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 삼성역 철근 누락, 건설 품질관리 시스템 전체 작동 안 한 것”
공사 관리 과정에서 철근 누락 못 걸러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에이(A) 삼성역 공사 구간에서 콘크리트 기둥 50개에 들어가야 할 2570개의 주철근(총 178t)이 빠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가운데, 건설 품질과 안전을 담보하는 시스템이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설계도면에 따라 공사가 진행되는지 관리·감독하는 감리 단계에서도 짚지 못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서울시는 20일 “설계도면에 투 번들(Two bundle, 철근을 두 가닥씩 묶어 배치)로 표기했으나 철근을 표시하는 점을 2개가 아닌 하나만 그려놨다”며 “(설계와 시공을 맡은) 현대건설이 설계도면을 잘못 해석해 배근(콘크리트 구조물 내부에 철근을 도면에 맞게 배치) 공사가 이뤄졌고, 감리도 문제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문제의 구간을 포함한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3공구’는 국토교통부 산하 국가철도공단이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에 위탁한 건설 공사다. 현대건설이 설계·조달·시공 등 전체 공정을 진행하고 있으며, 서울시 감독 아래 민간 업체가 감리 책임을 맡았다.
통상 배근 공사는 전문(협력)업체가 일감을 받아 작업팀에 맡긴다. 공사가 제대로 됐는지 전문업체·시공사가 각각 확인하고 이상이 없으면 감리단에 설계도면이나 법률 등 기준에 맞는지 확인하는 ‘검측’ 요청을 한다. 감리단 승인을 받고 나서야 콘크리트를 부어 굳히는 공정(콘크리트 타설)이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공사 상세도면이 설계도면에 따라 제대로 작성됐는지도 검토한다.
그런데 이런 안전장치가 이번에는 하나도 작동하지 않았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건설안전기술사)는 “한국의 건설 품질관리 시스템 전체가 작동하지 않은 사안”이라고 규정했다. 현대건설은 2025년 시공능력평가액 기준으로 2위 건설사이며, 감리를 맡은 ㈜삼안 역시 업계에선 손꼽히는 업체다.
심각한 사안인데도 서울시가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서울시는 현대건설 설명에만 의존하고 구체적 원인을 규명하거나 다른 부실 공사는 없었는지 조사하지 않았다. 더구나 지난해 11월10일 현대건설로부터 철근 누락에 대해 이메일 보고를 받고 국토부에는 5개월여가 지난 올해 4월 말에야 알린 까닭에 “일부러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부터 국가철도공단에 철근 누락을 보고했다고 했다. 문제를 인지한 뒤에는 현장 안전점검을 실시하는 한편, 국가철도공단에도 철근 누락을 보고했다고 했다. 하지만 국가철도공단은 서울시가 매달 건설사업관리보고서를 제출하지만 그 내용이 방대해 철근 누락을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반박했다. 철근 누락은 별도로 구체적 상황을 보고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과정에서 또다른 부실 시공은 없는지 불안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 사업은 서울 삼성역부터 봉은사역까지 지하 1~5층 시설면적 17만㎡(약 5만1400평)의 규모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위례신사선 역사, 버스환승정류장, 공공·상업시설 등 광역복합환승센터를 짓는 대규모 공사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서울시의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사업 공정점검 협의체 회의’(2026년 3월31일) 자료를 보면, 지하 5층에서 발생한 균열은 1100건이며, 그중 442건은 철근이 누락된 3공구에서 확인됐다. 김성보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현안질의에 나와 “균열은 대부분 건조 수축으로 인한 것으로, 정부가 정한 위험 균열 폭 기준 이하로 안전한 수준”이라고 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 모든 기둥을 조사하고, 서울시가 제시한 보강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이런 상황이 발생한 원인과 관계기관 업무 처리가 적절했는지도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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