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나>"공짜 라운드 욕심에 클럽챔피언 도전.. 12번 챔프 먹었죠"

송삼원 ㈜태봉산업 대표
독학으로 골프를 배워 4년 만에 첫 클럽챔피언이 됐다. 그리고 12차례 클럽챔피언을 차지했다. 송삼원(51) ㈜태봉산업 대표의 경력은 화려하다. 그의 ‘클럽챔피언 정복기’를 듣자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경남 양산과 울산에서 사업체를 운영 중인 송 대표가 연말을 맞아 지인을 만나기 위해 서울을 찾았던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효창골프연습장에서 그를 만났다. 송 대표의 ‘골프 이야기’를 들을수록 입이 딱 벌어졌다.
송 대표는 1999년 11월 골프를 처음 시작했다. 구력은 16년 정도. 2004년 동부산골프장을 제패한 것을 시작으로 보라골프장과 통도골프장에서 4차례씩, 동부산골프장 3차례, 에이원 골프장 1차례 등 부산·경남지역에서만 12차례 클럽챔피언 트로피를 안았다. 이 가운데 동부산과 보라골프장에선 내리 3연패를 차지하며 ‘명예 챔피언’이 됐다. 명예 챔피언이란 클럽챔피언에서 더 이상 적수를 찾을 수 없으니, 대회에 나오지 않아도 계속 챔피언으로 대우해주겠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송 대표는 아마 고수들만 참가한다는 전국 규모의 아마추어대회도 30차례 넘게 석권했다.
송 대표는 골프 시작 2년도 채 안 돼 에이원골프장 클럽챔피언전에 출전했다. 송 대표는 “클럽챔피언에 도전한 건 염불보다 잿밥에 끌렸기 때문”이라며 “챔피언이 되면 그린피를 내지 않고 공짜로 라운드할 수 있기에 클럽챔피언이 되고 싶었다”고 밝혔다. 부킹이 어려웠던 시절이지만 클럽챔피언은 언제라도 원하는 시간대 티 타임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매력이었다.
송 대표는 첫 출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엄밀히 따지자면 우승이었다. 당시 우승자가 부정행위를 한 사실이 시상식이 끝난 다음에야 밝혀졌기 때문이다. 골프장에서는 챔피언을 박탈하는 선에서 덮었다. 송 대표는 첫 도전에서 챔피언 타이틀을 도둑맞은 셈. 하지만 송 대표는 “골프에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168㎝, 58㎏인 송 대표는 이야기 도중 대뜸 자신의 상의를 들추더니 “골프를 잘 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이라고 말하면서 선명한 ‘초콜릿 복근’을 가리켰다. 송 대표는 드라이버 샷을 260∼270m 날린다. 프로들과 비교하더라도 비거리는 뒤지지 않는다. 장타자인 신용진 프로와 2005년 프로암에서 같은 조에 묶여 플레이했을 때의 일화다. 송 대표의 고향 선배인 신용진은 페어웨이에 5m쯤 앞에 떨어진 볼에 다가섰다가 송 대표의 볼로 확인되자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송 대표는 당시 프로를 제치고 ‘롱기스트 상’을 받았다.
송 대표의 장타 비결은 ‘임팩트’다. 송 대표는 “우선 상체를 꼬아줬을 때 왼쪽 다리가 버텨줘야만 거리가 난다”며 “헤드업을 하면 임팩트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 볼을 때린 뒤 끝까지 봐야 낮게, 길게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또 “아마추어들은 임팩트 이후 곧바로 어깨가 들려 올라오기에 거리손실이 크다”며 “힘을 적재적소에 쓰지 못하는 것에서 차이가 난다”고 덧붙였다. 송 대표는 박인비의 스윙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송 대표는 “박인비는 얼리 코킹을 하면서도 클럽이 내려오는 게 매번 똑같이 정확하기에 늘 일관된 샷을 하고, 그래서 실책이나 부상이 없다”고 분석했다.
엔지니어 출신인 송 대표는 1995년 지금의 회사를 창업했고, 두 곳의 공장에서 차량용 시트 커버 등에 사용하는 우레탄 발포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연 매출 600억 원 규모. 자동차로 따지면 연간 300만대에 들어가는 분량을 현대차와 대우차, 기아차 등에 제공하고 있다.
송 대표는 여느 주말골퍼와 다름없다. 회사일 때문에 주중에는 라운드를 거의 못한다. 골프모임에 가입하지 않았고, 골프장의 싱글 모임에도 나가지 않는다. 연습량도 거의 없다. 간혹 클럽챔피언이나 전국아마추어대회를 앞두고 연습장에서 몸을 푸는 게 훈련의 전부. 송 대표는 또 초보시절부터 지금까지 하루에 연습 볼 200개 이상을 넘기지 않는다. 대신 볼 하나라도 신중하게 치는 편. 타석을 기준으로 부채처럼 넓게 활용해 사용하는 편이다.
송 대표는 어프로치 샷을 굴리지 않고, 무조건 띄워서 친다. 남들은 겉멋 들었다고 하지만 굴려서 하면 재미가 없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미들아이언부터는 그린에 백 스핀을 주며 프로 샷처럼 바로 세울 수 있다. 그래서 간혹 라운드 중 골프 백을 1m 앞에 세워 두거나, 동반자를 앞에 두고 띄워 치는 ‘로브 샷’도 곧잘 한다.
송 대표는 레슨비가 아까워 독학으로 골프를 배웠다. 연습장 휴게실에 널려 있던 골프 잡지의 레슨이 그의 유일한 ‘코치’였다. 레슨과 관련된 부분을 몇 장씩 찢어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시간 날 때마다 외우고 또 따라 했다. 1주일 만에 필드에 나가 드라이버 대신 7번 아이언으로만 109타를 기록했다.
송 대표의 기록은 나열하기가 어려울 만큼 풍성하다. 언더파는 물론, 60대 타수를 기록한 것도 100여 차례나 된다. 10년 전 경남 양산시장배 아마추어대회에선 챔피언 티에서 7언더파 65타를 쳤다. 그의 ‘공식대회 최저타’ 기록이다. 비공식대회에서는 지난 8월 부산 해운대비치골프장 백 티에서 8언더파 64타를 친 게 최저다.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뽑아내며 전반에 31타, 후반에 33타를 쳤다. ‘9홀 기록’은 이글 1개와 버디 5개, 29타를 친 적도 있다. ‘최다 버디’는 6개 홀 연속. 2008년 동부산골프장 챔피언전 마지막 날 7타 뒤지다 역전승한 적도 있고, 통도 골프장 챔피언전에선 연장 9번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했다. 이글은 300개가 넘지만 홀인원은 에이원골프장 215m 거리의 파 3홀에서 4번 아이언으로 딱 한 번 경험했다. 홀인원은 그린에 떨어져 굴러가야 확률이 높은데, 송 대표의 구질은 스핀을 먹고 바로 서기 때문이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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