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재정비 자금 공급자는 우리금융…4800억 출자 경로는

서울 중구 우리금융 본점 전경/사진 제공=우리금융

우리금융그룹이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의 초기 자금 공급망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은행은 12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미래도시펀드 프로젝트의 1호 모펀드에 최대 출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룹 계열사인 우리자산운용은 해당 펀드를 운용한다. 은행이 자금을 대고 자산운용 계열사가 펀드를 굴리는 구조를 만들면서 우리금융이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 금융에서 투자와 운용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평이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총 12조원 규모 미래도시펀드 조성 프로젝트 가운데 6000억원 규모의 1호 모펀드에 4800억원을 출자한다. 우리은행이 1호 모펀드의 80%를 책임지는 셈이다. 미래도시펀드는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약 53만가구의 1기 신도시 재정비 초기 사업비를 공급하기 위해 조성됐다.

펀드의 핵심은 정비계획 수립 단계부터 사업비를 공급한다는 점이다. 기존 정비사업은 초기 단계에서 자금조달 부담이 커 사업 속도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미래도시펀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을 연계해 사업장별 최대 200억원의 초기 사업비를 저금리로 공급한다.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단순한 정책 협력 이상의 의미를 도출했다. 우선 1기 신도시 재정비는 장기간 이어질 대형 도시정비 사업으로 꼽힌다. 선도지구를 시작으로 사업장이 순차적으로 늘어나면 금융 수요도 단계적으로 커질 가능성이 높다.

초기 단계에서 사업장과 접점을 확보하면 이후 이주비 대출, 중도금 대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주선 등으로 금융 거래의 면적이 넓어질 수 있다. 우리은행이 1호 모펀드의 최대 출자자로 참여한 배경도 단순 정책성 투자보다 장기 정비사업 금융 네트워크 확보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펀드 집행은 캐피탈 콜 방식으로 이뤄진다. 투자자가 한 번에 자금을 넣는 방식이 아니라 사업장별 자금 수요가 발생할 때 약정한 금액 안에서 순차적으로 집행하는 구조다. 출자 약정액은 4800억원이지만 실제 집행은 사업장 선정과 금융지원 요청 시점에 맞춰 이뤄진다. 은행 입장에서는 대규모 약정에 따른 유동성 부담을 일정 부분 조절할 수 있다.

펀드는 또 부동산 PF 시장 전반의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정책형 정비사업 금융이라는 점에서도 차별화된다. 일반 개발사업 PF는 분양성과 사업성에 따라 리스크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반면 1기 신도시 재정비는 기존 주거지를 대상으로 한 도시정비 성격이 강하다. 여기에 HUG 보증을 연계하면서 초기 사업비 회수 가능성을 높이는 구조를 붙였다.

우리금융 계열사 간 확실한 역할 분담도 눈에 띈다. 이번 건은 은행이 자금을 공급하고 운용 계열사가 펀드 운용을 맡는 구조라는 점에서 비은행 계열사의 역할을 키운 사례로 볼 수 있다. 우리은행의 정비사업 금융 경험과 우리자산운용의 HUG 보증부 론펀드 운용 경험이 맞물리면서 그룹 내부에서 투자와 운용을 함께 맡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우리자산운용은 2020년 이후 재개발·재건축 중심의 HUG 보증부 론펀드를 4조3000억원 규모로 운용했다. 우리은행이 최대 출자자로 재원을 공급하고 우리자산운용이 1호 모펀드 운용을 맡으면서 그룹 차원의 정비사업 금융 협업 모델도 구체화됐다.

펀드는 우리금융의 비은행 활용도 확대 흐름과도 맞물린다. 우리금융은 상대적으로 은행 중심 수익 구조가 강한 금융지주로 꼽혀왔다. 그럼에도 올해 1분기에는 비은행 부문 기여도가 커졌다. 우리금융이 발표한 경영실적에 따르면 1분기 당기순이익은 6038억원으로 전년 동기 6167억원보다 2.1% 줄었다.

반면 비은행 손익은 같은 기간 610억원에서 1630억원으로 167.0% 증가했다. 그룹 순이익에서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8.8%에서 23.5%로 14.7%p 상승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대출에서 6조6000억원의 금융주선과 3조4000억원의 금융지원을 실행했다. 이번 미래도시펀드에도 참여하면서 우리은행이 단순 대출기관을 넘어 구조화 금융 공급자로 역할을 넓히는 모양새다.

관건은 초기 자금 공급이 실제 사업 속도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1기 신도시 재정비는 사업 규모가 크고 이해관계자가 많아 금융 구조만으로 속도를 담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초기 사업비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면 조합과 시행 주체의 금융 부담을 낮추고 사업 계획 수립 단계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미래도시펀드 참여로 노후 신도시 정비사업의 초기 자금난을 줄이고 안정적인 사업 추진 기반을 마련했다"며 "정책금융과 연계한 구조화 금융을 확대해 부동산 PF 시장의 건전성과 주거 환경 개선에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