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받는 EV산업]⑤ 보조금 깎고 충전 제한까지...‘LFP 전기차’ 이중잣대

LFP 배터리가 장착된 테슬라 신형 모델 3 RWD /사진=조재환 기자

올해 들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전기차가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올해 LFP 전기차의 국고보조금이 지난해 대비 줄어든데 이어 화재 위험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서울시 공동주택 내 전기차 충전율 제한(90%) 규제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정부와 지자체 움직임에 “성급히 내려진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환경부는 지난 3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EV트렌드코리아 콘퍼런스장에서 올해 전기차 보조금 지급 방침에 대해 “재활용 가치가 높은 배터리 장착 차량에 대해 보조금을 우대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LFP 배터리 탑재 전기차가 NCM 전기차 대비 재활용 가치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환경부는 이를 근거로 주요 LFP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삭감했다.

환경부의 이같은 방침은 국내 판매중인 모든 LFP 전기차에 적용됐다. 기아 레이 EV의 경우 지난해 9월 출시 당시 국고보조금이 512만원으로 책정됐지만 올해는 452만원이 됐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KG모빌리티 토레스 EVX는 지난해 660만원의 국고보조금이 책정됐지만 올해는 457만원으로 줄어들었다. 테슬라 모델Y 후륜구동(RWD)은 지난해 514만원이었지만 올해는 211만원으로 책정됐다. 올해 출시된 신형 테슬라 모델3 RWD의 국고보조금은 226만원이다. 평균 600만원대 국고보조금 혜택을 받는 NCM 배터리 탑재 현대차 아이오닉5와 차이가 난다.

주행 중인 KG모빌리티 토레스 EVX 전기차/사진=KG모빌리티

국내서 판매되고 있는 LFP 전기차는 모두 중국 회사 배터리를 사용한다. 기아 레이 EV, 테슬라 모델3·모델Y는 CATL 제품을 쓰며 KG모빌리티 토레스 EVX는 BYD 제품을 쓴다. 업계에서는 환경부가 중국 회사 배터리 견제를 위해 이같은 보조금 정책을 올해 내놨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KG모빌리티는 정체기에 접어든 전기차 시장 부흥을 위해 올해 토레스 EVX의 차량 판매가격을 200만원 인하하는 초강수를 뒀다. 국내 기업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자동차용 LFP 배터리 개발에 성공했지만 이 배터리는 국내 기업이 아닌 르노에 처음으로 제공된다. 삼성SDI와 SK온도 전기차용 LFP 배터리 개발에 한창이지만 아직까지 최초로 적용될 전기차는 밝혀지지 않았다.

LFP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감소는 소비자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각 완성차 업체와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의 기아 레이 EV 국내 누적 판매대수는 7632대로 기아의 모든 전기차 라인업 중 가장 많은 판매대수를 기록했다. 토레스 EVX는 4670대로 토레스 가솔린(9802대)과 렉스턴 스포츠(7623대)등과 함께 KG모빌리티의 핵심 판매 모델로 자리에 올랐다. 테슬라 모델3 RWD는 2924대 모델Y RWD는 1만256대다.

LFP 배터리가 탑재된 기아 레이 EV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지상주차장 완속충전기에서 충전하는 모습/사진=조재환 기자

불리한 보조금에도 올해 2만5482대 이상 누적 판매량을 기록한 LFP 전기차는 NCM 전기차와 달리 배터리 100% 충전이 권장된다. 기아는 레이 EV 사용설명서에 “배터리의 최적 성능 유지를 위해 2주 1회 이상 100% 충전을 권장한다”고 표기했고 KG모빌리티도 토레스 EVX에 “고전압(구동용) 배터리의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완속 충전으로 100%까지 충전을 권장한다”고 적었다. 테슬라는 LFP 배터리 탑재 차량 디스플레이 충전 메뉴에 “충전 제한을 100%로 유지하고 1주일에 한 번 완선치 충전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이같은 권장사항이 전해짐에도 불구하고 서울을 포함한 일부 지자체는 LFP를 포함한 모든 전기차의 배터리 충전율을 90%로 제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 최대 90%까지 충전된 전기차 출입이 가능하다는 정책을 내놨고, 인천시는 시내 주요 급속충전기 대상으로 최대 90% 충전이 가능하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다음달 정부의 전기차 안전 관련 정책 방향성에 따라 다양한 지자체가 서울 등과 비슷한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 역삼동 센터필드 테슬라 슈퍼차저에서 충전중인 테슬라 모델 Y RWD. 해당 차량에는 LFP 배터리가 장착됐다./사진=조재환 기자

LFP 전기차 차주들은 지자체의 90% 충전 제한 정책에 대다수 불만을 갖고 있다. 한 LFP 배터리 전기차 차주는 네이버 카페에 “100% 완충을 권장하는 것이 특징인데 지자체는 LFP 배터리 전기차는 취급도 안해주는건가”라고 말했고 또 다른 차주는 “관련 업체와 전문가들과 상의한 것이 맞는지 의심이 된다”고 지적했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LFP 배터리 전기차 뿐만 아니라 NCM 배터리 전기차도 100% 충전이 권장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며 “아직 배터리가 100% 충전된 전기차가 화재가 일어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 없는데 서울시 등 지자체가 근거 없이 성급하게 정책을 내놓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재환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