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론’은 따라야 하는 것인가?

신민정 기자 2024. 5. 2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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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특검법 거부 규탄 및 통과 촉구 범국민대회’가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지난 25일 오후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국회의장이 (28일) 본회의를 개최할 경우 우리는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전원이 모여서 당론으로 우리의 의사를 관철하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다 같이 힘을 모으자고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안’(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특검법 부결’을 사실상 당론으로 정했기 때문에 소속 의원들은 모두 이에 따라 반대표를 행사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3일 22대 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들 앞에서 당론을 언급했습니다. “우리는 독립된 헌법기관이라 할지라도 민주당이라는 정치 결사체의 한 부분”이라며 “당론으로 어렵게 정한 어떤 법안들도 개인적인 이유로 반대해서 추진이 멈춰버리는 사례를 제가 몇 차례 보았기 때문에 그것은 정말로 옳지 않다”며 ‘경고’를 보냈는데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이 상정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당론이란 특정 사안에 대한 당의 통일된 입장입니다. 당의 총력을 모아 법안 등을 가결(또는 부결)해야 할 때 당론이 등장합니다. 통상 당 원내지도부가 특정 안건에 대해 당론으로 하자고 결정하고,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추인을 받으면 당론이 됩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다시 표결에 부쳐졌던 간호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쌍특검법(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법) 등에 대해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했습니다. 민주당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특검법,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 각각에 대한 탄핵소추안,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등을 당론으로 정했습니다.

당론은 국민의힘과 민주당 등 거대 양당의 경우 당헌에 “당원은 당론에 따를 의무가 있다”고 명시할 만큼 국회의원 등 당원을 구속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민주당은 ‘당원이 당론을 위반하는 경우 윤리심판원 징계대상이 될 수 있다’는 당규를 두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당규는 ‘의원의 양심에 따른 투표의 자유’를 보장한다면서도 “의원이 당론과 반대되는 투표를 했을 경우 의원총회에서 소명을 들을 수 있다”는 압박성 조항을 함께 두고 있고, 의원의 당론 반대 표결을 ‘해당 행위’라고 보는 경우엔 윤리위원회 징계 대상도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은 2020년 12월 당론을 거스르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에 기권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이 조항에 근거해 당 윤리심판원의 징계 처분을 받았습니다.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도 2017년 7월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당론을 무시하고 ‘찬성’ 표결을 한 장제원 의원, 김현아 당시 의원에 ‘해당 행위’라며 징계를 검토한 바 있습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동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개개인이 헌법기관’으로서 독자적인 권한을 부여받는 국회의원에게 ‘당의 방침’이란 이유로 특정 방향의 표결을 강요할 수 있느냐는 비판도 거셉니다. 헌법 46조2항은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국회법 114조의2는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돼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뜻을 함께하는 정치적 결사체인 정당이 당론이란 개념으로 국회의원의 소신 투표를 가로막는 것은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는 것입니다.

국회 안팎에서도 ‘당론 투표’에 대한 의견은 제각각입니다. 법조인 출신인 한 재선 의원은 한겨레에 “정당에 가입했고, 정당의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됐으면 당이 힘을 모아야 할 때 당론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징계를 경험한 금태섭 전 의원은 “외교 문제나 국익과 관련한 사안 등 특별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당론을 정하면 모르겠지만, 채 상병 특검법같이 논란이 많고 국민의힘 안에서도 ‘찬성하겠다’는 분들이 있는 경우 이를 당론으로 하면 안 되는 것”이라며 “명백하게 독립된 기관인데 ‘당론이니까 따라야 한다’는 건 형식논리다. 헌법 정신에 안 맞는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한국정당학회장인 박원호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는 “대한민국 국회는 정당 기율이 센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론을 따르는 게 맞는지, 개개인의 양심에 따르는 게 맞는지는 정답이 없다”면서도 “핵심은 지금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은) 무기명투표를 하게 돼 있다. 이는 적어도 의원이 당론에서 자유롭도록, 양심에 맡겨 투표하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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