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커피 섭취, 태아 신경발달에는 영향 없어

- 두뇌 및 신경계 발달 장애와는 직접적 관련 없어
- 신경계 외 부정적 영향 있을 수 있으므로 의사 상담 필요

임산부들은 먹고 마시는 것에서 많은 제한을 겪는다. 술이나 담배처럼 명백하게 해로운 것을 제외하고,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커피’가 아닐까 싶다. 실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지침에 따르면, 임신 중 커피는 아예 배제하거나 철저하게 제한된 양만 마실 것이 권장된다.

호주 퀸즐랜드 대학 연구팀이 ‘임산부의 커피 섭취’를 주제로 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여 년에 걸쳐 수만 명의 임산부를 대상으로 커피 소비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임산부가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기의 신경 발달 장애와 관련이 없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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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 커피 소비 제한의 이유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무엇일까? 커피 특유의 맛과 향을 즐기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카페인’일 것이다. 뇌의 각성 상태를 유도해 집중력을 높이고 잠을 깨는 효과가 있기에, 직장인이나 대학생들이 즐겨 마시는 일상 음료로 자리잡았다.

카페인은 기본적으로 ‘자극’을 발생시키는 물질이다. 이는 태반을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태아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태아는 카페인을 처리할 수 있는 효소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그 영향을 보다 크게 받을 우려가 있다.

카페인이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 하면 뇌, 즉 신경발달 장애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임신 중 커피 소비를 자제하거나 제한해야 한다는 권고의 주된 배경이다. 물론 이외에도 임신 중 카페인을 다량 섭취하면 유산, 조산, 태아 저체중 등의 위험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른 변수를 제외한 ‘커피의 영향’

퀸즐랜드 대학 연구팀은 ‘혼란 요인(confounding factors)’들을 분리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혼란 요인이란 쉽게 말해 ‘변수’다. 즉, 다른 변수가 될 수 있을만한 요인들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커피가 아기의 신경발달 장애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 것이다.

연구팀은 과거 유사한 주제로 수행된 연구들을 검토했다. 임신 중 커피를 마시는 것이 태아의 신경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확인했지만, 그 직접적인 원인이 카페인이라는 것을 입증한 연구는 없었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일반적으로 임신 중에는 체내 생물학적 변화로 인해 카페인 대사 능력이 감소한다. 쉽게 말하면, 본래 커피를 마시고도 잠을 잘 자던 사람이 임신 중에는 같은 양의 커피를 마시면 잠을 못잘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카페인과 그 부산물이 태반을 통과할 수 있다는 것, 태아에게 카페인 제거에 필요한 효소가 부족하다는 것은 확인했으나, 그것이 태아의 뇌 발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는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이야기했다.

수만 명을 대상으로 한 코호트 연구

어떤 사람은 커피를 많이 마시고도 부작용을 겪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은 한 잔의 커피만으로도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이는 유전자에 따라 달라지는 ‘체질’의 영역이다. 퀸즐랜드 연구팀은 이러한 점에 착안해, 본래 커피를 즐겨 마시던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발달 정도를 비교해보았다.

연구팀은 노르웨이의 코호트 연구에 등록된 수만 가구의 가족 데이터를 제공받아 연구를 진행했다. 1999년부터 2008년까지 코호트 연구에 등록된 모든 임산부를 초대했으며, 5만9천여 명의 여성이 자녀와 함께 연구에 참여했다.

먼저 엄마들을 대상으로 ‘임신 전과 임신 중 각각 커피를 얼마나 마셨는지’를 조사했다. 또한, 자녀 출산 후 6개월에서 8세에 이르기까지 신경발달상 특징이 어땠는지를 묻는 설문지를 작성하도록 했다. 설문에는 주의력, 의사소통, 행동 유연성, 활동성, 충동 조절, 운동능력, 언어능력 등 아동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러 특성을 포함했다.

한편, 유전적 변이로 인한 혼란 요인이 개입하는 것을 통제하기 위해, 당사자 동의 하에 엄마와 자녀의 유전 샘플도 제공받았다.

커피, 전문가 권고량 정도는 괜찮아

연구팀은 이러한 작업을 진행한 끝에, ‘엄마의 커피 소비 증가와 자녀의 신경발달 장애 사이에는 뚜렷한 인과관계가 없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작은 수준의 영향은 있을 수 있으나, 신경발달 장애를 유발할 정도의 강한 영향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연구팀은 “신경발달 특성에 관해서만 조사했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임신 중 커피 소비가 유발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은 신경발달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앞서 언급한 출산 시기나 태아 체중 문제 외에도,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카페인으로 인한 심뇌혈관계 영향 등이 있다. 이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주의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우리의 연구는 임신 중 적정량의 커피 소비는 안전하다는 현재의 지침과 일치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임신 중 아기의 두뇌 발달을 우려해 커피를 제한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커피를 좋아한다면 통상 하루 한 잔의 에스프레소, 또는 두 잔 정도의 인스턴트 커피 정도는 괜찮다는 것이 일반적인 가이드라인이다. 개인별 정확한 권장량은 의사 상담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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