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노동장관 "필리핀 가사관리사 임금 낮추기 어렵다"
"근로기준법 5인 미만 적용, 출산·육아 관련 조항부터"
(세종=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30일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최저임금 적용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내가 검토하기로는 (임금을 낮추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장관 취임 전부터 역점 추진 의사를 밝힌 근로기준법의 5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의 경우 "점진적·단계적으로 해야 한다"며 근로기준법 조항 중 출산과 육아와 관련된 부분부터 우선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취임 한 달을 맞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 기자단과 간담회를 열고 각종 노동 현안에 대한 질문에 답했다.
김 장관은 서울시와 시범사업 중인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 도입을 두고 일각에서 최저임금이 적용된 월 238만원의 임금이 너무 높다며 낮추자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싱가포르는 100만원 이내로 하는데 우리는 왜 비싸냐'고 하는데 한국과 싱가포르는 전혀 다른 나라"라며 "싱가포르는 우리보다 소득이 높고, 작은 도시국가여서 속속들이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싱가포르처럼 싸게 도입하면 유지가 되겠느냐"며 "사라진 필리핀 가사관리사 2명은 임금이나 조건 좋은 데로 옮겼다고 본다. (이주 노동자 등의) 커뮤니티도 잘 발달해 있어서 우리 사회에선 (불법체류자를) 찾아내기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시범사업 파트너인 서울시의 오세훈 시장이 임금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선 "시장님은 수요자들 말씀을 많이 듣고, 나는 국제노동 기준이나 근로기준법 이런 것을 봐서 서 있는 위치가 다르다"며 만나서 대화할 의사를 밝혔다.
김 장관이 여러차례 의지를 표명했던 근로기준법의 5인 미만 사업장 적용과 관련해선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된) 1989년 이후 35년 동안 한발짝도 앞으로 못 나갔다. 여기엔 고용노동부 책임이 크다고 본다"며 다시 한번 의지를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지불 능력이 없는 영세 사업장을 더 빨리 문 닫게 할 것이냐는 비판도 있어 고민이 많다. 점진적,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며 "저출생 해소가 우선순위라는 사회적 합의가 있는 만큼 근로기준법 조항 중 출산, 육아 이런 부분부터 먼저 (확대 적용)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로기준법 조항 가운데 주 15시간 이상 근무하는 노동자에게 주는 주휴수당과 관련해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밖에 없는 부작용 많은 제도"라고 재검토를 시사하면서 "노조의 큰 저항이 있기 때문에 노사 간 대화와 합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또 책방 운영과 유튜브 채널 운영 경험을 들어 "나도 자영업을 해봤다"며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이 자영업자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나 연구 등을 더 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노동부가 제정을 준비 중인 노동약자보호법(가칭)에 대해선 "노동약자를 위한 공제조합을 만든다거나 지원재단을 만드는 등 근로기준법엔 없는 내용, 지원하고 도와주는 내용이 많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또 정부가 도입 의무화 등을 추진 중인 퇴직연금과 관련해 "연금개혁의 핵심"이라며 현재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과 같은 형태의 '기금형' 운영과 담보대출 활성화 등의 추진 방향을 밝혔다.
김 장관은 취임 전 인사청문회나 취임 후 대정부 질문 등에서 역사의식 등을 둘러싸고 야당 의원들과 충돌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앞으로 입법이나 예산 확보 과정에서 국회와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를 묻자 김 장관은 "여야 대치 국면에서도 야당이 합의해서 최근에 모성보호 3법,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후 폐기된 '노란봉투법'과 관련해선 "(시행됐다면) 노동자들의 엄청난 피해를 봤을 것이다. 그런 건 서로 대화를 하고 조사를 해보면 된다"며 "머리를 맞대면 못 할 게 없다"고 덧붙였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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