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소녀 3명의 살인 과정이 인터넷 생중계된다면?

▲ 영화 <레드 룸스> ⓒ 찬란

[영화 알려줌] <레드 룸스> (Red Rooms, 2023)

<레드 룸스>는 다크 웹 속 미지의 공간 '레드 룸'에서 10대 소녀 3명의 살인 과정을 생중계한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를 추종하는 의문의 여성을 다룬 작품이다.

영화는 충격적인 소재와 독특한 시각으로 연쇄살인 장르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냈다.

사건의 발단이 된 '레드 룸'은 접속자나 서버를 추적하기 어렵기 때문에 범죄의 온상이 된 다크웹의 괴담 중 하나로, 고문, 살인, 강간 등 끔찍한 범죄가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가상의 온라인 공간.

<레드 룸스>는 '레드 룸'에서 연쇄살인을 저지른 '슈발리에'(맥스웰 맥케이브 로코스)의 재판으로 시작되지만, 관객이 기대하는 방식으로 '슈발리에'의 살해 동기나 그의 정체를 파헤치는 전개로 이어지지 않는다.

대신, 영화는 '슈발리에'의 재판을 지켜보는 '켈리앤'(줄리엣 가리에피)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켈리앤'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매번 재판에 참석하며 사건에 집착하는데, 감독은 '캘리앤'의 행동을 '하이브리스토필리아'(흉악 범죄자에게 매력을 느끼는 성적 도착증)로 설명한다.

파스칼 플란테 감독은 살인범에게 매혹되는 여성들의 이야기에 주목했다.

예를 들어 20세기 최악의 살인마로 불린 찰스 맨슨은 35명을 살해한 죄로 수감 중에도 매년 약 20,000통의 편지를 받았으며, 그중 일부는 청혼을 제안하는 내용이었다.

영화는 살인범을 배제하고 '켈리앤'이라는 수수께끼 같은 여성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감독은 '켈리앤'의 과거를 의도적으로 생략해, 특정 사건이 '켈리앤'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설명을 피했다.

대신, '켈리앤'이 살인범과 피해자에게 매혹되듯, 관객 또한 '켈리앤'에게 묘한 매력을 느끼게 하며 불편한 여운을 남긴다.

파스칼 플란테 감독은 오늘날 미디어가 자극적인 이미지를 아무렇지 않게 소비하게 만들고, 그 결과 사람들이 분노나 연민 대신 무관심을 느끼게 된다고 지적했다.

범죄에 혐오감을 느끼기보다는 매혹되기 쉬운 사회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

감독은 <레드 룸스>는 이러한 현대 사회의 문제에 대한 예술적 답변으로 보았다.

그는 "<레드 룸스>는 우리 사회의 범죄에 대한 집단적 매혹을 반성하고 비판하는 일종의 '반(反) 연쇄살인범 영화'"라고 설명하며, 기존 연쇄살인 장르의 관습을 거부한 이유를 밝혔다.

또한, "이 영화가 인간 본성의 가장 어두운 부분으로 깊이 파고들어 관객들에게 놀라움과 오랜 불편함을 남기길 바란다"라며,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느끼길 원하는 바를 전했다.

<레드 룸스>의 특징 중 하나는 주인공 '켈리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독특한 캐릭터 설정과 이를 완벽히 소화해 낸 배우들의 연기다.

영화는 기존의 범죄 스릴러와 달리 살인범이나 피해자의 시점에 집중하지 않고, 그 주변 인물들의 복잡한 내면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주인공 '켈리앤'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캐릭터로, '켈리앤'은 연쇄살인범에게 이상할 정도로 집착하지만, 그 이유는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다.

캐나다의 라이징 스타 줄리엣 가리에피는 <레드 룸스>에서 자신의 첫 장편 주연을 맡아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 관객들에게 혼란과 몰입을 동시에 제공한다.

'켈리앤'은 한편으로는 차가울 정도로 이성적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감정에 휘말리는 불안정함을 보인다.

줄리엣 가리에피는 이러한 양면성을 강렬한 시선 처리와 미세한 표정 변화로 담아내어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줄리엣 가리에피는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를 떠올리며 "'켈리앤'과 나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었지만, 다층적인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어 자랑스러웠다"라고 말하며, "캐릭터에 몰입하지 않기 위해 '켈리앤'의 과거를 탐구하지 않았고, 각 장면에만 집중하려고 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하이브리스토필리아'에 대한 자료와 범죄 팟캐스트를 매일 접하며 피폐해지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고백하며 복잡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과정에서 겪은 후유증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줄리엣 가리에피는 <레드 룸스>를 통해 27회 판타지아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캐나다의 오스카상'인 25회 이리스상 올해의발견상을 받으며 연기력과 스타성을 입증했다.

한편, '켈리앤'과 '클레망틴'의 관계 또한 <레드 룸스>의 핵심 축이다.

'클레망틴'은 '켈리앤'과 묘한 감정적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점차 깊어지는 우정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두 캐릭터의 관계는 단순한 친구나 동료를 넘어, 서로의 복잡한 내면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감정의 흐름을 담고 있다.

'클레망틴'을 연기한 로리 바빈은 순수한 소녀 같은 모습과 '슈발리에'의 무죄를 입증하려 할 때 드러나는 광기를 통해 극의 긴장감을 고조한다.

로리 바빈 역시 이 영화로 주목받으며, 27회 이리스상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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