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 ‘5555’ ‘9000’, 차량 황금번호 어떻게 받나 했더니···번호 빼돌린 공무원들

강현석 기자 2026. 6. 1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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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서구, 대행업체 청탁받고 제공 16명 적발
3년간 350여건···일반인은 10개중 1개 선택
금품 오갔을 가능성 ‘수사의뢰’, 시민들은 ‘황당’
일러스트 | NEWS IMAGE

‘1004’ ‘5555’ ‘9000’ 등 이른바 자동차 황금번호를 따로 빼돌렸다가 등록 대행업체에 제공한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은 황금번호 제공을 대가로 식사 접대 등을 받았다. 금품을 주고받았는지는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광주 서구는 17일 “자동차등록 업무를 담당한 공무원과 공무직 16명이 등록번호를 배정하는 과정에서 등록 대행업체에 특정번호를 제공해온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구는 적발된 공무원 중 6명은 징계를 요구하고, 4명에게는 훈계 등 행정처분을 했다. 공무직 4명과 관련해선 해당 부서에 위법사실을 통보해 징계하도록 했다.

교통행정과에서 자동차 신규·이전 등록을 담당했던 이들은 자동차 등록 대행업체 2곳의 청탁을 받고 이른바 ‘황금번호’를 제공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황금번호는 ‘9999’ 등 4자리가 모두 같은 숫자나 ‘6999’ ‘8880’ 등 3자리 동일번호, ‘7979’ ‘3113’ 등 2자리 반복번호, ‘9000’ ‘5500’ 등 천이나 백 단위 번호, ‘1004’ ‘9111’ 등 상징적인 번호다.

이런 번호는 정상적인 자동차 등록 절차로는 일반인이 받기 매우 어렵다. ‘자동차관리법’은 등록번호는 10개 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그중 자동차 소유자가 선택하는 번호를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공무원들은 자동차관리정보 시스템에서 일반인 차량에 황금번호를 임의로 등록한 뒤 직권으로 ‘취소’나 ‘경정등록’(착오가 있을 때 바로잡는 절차)을 해 번호를 미리 확보했다.

이렇게 확보한 번호는 등록 대행업체 청탁을 받고 특정 차량에 부여됐다. 최근 3년간 부정한 방법으로 등록된 차량은 350여대로 파악됐다. 대부분 고가의 외제차량이나 국산 고급차량이었다고 한다.

일부 공무원들은 대행업체로부터 식사 접대를 받았다. 구청은 황금번호를 등록해 주는 과정에서 대행업체와 공무원들 사이에 금품이 오갔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서구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특정 자동차 등록번호에 대한 특혜 의혹이 있다’는 민원을 접수하고 조사를 진행했다”면서 “수사권이 없어 금전 거래 등을 확인할 수 없어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시민은 “도로에서 황금번호판을 보면 ‘어떻게 저런 번호가 나올까’ 궁금했는데 결국 비리였다”면서 “이런 사례가 다른 구청에서도 있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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