 차지했다. 조별 라운드 탈락 참사는 일단 면했지만, 두고두고 입에 오를 망신스러운 8강행이다. B조 2위 미국은 8강에서 A조 1위 캐나다를 만난다.
마이애미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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