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발 구르며, 손뼉 치며, 난타의 리듬 속으로…
뮤지컬 ‘난타’ 광주 공연…웃음과 재미 ‘폭발’
악기 대신 도마·칼·생수통 등으로 ‘환상의 두드림’ 연출
대사 없는 소리 예술의 진수…국내·외 최고의 공연 실감
#어둠과 함께 아주 느리고 약한 소리의 두드림으로 시작된 공연은 90분 동안 환상적인 강약과 박자 조절을 통해 웃음과 감동을 이끌어 내고, 관객들의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큰 울림으로 끝을 맺었다.
특히 마지막 10분, 다섯 명의 출연진이 ‘한 음’처럼 박자를 맞추며 쏟아낸 격정적인 난타는 짜릿한 전율이었으며, 가슴에 와닿은 그 진동은 긴 여운을 남겼다.
지난 11일 광주예술의전당 대강당에서 관객들의 큰 호응 속에 막을 내린 ‘뮤지컬 난타(NANTA)’의 첫날 광주공연은 비언어적 퍼포먼스(non-verbal performance)인 소리 예술의 진수를 보여줬다.
대사 없이 도마·칼·냄비·생수통 등 실제 주방용품을 두드리며 일궈낸 음악과 스토리는 짜임새 있고 감동적이었으며, 특히 출연진 다섯 명의 놀라운 두드림과 배꼽 잡는 코믹연기는 관객들을 더욱 매료시켰다.
또한 극 도중 관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코너도 마련돼 함께하는 공연으로 관객의 관심과 몰입도를 높인 것도 인상적이었다.
아울러 어린이들도 관람할 수 있어 가족 단위의 관객도 눈에 많이 띄었다.
이같은 ‘난타’의 매력 포인트는 지난 1997년 첫 공연부터 현재까지 27년간 이어오면서 한국 공연 사상 최다 관객을 기록하는 원동력이 되기에 충분했다.
초연 이후 폭발적인 반응의 여세를 몰아 1999년엔 영국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해 전회 매진기록을 세웠다.
급기야 2003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뉴욕 브로드웨이에 작품을 올렸으며, 2022년 재공연 등 세계적 공연으로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배우이자 공연 기획자인 송승환 씨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난타’는 한국 고유 문화인 사물놀이와 마당놀이의 형식을 담고 있어 k-컬쳐의 선도적 역할을 했다.
배추김치를 만드는 과정과 주방에서 요리사들이 밥하는 과정에서의 소리와 움직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오랜 기간 인기를 받은 만큼 ‘난타’ 출신 배우들도 많으며, 김문수·김원해·류승룡·장혁진 등을 꼽을 수 있다.
김원해는 TV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녹슬지 않는 난타 실력을 과시한 적도 있다.
공연은 매니저(Manager), 헤드 셰프(Head Chef), 스파이시(Spicy), 터프가이(Tuff Guy), 네퓨(Nephew) 5명의 출연진이 등장한다.
공연 내용은 이렇다. 지배인은 곧 열릴 결혼식 피로연을 위해 저녁 6시까지 요리를 준비하라고 요리사들에게 명령한다.
게다가 자신의 조카를 데리고 와서 주방 일을 하게 한다.
세 명의 요리사와 지배인의 조카는 요리를 준비하면서 여러 소동과 다툼을 벌이며, 우여곡절 끝에 네 명이 성공적으로 음식을 만들면서 마무리된다.
매니저는 공연의 큰 흐름을 이끌어 가고, 헤드 셰프는 코믹한 동작으로 관객들에게 가장 큰 웃음과 호응을 유도한다.
특히 얼떨결에 쓰레기통에 엉덩이가 빠진 채 무대에 혼자 남게 된 헤드 셰프는 관객 중 여성 한 명을 무대에 올려 쓰레기통에서 빼내는 과정을 코믹하게 이끌어 낸다.
또 다른 장면에서 그는 관객들의 박수를 유도하는 익살스러운 제스처와 의성어로 다시 한번 웃음을 폭발시킨다.
홍일점인 스파이시는 터프 가이와 연인으로 극 중 재미를 더하고, 파워풀한 연주로 관객들의 시선도 사로잡는다.
터프 가이와 네퓨는 서로 갈등 관계를 유지하면서 공연을 흥미롭게 진행시키는 감초 역할을 한다.
이번 공연에서 매니저 역은 김태완, 헤드 셰프는 황인호, 스파이시는 김규나, 터프가이는 나준석, 네퓨는 김승국이 각각 맡았다.
이날 공연은 출연진이 있는 힘을 다해 극 중 가장 빠르고 강한 두드림을 펼치고서 끝에 채를 던지는 장면으로 막을 내린다.
동시에 관객들의 박수갈채가 뜨겁게 쏟아졌다.
/글·사진=서승원 기자 swseo@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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