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감성 입은 K리빙, 세계시장 노크
고급스런 디자인·소재
예술·디자인 경계 넘어
3040세대 강력한 팬덤
VC 투자 유치까지 성공
해외 시장 공략도 나서

최근 부동산 규제 여파로 이사와 신축 입주 등이 줄어들며 국내 가구업계가 고전하는 가운데 가구 스타트업의 약진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감도 높은 디자인으로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면서 K리빙 대표주자로 도약하고 있다. 이들은 예술과 공예, 디자인 경계를 넘나들면서 공간 해석 능력이 뛰어난 스타 디자이너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기용하는 등 브랜드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국내에서는 고가 수입가구와 국내 중형 브랜드 틈새를 파고들었고, 해외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첫 주자는 디자인 가구 브랜드 구축에 나선 비아인키노다. 2013년 창업한 지은석·김수진 대표가 어린이 가구에서 출발해 가구 브랜드 '위키노'를 키웠다. 커피 전문점 더반 베를린도 운영한다. 2024년 스톡홀름가구박람회에 이어 오는 4월 밀라노가구박람회에 참여한다.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 29CM를 키운 무신사가 벤처캐피털 무신사파트너스를 통해 비아인키노에 지난해 전략적 투자를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서울 청담동 쇼룸과 부산 매장을 두고 있다.
비아인키노는 최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이광호 작가를 기용하며 디자인에 변화를 시도했다. 구리나 실 꼬임 방식으로 예술과 디자인 경계를 넘나드는 개성적 작업으로 유명한 그는 에르메스, 보테가 베네타 등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와 협업한 경험도 빈번하다. 지은석 공동 대표는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 경험이 풍부한 이광호 작가와 손잡고 예술성을 가미한 제품을 대중화하고 K리빙 입지를 다지겠다"고 말했다.
비아인키노는 덴마크 고급 직물 크바드라트를 아시아 최대 규모로 유통한 인연으로 자체 디자이너를 두지 않고 제품개발에 집중해 왔다. 해외 시장 공략은 스웨덴의 노트디자인 스튜디오와의 협업이 계기가 됐다.
지 대표는 "고급 소재로 감도 높은 디자인 가구를 만드니 30~40대 선호가 높다"며 "디자인에 신중한 편이라 10여 년간 20개 남짓한 기본 디자인에 집중했고 고난도 공정은 이탈리아에도 맡길 정도로 품질만큼은 타협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스턴에디션은 한국적 미감을 현대적으로 구현하는 데 집중해온 디자이너 양태오가 임대선·홍혁진 대표와 공동 창업했다. 다양한 공간 조성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직접 디자인한 가구들이다. 양 대표는 "어릴 때 해외에 살며 한국적 미에 관심이 컸지만 초기 여건은 척박했다"며 "K문화 인기 덕에 '전통과 지역성의 현대화' 미션이 통하며 해외 러브콜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매장은 2022년 청담동 1호점에서 출발해 부산, 광주 등에 총 3곳이 있다.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 한국투자파트너스와 본엔젤벤처파트너스, 슈미트 등에서 누적 투자 47억원을 유치했다. 지난해 말 메종오브제 홍콩 쇼케이스에 초청받은 데 이어 올해는 온라인 브랜드 경험을 극대화하며 해외 공략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스턴에디션 가구는 전통 공예와 미학을 표현하는 정체성을 기반으로, 주거나 사무 공간 외에도 제주 파르나스호텔, 양양 설해원, 일본 무와리조트 등 고급 상업공간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포스코이앤씨의 고급 주거 브랜드 오티에르와 협업한 완성형 인테리어 패키지 '아틀리에 에디션'을 발표하며 기업 간 거래(B2B)도 강화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플래그십에는 티하우스 '무미다점 바이 이스턴에디션'도 오픈했다. 이 공간에서는 한국적 미감을 여유롭게 즐기고, 전통에서 영감을 얻은 소품도 살 수 있다.

철제 기반 모듈형 디자인 가구업체 레어로우는 스타 디자이너 최중호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하며 사업 재정비에 나섰다. 최 디렉터는 2021년 리브랜딩 과정에서 대표 컬러를 '레어 그린'으로 제시하고 디자인 감도를 선도하며 브랜드 정체성을 만드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최 디렉터가 2년 전 레어로우 창립 10주년 협업 프로젝트에서 만든 '에케 트롤리' 역시 브랜드 히트작이다.
레어로우는 가구업계 2세인 양윤선 대표가 2014년 창업해 키웠다. 지난해 일본 도쿄 빔즈 매장에 입점했고, 지난해 하반기 리뉴얼 오픈한 미국 뉴욕 소호의 MoMA 디자인스토어에는 시스템 선반을 넣으며 해외 영토를 차근차근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대만·싱가포르·중국에 진출한 데 이어 올해는 유럽과 북미에 대리점을 열 예정이다.
양 대표는 "모듈 가구는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느낌이 중요해, 공간 이해도가 뛰어난 최중호 디렉터와 함께 더욱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올해 뉴욕 오피스 작업을 수행하고 오는 6월 덴마크 코펜하겐 장외 전시(3daysofdesign)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최 디렉터의 손길을 거친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는 단독 건물에 가구부터 타월과 문구류 등 소품까지 다채로운 상품이 모여 있다. 오늘의집 등 온라인 판매 비중이 높아 국내 매장은 2곳에 불과하다.
맞춤형 주방가구 전문 업체 뮤지엄오브모던키친(MMK)도 업계에서 주목하는 브랜드다.

MMK는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과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디뮤지엄 등 공간 작업으로 유명한 디자인스튜디오 라보토리를 공동 운영했던 박기민 대표가 창업했다. 2021년 말 법인 설립 후 이듬해 5월 쇼룸을 열며 브랜드를 본격적으로 전개했다. 그는 대학생 때 카페를 열고 슬럼프를 요리로 극복한 경험을 살려,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주방문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박 대표는 "사업 초기부터 글로벌 브랜드를 키울 자신이 있었다"며 "미감 있는 제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내부 시스템 구축에 투자를 많이 해서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 왔다"고 밝혔다.
경기도 용인시에 초기부터 확보한 공장과 연구개발력이 MMK의 성장동력이다. MMK는 차별된 컬러 도장 기술로 벤처기업 인증도 받았다. 박 대표는 "초기부터 해외 문의가 많았고, 협탁이나 선반 등 소가구는 매출 10%가 해외에서 발생한다"며 "2월에 준공하는 일본 도쿄 신주쿠 빌라 리모델링 프로젝트에 MMK 주방가구가 해외에 처음 설치된다"고 말했다.
[이한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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