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출산 파업".. 신생아 울음소리? 산모 없는 산부인과

지용준 기자 2022. 9. 28.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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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인구절벽 대한민국①] 출산에 고령화까지.. '인구 가뭄'에 경제위기 수순

[편집자주]대한민국의 인구감소가 현실화했다. 지난해 한국의 총인구는 1949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정부는 2006년 이후 400조에 육박하는 저출산 관련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매년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0.8명마저 위태롭다. 인구는 국가 경제의 기초 체력이다. 인구는 국가 경제 성장률과 직결되는데 인구감소는 경제 전반의 침체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이제 단순히 예산만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민국이 마주한 인구절벽의 현실과 대안을 살펴봤다.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집중 조명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출생아 수는 26만명대까지 떨어졌고 올해는 이보다 더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그래픽=강지호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한국은 출산 파업"… 신생아 울음소리? 산모 없는 산부인과
②저출산 예산 400조 썼지만… "3세대 지나면 망한다"
③[인터뷰] 해법 없는 저출산, 이대로 망하나

외신이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이례적으로 집중 조명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이 최저 출산율을 경신했다면서 21세기 말이면 한국의 인구가 현 5000만명의 절반 수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BBC는 "국가가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선 부부 당 최소 2명의 자녀가 필요한데 한국은 1명 미만"이라면서 "한국은 출산 파업 중"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6만명대까지 떨어졌고 올해는 이보다 더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6만600명으로 전년 대비 1만1800명(4%) 줄었다. 1970년 100만명(100만7000명)을 넘었던 연간 출생아 수는 꾸준히 감소했다. 이후 2002년부터 2016년까지 15년간 40만명대를 기록하다가 2017년 30만명대로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첫해(2020년) 처음 20만명(27만2300명)대를 기록한 데 이어 2년 연속 20만명대에 머물렀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도 출생아 수는 12만813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감소하면서 역대 최저치를 경신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저출산 현상은 국가경쟁력 악화 등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는데 수많은 대책에도 한국은 낮은 출산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81명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1970년 출생 통계를 작성한 이래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인포그래픽은 출생아수(단위 만명)와 합계출산율 추이./그래픽=강지호 기자


합계 출산율 OECD 꼴찌… 인구 자연감소 시작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81명이다. 정부가 1970년 출생 통계를 작성한 이래 역대 최저 수준이다. 합계 출산율은 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가리킨다.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꼴찌다. 옆 나라 일본(1.33명)보다 0.52명 낮다. OECD 가입국 중 1명대를 넘기지 못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합계 출산율뿐 아니라 첫째아 출산연령도 2021년 32.6세로 OECD 평균 29.4세보다 높았다.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까지 겹치면서 인구 자연감소라는 또 다른 문제까지 생겨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출생아와 사망자가 각각 역대 최저·최대치를 기록하며 인구 자연감소는 6만5631명으로 급증했다. 2020년부터 본격화한 사망자 수가 출생아보다 많은 자연감소 현상은 벌써 3년째다. 특히 지난해엔 국내 총인구가 5174만명을 기록해 전년 대비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인구 자연감소뿐 아니라 내국인 유출, 외국인 감소까지 더해진 탓이다. 이른바 '인구 가뭄'이다.



산부인과 줄어들고… 신생아 울음소리도 사라져


태어나는 아이가 줄어들다 보니 산부인과 수도 줄어들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조사한 표시과목별 의료기관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 있는 산부인과 수는 1313개로, 전년 대비 12개 늘어났다. 다만 10년전(2011년 1508곳)과 비교하면 200개소 가까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는 약 300곳 줄었다. 경기 의왕시 한 산부인과 관계자는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은 지 한 달정도 지난 것 같다"며 "요즘 대면진료가 가능해지면서 내원 산모는 다시 늘고는 있으나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는 훨씬 못하다"고 말했다.

극심한 저출산 기조에 유치원도 사라지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올해 유치원의 숫자는 지난해보다 98개 줄었다. 입학하는 유치원생들이 줄어들어서다. 올해 유치원생은 지난해보다 2만9760명(5%) 감소한 55만2812명을 기록했다. 앞으로 출생아 수가 더 줄어드는 만큼 유치원 수는 두드러지게 감소할 전망이다.

극심한 저출산 기조에 산부인과가 사라지고 있다. 인포그래픽은 산부인과 개·폐업 추이./그래픽=강지호 기자


혼인 감소→저출산→경제활동 지수 하락 '악순환'


이 같은 저출산의 원인을 두고 전문가들의 분석은 제각각이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저출산의 배경은 결혼이 줄었다는 점이 꼽힌다. 지난해 혼인신고 수는 19만3000건으로 전년 대비 10%(2만1000건) 줄었다. 혼인 건수가 20만건 아래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평균 초혼 연령도 남자와 여자가 각각 33.4세, 31.1세로 전년 대비 각각 0.1세, 0.3세 상승했다. 결혼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은 청년들이 결혼을 최선책보다 차선책으로 두고 있다는 얘기다. 노형준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혼인은 출생에 미치는 영향이 강한 특성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몇 년간 출생아 수에 부담이 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저출산의 문제는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한국의 주요 경제활동 지수가 저출산 여파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회예산처가 2018년 발간한 '한국의 저출산 원인과 경제적인 영향'을 보면 2060년 GDP는 합계 출산율이 1.38명(통계청 2016년 예상치)일 때보다 1.05명일 때 5%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고 빠른 고령화로 노동소득, 자본소득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0.81명까지 떨어지면서 GDP 하락 폭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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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준 기자 jyj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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