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대 금메달, 연·고대 은메달"…기부금으로 성과급 잔치 벌인 '명문고'
'명문대' 특정해 매년 160만원 포상 준 대전 공립고
포상금 받은 교사들 세금신고도 안해…동문이 지급
'서울대 2명 340만원' 기준에 성과급 준 경북 사립고
"차등 미미" 해명했으나 매년 수 배 이상 차이 발생
기부 목적 '연구비'인데 학교는 '교직원 복지'로 사용
도교육청 "명문대 진학을 위한 파행적 운영 우려돼"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서울대는 금메달, 연세대와 고려대, 카이스트와 포항공대, 경찰대 및 사관학교는 은메달, 서강대와 성균관대, 한양대는 동메달."
대전 A 공립 고등학교의 현행 'OO선생님상 규정' 중 일부다. A 고교는 이런 기준으로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진로진학지도 최우수 교사를 뽑아 포상금 160만원을 지급했다. 금품은 동문이 직접 교사에게 줬다.
경북 유명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인 B 고교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총 10억원에 이르는 '학력성과금'을 교직원에게 차등 지급했다. 학교는 그 차등이 미미하다고 했다. 그러나 지급 내역을 살펴보니, '서울대 1명은 240만원, 2명은 340만원' 식으로 기준을 잡았다. 교사 1명이 받아간 총액이 4배 넘게 벌어진 해도 있었다.
8일 뉴시스와 국회 교육위원회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을 전수 조사한 결과, '명문고'로 알려진 일부 학교에서 소위 '명문대' 진학 실적에 따라 교사들에게 최소 수년 동안 성과급을 차등 지급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재원은 기부금으로 마련했는데, 지급 과정에서 법률을 위반했거나 당국의 학교회계 처리 지침을 어긴 정황도 포착됐다. 학생들을 줄 세우기 하고 돈 잔치를 벌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전시교육청과 학교 측이 진 의원에게 제출한 내용을 종합하면, 자율형 공립고(자공고)인 대전 A고는 2008년부터 'OO선생님상'을 운영하며 매년 1000만원의 포상금을 선정된 교사들에게 지급해 왔다.
기준은 ▲3학년 담임 중 1명을 뽑는 진로진학지도 최우수(160만원) ▲학년별 1명씩 총 3명에게 지급하는 학년 및 학급 경영 최우수(총 420만원) ▲부장·담임 제외 교사 중 3명을 택하는 학습지도 및 생활지도 우수교사(420만원) 3종이다.
교사들이 투표로 노력한 교사를 선정하는 다른 두 포상 기준과 달리, '진로진학지도 최우수 교사'는 '올림픽 종합순위 결정방법'을 적용해 지급한다고 A고는 명시했다. 제자 진학 대학에 따라 금·은·동을 매긴다.
이런 '포상금'은 동문인 C씨의 기부금으로 마련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초·중등교육법은 학교회계 범주를 국가나 교육청의 전입금, 학부모 부담 경비, 학교발전기금 등으로 정하고 있다. 기부금은 학교발전기금으로 잡는 게 원칙이다. 같은 법 시행령은 학교발전기금의 용처를 시설 보수, 기자재 및 도서구입, 학교체육활동 기타 학예활동 지원, 학생복지 지원 4가지로 정한다. '교직원 등의 각종 수당'으로 쓸 수 없다.
그런데 A고는 C씨가 마련한 포상금을 학교발전기금으로 편성하지 않았다. 대신 C씨에게 명단을 주고 직접 포상금을 주게 했다. A고 측은 의원실에 "교사들은 국세청에 기타소득 수입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올해 초까지 국민권익위원회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자문위원을 지낸 이윤경 참교육학부모회장은 "동문의 친인척이 학교에 다녔을 수 있는데 교사의 개인 통장으로 금품을 지급한 것"이라며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A고에서 'OO선생님상'으로 진로진학 최우수 교사 포상금을 받아간 교사는 총 21명으로, 합계 2960만원이다.
전국에서 신입생을 선발하는 유명 자사고인 경북 B 고교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재단학력성과급' 명목으로 교직원에게 9억9500만원을 지급했다.
B고의 연도별 지급 '기준안'을 보면, 보직에 따라 '직책수당'(기본금액)을 주고 진학 기여에 따른 '진학수당'을 더 지급했다. 예컨대 2015년 기준안을 보면 학교장 추천서를 쓰면 15만원, 자소서를 점검하면 5만원을 더 얹어주는 식이다.
그런데 2015·2016·2017학년도 세 연도의 기준안에는 '서울대 1명, 서울대 2명'이라는 기준이 적혀 있다. 2015년은 서울대 1명에 240만원, 2명에 340만원이다. 직후 두 연도는 1명이 150만원, 2명이 320만원이다.
B고는 경북도교육청을 통해 해당 성과급은 당시 학교법인 이사장이 교직원의 사기 진작 차원에서 마련한 격려금이라고 해명했다. 진학에 관련된 3학년 담임, 진학담당 등 교사의 경우 "가중치가 미미하게 높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입시에 연계된 성과급이라기보다 교직원 격려금"이라고 했다.
그러나 2015~2017년 교직원 개개인의 지급액을 명시한 '기준안'을 보면 차등은 '미미하다'고 보기 어려웠다.
2017년 3학년 모 담임 교사는 직책수당 150만원을 받았고 진학수당은 없었다. 반면 3학년 다른 담임 교사는 같은 직책수당에 더해 진학수당 476만6000원을 받았다. 두 교사의 성과급 총액은 4.2배 이상 벌어졌다. 또한 이 교사의 서울대 진학 실적 칸에는 420만원이 적혀 있다.
해당 3년 간 진학수당을 400만원 가까이 챙겨간 3학년 담임이 1명, 아예 못 받은 담임은 각각 1~2명 있었다.
B고의 2018학년도 이후 재단학력성과급 지급 내역에는 '서울대 몇 명' 식의 지급 기준이 자취를 감춘다.
하지만 2021학년도에는 교사들에게 '진학수당'을 차등 지급했다고 적었다. 진학수당 최저 수령자인 3학년 교사는 15만원, 최고액은 335만원으로 22배 벌어졌다.
2022학년도 이후 지급 내역서에는 '진학수당'을 구분하지 않았다. 하지만 총액은 여전히 달랐다. 2022년 3학년 교사는 최소 150만원부터 최대 470만원이었다.
B고는 '재단학력성과급' 재원을 이 학교를 운영하는 사립 학교법인에서 기부 받았다고 밝혔다. 현 법인 명예이사장이 사재를 출연해 자금을 조성했다고 했다.
그러나 B고가 제출한 '기부금' 수입 처리 증빙자료(징수결의서)를 보면, 법인은 2019학년도에 기부 목적을 '연구비 및 교육비'로 기재했다. 이듬해에는 '교재 및 학술연구비'로 적었다. 그러나 B고는 지출품의서에 각각 '교직원 복지'로 기재했다.
경북도교육청은 B고의 회계 처리 방식에 대해 "(기부금이) 교직원 복지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지출 목적에 맞지 않다고 판단된다"며 "다르게 사용한 부분에 대한 지속적인 지도와 점검을 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도교육청은 진학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준 점에 대해서는 "교원 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명문대 진학을 위한 파행적 운영이 우려된다"며 "다른 방법으로 교원의 사기 진작을 노력할 것을 권고할 예정"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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