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배분 위한 핵심 법률문서…당사자간 신뢰의 결과물
결과 예측 가능한 거래 가능해져…안정성 결정짓는 설계도
인수·합병(M&A) 거래에서 주식매매계약(SPA)은 단순한 계약 문서를 넘어 법률적 구조 설계와 리스크 배분을 위한 핵심적인 법률 문서이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거래대금, 지배구조의 변화, 다양한 이해관계인의 권리 이전 등 복잡한 요건들이 얽히는 M&A에서 SPA는 거래의 안정성을 결정짓는 설계도라 할 수 있다. 특히 비상장회사 간 거래에서는 실사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은 정보의 비대칭성, 계약 종결 이전 발생 가능한 변수, 사후 통제 가능성 등을 각 조항에 잘 반영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누가, 무엇을, 얼마에' 거래하는지를 넘어 '어떤 상황에서도 예측 가능한 결과'를 담보하기 위한 법률적 메커니즘이라 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SPA를 구성하는 주요 구조인 △당사자 △거래목적물 △매매대금 △진술과 보증 △거래종결 선행조건 △확약사항 △주식 처분 관련 권리(풋옵션·콜옵션 등) △거래종결 △손해배상 등을 분석하고 어떤 실무적 고려사항이 존재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M&A에서 계약 당사자의 법적 지위와 실질적 이해관계를 명확히 특정하지 않으면 향후 소송이나 책임 소재 분쟁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매도인은 피인수회사의 주주이고 매수인은 이를 인수하려는 법인 또는 개인이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보다 복잡한 구조가 등장한다. 예컨대 사모펀드(PEF)나 투자조합 등의 경우 매수인이 특수목적법인(SPC)의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업무집행사원(GP)과 유한책임사원(LP)으로 존재하기도 한다.
매도인이 복수인 경우 매도인 간의 내부 책임관계를 별도로 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보통은 지분비율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이 분담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모든 매도인들이 연대책임을 부담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국내외 기업이 공동으로 인수에 참여할 경우 외환거래법 또는 공정거래법상의 규제도 함께 검토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당사자 특정 시에는 단순히 갑과 을로 지칭하는 것을 넘어 각 당사자의 법적 성격, 대리인의 권한 여부, 이해상충 가능성까지도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 또한 지분율이 낮은 소수 주주의 경우 계약 당사자에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주주총회나 주식양도 승인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이들의 사전 동의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주식매매계약에서 거래 목적물의 명확한 특정은 거래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줄이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명목상으로는 단순히 주식을 사고파는 계약이라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해당 주식이 상징하는 피인수회사의 지배권, 수익구조, 법적 권리의 전체를 이전하는 복합적 법률행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목적물의 정의와 범위는 거래의 실질을 반영하도록 설계되어야 하며 주주의 지위와 권리뿐 아니라 그에 부수하는 계약상·법령상의 제한사항까지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첫째, 거래 대상 주식의 종류와 수량은 구체적으로 특정돼야 한다. 이는 보통주인지 우선주인지 전환권이 포함된 종류주식인지 여부에 따라 매수인이 확보하는 권리 내용이 달라진다. 예컨대 전환우선주는 일정한 조건에 따라 보통주로 전환되므로 향후 지배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향후 희석 가능성 등까지 검토해야 한다. 둘째, 주식의 소유권에 제한이 있는 경우, 예컨대 질권이 설정되어 있거나 가압류가 걸려 있는 경우, 이러한 사항은 계약 체결 전에 매수인에게 고지돼야 하며 거래종결 이전에 해소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식매매계약에서 매매대금은 계약의 핵심적 구성요소이다. 그러나 매매대금은 단순히 '얼마에 매수인이 주식을 인수하는가'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 거래에서는 매매대금의 결정 방식, 지급 방식, 조정 방식, 지급 보장 수단 등 다양한 요소들이 포함되며 그 복잡도는 거래 구조와 리스크 분배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매매대금의 산정 방식은 거래 구조에 따라 확정가격과 조정가격으로 나뉜다. 확정가격은 계약 체결 시점에 매매대금을 확정하고 이후 변동 없이 일괄 지급하는 구조인 반면 조정가격은 거래 종결 시점의 재무상태 등을 고려해 가격이 조정된다. 매매대금 지급과 관련해 매도인의 책임을 담보하거나 매수인의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보증 구조를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에스크로 계정에 일부 금액을 일정 기간 예치하거나 제3자 보증보험을 활용해 일정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그 금액을 충당하도록 하기도 한다.
주식매매계약에서 진술과 보증(Representation and Warranty)은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보호 장치이며 동시에 사후 분쟁의 중심이 되는 핵심 사항이다. 이 조항은 거래의 투명성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법적 수단으로 기능하며 계약 종결 이후 매수인이 거래 대상 회사에서 예상치 못한 리스크를 발견했을 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진술과 보증 조항은 계약 전후의 매도인과 매수인 간의 거래 리스크를 배분하는 중요한 조항이라고 볼 수 있다. 진술과 보증의 범위는 매우 넓다. 일반적으로는 피인수회사의 조직 및 존재, 주식 소유권, 재무제표의 정확성, 부채 및 계약관계, 인사 및 노무, 세금 및 납세의무, 소송 및 규제, 환경 및 안전 문제, 지적재산권(IP), 보험 가입 현황 등 광범위한 내용을 포함한다.
진술과 보증의 범위를 과도하게 설정할 경우 매도인의 책임이 지나치게 확대돼 계약 체결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실무에서는 진술과 보증 위반 시의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다양한 장치가 동원된다. 대표적인 것이 손해배상의 상한(cap), 최소 청구금액(de minimis), 청구 금액의 최소한도(basket) 및 소멸시효 기간 등이다.
주식매매계약은 계약 체결과 동시에 거래가 종료되지 않고 일정한 선행조건(Conditions Precedent)이 충족돼야만 거래 종결(closing)이 이루어진다. 가장 일반적인 선행조건은 관계 기관의 승인 내지 인허가이다. 예를 들어 일정 규모 이상의 거래일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 이 밖에도 외국환거래법에 따른 외국환거래신고, 산업기술보호법상 핵심기술 유출 관련 규제, 환경 관련 인허가 사항 등 다양한 규제에 따른 인허가 등이 선행조건이 될 수 있다. 계약 당사자의 내부 승인 절차 또한 대표적인 선행조건이다. 매도인 측에서는 주주총회 또는 이사회의 매각 승인 결의가 필요하며 매수인 측에서도 투자위원회 또는 펀드 운용사의 내부 승인 절차가 요구된다. 주주간 계약이나 투자계약에 따라 특정 주주의 동의를 요하는 경우도 많다.
확약사항은 M&A 거래에서 거래 당사자가 계약 체결 시점부터 종결 시점, 그리고 경우에 따라 종결 이후까지 지켜야 할 의무를 규정하는 조항이다. 이는 단순한 약속 이상의 기능을 하며 거래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장치로 기능한다. 거래종결 전 확약 사항은 거래종결 전 매도인의 행동을 제한함으로써 거래 대상 회사의 가치 보존을 유도한다. 거래종결 이후에도 매도인의 비경쟁 의무, 임원 사임 및 협조 의무, 기존 계약의 존속, 세무신고 및 세금 납부, 지식재산권 이전 등의 확약의무를 가지는 경우도 많다. 확약사항은 그 자체로는 단순한 의무 조항으로 보일 수 있지만 거래의 원활한 추진과 종결 이후의 안정적 통합(PMI)을 위한 기초 작업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M&A 계약에서 거래 종결 이후의 이해관계 정리를 위해 주식 처분과 관련된 다양한 권리가 설계된다. 이는 잔여 지분 처리, 추가 인수 약속, 경영권 정리, 투자금 회수(exit) 전략 실행 등과 직결되며 주요 계약조항으로는 풋옵션, 콜옵션, 드래그얼롱, 태그얼롱 등이 있다. 이러한 조항은 거래 당사자 간 신뢰와 권리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분쟁 가능성을 낮추는 핵심 장치로 기능한다.
거래종결(Closing)은 주식매매계약의 모든 조건과 의무가 충족되었음을 확인하고 주식의 소유권이 매수인에게 이전되며 그에 상응하는 매매대금이 매도인에게 지급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이전행위가 아니라 거래 당사자 간 법적 지위 변동과 경제적 이해관계가 동시에 이뤄지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거래종결은 '동시이행 원칙'에 따라 이뤄진다. 즉 주식의 이전과 대금의 지급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일부 거래에서는 조건부 종결이 이뤄지기도 한다. 모든 종결 요건이 완전히 충족되지는 않았지만 주요 사항이 이행됐고 나머지 조건에 대해 사후 이행을 확약하는 구조다. 거래종결은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M&A 계약의 법적 효과가 집행되는 것을 말하며 모든 선행조건, 의무 이행, 문서 제출, 금전 지급이 명확히 실행되는 지점이다. 따라서 이 시점의 절차를 얼마나 면밀하게 설계하고 실행하느냐에 따라 M&A 거래의 성공 여부가 최종적으로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손해배상은 주식매매계약에서 실무적으로 가장 중요한 조항 중 하나이다. 이는 매도인과 매수인 간에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사전에 배분하고 발생 시 처리 절차와 금전적 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표적인 손해배상의 근거는 진술과 보증의 위반이다. 매도인이 계약 당시 사실이라고 보증한 사항이 종결 후 허위 또는 누락된 것으로 밝혀질 경우 매수인은 그로 인해 입은 손해에 대해 매도인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예컨대 매도인이 거래 종결 전에 밝히지 않은 부채의 존재, 규제 위반, 소송의 은폐, 지적재산권 분쟁 등은 계약상 진술과 보증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손해배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확약사항(Covenants)의 위반, 거래종결 선행조건 미이행, 기밀 유지의무 위반, 경쟁금지 의무 위반 등도 손해배상의 주요 사유로 포함된다. 계약상 손해배상 조항은 그러한 위반의 경우 매수인이 손해를 입은 만큼 매도인이 이를 보상해야 함을 명시한다.
M&A는 단일 사건이 아니라 수개월 또는 수년에 걸친 협상, 실사, 설계, 통제의 연속 과정이다. 그 중심에 주식매매계약이 있다. 주식매매계약은 단순히 매도인과 매수인이 주식을 사고파는 행위를 넘어 거래의 구조와 리스크를 설계하는 법률적 프레임워크로 기능한다. 당사자의 자격, 거래의 목적물, 대금의 산정 방식, 정보의 진실성에 대한 보증, 각종 선행조건, 확약, 주식 처분 관련한 옵션 구조, 종결 절차, 손해배상까지 이 모든 조항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비로소 예측 가능한 거래가 가능해진다.
M&A는 본질적으로 리스크 관리의 예술이다. 리스크를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지만 이를 예측 가능하게 하고 책임을 명확히 배분하며 분쟁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곧 주식매매계약을 정교하게 체결하는 이유다. 좋은 계약이 좋은 거래를 만든다. 그러므로 주식매매계약서는 단순한 법률문서가 아니라 회사를 사고파는 과정에서의 매도인과 매수인이 가진 전략의 산물이며 당사자 간 신뢰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유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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