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주방은 처음이네..” 공사비의 ‘1/3’을 주방에 투자하자?!
안녕하세요. 9살 11살 두 아들을 키우며 집에서 일하고 있는 13년 차 주부 @by.yul_haus입니다. 결혼하고 총 6번의 이사를 거치면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인테리어를 진행했어요.
갈아타기를 하며 자금이 넉넉하지 않아 반셀프로 인테리어를 진행했습니다. 신랑과 저는 건축을 전공했고 공간에 대한 힘을 믿는 사람들이라 소박하지만 저희에게 맞는 가성비 있는 집으로 바꿔보기로 했어요.
공사 동의서 받는 일부터 시공 업체 알아보는 일까지 모두 알아서 해야 하는 반셀프라 처음엔 어려웠지만 그래도 두 달 살아본 지금은 바닥 공사를 진행하지 않는 점 외에는 모두 만족스럽게 지내고 있습니다.
1. 도면
저희 집은 2018년 입주한 준신축 아파트로 35평 타워형 구조예요. 7년 차라 처음엔 조금만 손을 볼까 하다가 이사하면 10년은 지낼 텐데 '이번만큼은 꼭 원하는 집에서 살고 싶어!'라는 생각으로 반셀프 인테리어를 진행하게 되었어요.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되고 보니 20평대는 각자 생활공간을 주기가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30평대로 이사를 결심했고 이왕이면 입지도 더 좋은 곳으로 옮기자 싶어서 역 가까운 아파트로 이사를 했어요. 덕분에 갈아타기 비용이 꽤 많이 들어갔고요.
진행한 공정은 철거, 거실 우물천장, 도배, 개구부(창호, 문) 필름 작업, 주방 전체, 욕실 전체, 조명, 세탁실 문 교체(터닝 도어), 현관 바닥덧방, 신발장 일부 철거, 중문 설치, 실링팬, 시스템에어컨 시공입니다.
2. 현관 Before
현관 After
다행히 목공 일정이 들어오기 전에 결정을 하게 되어서 슬라이딩 타입으로 정하고 천장에 레일이 들어가게 목공 시공도 함께 진행했어요. 인테리어 하고 제일 많이 받은 질문이 중문이었는데 이거 안 했으면 어쩔 뻔했나 싶어요.
업체는 집에서 가까운 중문 전문 업체에서 진행해서 무늬목 컬러나 패턴도 샘플칩 보면서 고를 수 있었고 손잡이도 재질, 모양, 컬러감 고를 수 있었어요. 설치도 꼼꼼하게 잘 해주셔서 타 업체 대비 비쌌지만 만족해요.
3. 주방 Before
주방 After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제일 신경을 많이 쓴 곳이 바로 주방이에요. 제 직업 특성상 주방을 보여주는 일이 많고 주로 주방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주방을 스튜디오처럼 꾸미고 싶었어요. 그냥 밋밋한 화이트 주방 말고 딱 보면 '이 집은 그 집이구나!' 싶은 그런 디자인을 원했어요.
제가 선택한 업체는 MMK(museumofmodernkitchen)라는 주방 전문 시공팀으로 제일 높은 견적이었지만 제일 마음에 들었던 곳이라 진행하게 되었어요. 공사비용의 1/3 이상 주방에 투자되었지만 하길 잘했다 싶은 곳이랍니다.
집을 계약하고 주방에 대한 계획을 스케치업으로 올려본 다음 이 그림을 가지고 여러 업체에 의뢰를 했었어요.
기업형 주방 업체들(이케아, 리바트, 한샘)에도 의뢰했는데 모듈화되어 있어 제가 의뢰한 그림과는 똑같은 구현이 어려웠고 일반 사설 시공업체들은 제가 진행했던 곳보다 견적은 조금 낮았지만 '이렇게 시공이 가능할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MMK에서는 마감이 도장으로 진행되는 곳이라 컬러나 손잡이를 선택할 수 있었어요. 기본 화이트도 깔끔하지만 MMK만의 컬러를 입혀보면 어떨까 싶어서 전체적으론 화이트 컬러와 우드를 섞고 아일랜드 부분 양쪽을 다른 컬러로 적용해서 색다른 공간으로 연출해 줬어요.
너무 세련되지 않은 빈티지 느낌이면서 요즘 감성이 있는 그런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또 공사비가 많이 드는 배관을 건드리지 않고 기존 배관 그대로 진행해서 설비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했어요.
아일랜드 부분은 한 면은 블루톤으로 다른 한쪽 면은 라임옐로우톤으로 도장 마감했는데 주방이 훨씬 산뜻해 보이고 유니크해 보여요.
주방 수납장 제작할 땐 아일랜드는 양쪽으로 모두 열리도록, 하부장도 일부는 서랍으로 제작했어요.
선반 형태는 안쪽에 있는 물건 꺼내기가 어려운데 서랍 형태라 물건이 한 번에 보여서 좋았고 블럼사의 하드웨어로 시공을 해서 여닫기도 훨씬 수월해요.
아침에 주방으로 드는 햇살마저 그림 같은 주방 모습이에요.
주방은 메인 펜던트가 있지만, 월램프를 설치했어요. 스튜디오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포인트를 주었죠.
이건 아르떼미테 테티 제품이고,
이 조명은 네모마르세유미니입니다.
4. 거실 Before
거실 After
저희 집은 필로티 2층 집이에요. 이 전집도 필로티층에 살았는데 저층의 안정적인 뷰가 좋았어요. 이 집을 만나기까지 23년 초 겨울부터 여름까지 필로티 2층만 찾아다녔었어요.
다른 구도 가보고 다른 시도 가보고 필로티 2층에 가용 가능한 가격대 집이라면 무조건 보러 갔었어요. 그런데 이 집을 작년 7월엔가 처음 보러 갔을 때 이 탁 트인 거실 뷰가 정말 마음에 들더라고요.
'아, 이 집이면 참 좋겠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가격이 저희가 생각한 것보다 높게 나와서 그냥 돌아왔는데 결국은 저희가 계약할 운명처럼 다시 만나게 되었답니다.
뷰는 탁 트였지만 아무래도 저층이라 사생활 보호는 필요해서 동대문에서 20만 원대로 커튼을 맞췄어요. 양 창으로 되어있는 집이라 가구 배치가 걱정이 되었지만 오히려 개방감도 있고 통풍도 더 잘 되더라고요.
기존 집에서 변경한 부분은 거실에 우물천장을 만들어 간접등을 넣었어요. T5를 주광색, 전구색 두 가지 컬러를 다 넣어서 쓰임에 따라 각각 켜고 끄도록 하였고 커튼 박스 쪽에도 T5 간접등을 넣어줬답니다.
실링팬을 넣으면서 천장 가운데 부분엔 다운라이트를 넣지 않았는데 직접 광을 싫어하기도 하고 시공하고 난 뒤 보기에도 좋지가 않더라고요.
쓰임이나 분위기에 따라 조명 조절을 할 수 있게 조명 스위치를 거실에만 6개로 나누어 두었고 어둡지 않은 조도로 잘 지내고 있답니다. 미리 조명 계획할 때 조명 시공팀에 조명 설계도를 파워포인트로 그려서 전달해 드렸고 조도도 부족함 없는지 꼼꼼하게 체크하고 진행하게 되었어요.
반셀프라 매립 조명 외에 국부 조명은 직접 구매해야 했고 위치도 정확하게 정해줘야 했어요.
5. 침실 Before
침실 After
침실은 딱 잠만 잘 수 있도록 퀸 사이즈 침대와 북 선반만 배치했어요. 침대는 10년 전부터 쓰고 있던 서랍형 원목 침대인데 아직도 튼튼하고 유행 타지 않아서 잘 쓰고 있어요. 안 그래도 이 침대 문의가 정말 많았는데 너무 오래전에 구매한 거라 찾을 수가 없네요.ㅠ
침실 옆으로 드레스룸이 있는데 기존 시스템 장은 철거하고 한샘에서 붙박이장을 맞췄어요. 그리고 기존에 쓰던 이케아 보악셀 선반을 반만 살려서 설치하고 옆으로는 서랍과 거울을 배치했고요.
이케아 선반은 제일 위쪽을 오픈해서 외출 후 입었던 외투들 걸어두고 섬유탈취제를 뿌려 말려두는 곳으로 만들고 그 아래는 책, 제일 밑에 칸은 빨래 바구니와 가방 수납을 했어요. 서랍장에는 화장품, 속옷, 양말, 수건 등을 넣어 두었고요. 화장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이라 별도의 화장대는 필요하지 않았어요.
6. 안방 화장실 Before
안방 화장실 After
안방 화장실은 기존에 샤워부스가 있었는데 유리 청소가 귀찮아서 그 부분을 아예 없애버렸어요.
기존 타일이 다행히 잘 붙어있어서 포세린타일로 덧방 시공을 했는데 졸리컷 없이 시공했지만 풀 바디 타일을 선택해서 마감이 깔끔하게 잘 나왔어요.
7. 아이들 공부방 Before
아이들 공부방 After
아이들방은 아직 잠자리 분리를 하지 못해서 혼자 자면 무서워할까 봐 각자 방을 주기보단 공부방과 침실로 나눴어요.
벽을 바라보는 책상은 제가 답답해서 서로 마주 보며 공부할 수 있게 테이블 배치를 했고 벽 쪽으로 높이를 맞춰 방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창가는 낮은 책장을 반대편은 높은 책장을 배치했어요.
원목 책장은 신혼 때부터 쓰던 책장을 사이즈 리폼을 해서 배치했고 장난감이나 필기구, 기타 아이들 용품들은 펜트리 안쪽으로 모두 넣었어요.
8. 아이들 침실 Before
아이들 침실 After
아이들 침실은 서랍형 침대와 옷장을 배치했어요. 매트리스가 좀 높은 감이 없지만 그래도 각자 침대를 줄 수 있어서 점점 잠자리 독립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ㅎㅎ
옷장은 10년 전 큰아이 어릴 때 샀던 이케아 제품인데 사이즈가 마침 딱 맞아서 별도로 교체하지 않고 쓰고 있어요. 겨울 외투 제외하고는 두 아이 사계절 옷, 속옷, 모두 들어가고 장난감으로 쓰던 큰 사이즈 옷장은 이불장으로 쓰고 있어요.
9. 공용 화장실 Before
공용 화장실 After
공용욕실은 그냥 요즘 K 욕실 리모델링 스타일로 평범하게 진행했어요. 전체적으로 밝게 하고 싶어서 베이지 컬러로 타일을 고르고 나머지 액세서리는 최대한 기본 스타일로 선택했어요.
전면 거울은 보통 위로 열리는 거울을 선호하는데 아이들이 쓸 거라 닫을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슬라이딩 형식으로 설치했어요.
욕실에도 꼭 필요한 것들만 두고 있어요.
10. 세탁실 Before
세탁실 After
세탁실 문은 원래 교체하지 않기로 했었는데 인테리어를 진행하면서 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문이 제대로 열리지 않는 불편함이 있었어요.
안 그래도 문이 세탁실 방향으로 열려서 안쪽 공간 활용이 아쉬울 것 같았는데 마침 잘 됐다 싶어서 목공 진행하는 날 문을 추가로 철거하고 집 근처에 있는 터닝 도어 공장에 의뢰해 문을 주문 제작했어요.
이렇게 공정이 추가되는 바람에 당일 목공 진행이 꽤 오래 걸렸고 프레임 부분에 추가로 타일 작업도 필요해서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중간에 공정이 추가되는 바람에 금액이.. 좀 올라갔지만 이 부분은 진짜 안 했으면 어쩔 뻔했나 아찔했던 공간이에요.
마치며
반셀프 인테리어 진행하면서 각 공정별로 간섭이 있는 곳들 조율하는 부분이 제일 어려웠고 공정 중간중간 폐기물처리나 청소도 셀프로 해야 해서 그 부분도 쉽지 않았지요.
또 시공업체 후기를 봤어도 처음이다 보니 걱정이 많았는데 전반적으로 큰 불만 없이 진행된 현장이었어요. 그래도 아쉬운 바닥 부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만족하며 지내고 있어요. 그래도 다시 한다면 다음엔 전문가에게 맡기고 싶기는 해요. ㅎㅎ
바닥도 그렇고 가구도 기존 쓰던 가구들을 재활용해서 쓰다 보니 완전 새 집 같은 느낌은 아니지만 혹시라도 저희 집을 보시고 제가 오늘의집에서 많이 도움받았던 것처럼 인테리어나 스타일링 하시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다른 이야기들은 오늘의집 계정이나 인스타그램 @by.yul_haus로 오시면 보실 수 있어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