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이 주는 깊은 맛의 미(味)학 '일본식 우동'
우리나라 사람의 면(麵) 사랑은 각별하다. 이에 못지않게 일본 사람들의 면 사랑 또한 유별나다. 블룸버그와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의 2015년 3월22일 발표자료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연간 면 소비량 1위가 한국, 2위가 일본이었다. 면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두 나라지만 차이점은 있다. 한국은 국물을, 일본은 면발을 중요시한다. 한국은 뜨끈하거나 시원한 국물 맛으로, 일본은 면이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느낌, 면발 맛으로 먹는다. 이런 두 나라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면요리가 있는데 바로 우동이다. 일본인에게 우동은 엄마와 고향을 그리는 기억의 맛이고, 한국인에게는 추운 겨울날 언 속을 녹여주던 추억의 맛이다.
일본에서 탄생한 ‘일본식 우동’
우동의 기원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최초의 면은 중국에서 만들어져 일본에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헤이안시대에 당(唐)에서 유학하던 승려 고보(弘法)가 밀과 함께 우동 만드는 법을 일본으로 들여왔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다. ‘우동’이라는 단어는 중국의 혼둔 또는 곤동(混飩)이라 불리는 음식 이름이 변형되었다는 말도 있지만, 허균의『도문대작』에는 중국에 오동(吳同)이라는 사람이 실국수를 만들었기에 그 이름을 따서 오동이라고 불렀다는 내용도 있다.

우동의 시초가 중국일 가능성은 크지만 오늘날 널리 사랑 받는 우동의 발원지는 일본이다. 메이지시대에 제면기계가 개발되어 면의 소비가 증가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소맥분의 원활한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우동시장이 잠시 주춤했지만, 1960년대에 우동을 파는 식당 점포수가 3,000개 이상으로 늘었다. 이렇게 우동은 일본의 대표 서민음식으로 자리잡았으며 그 후 지역별 식문화와 만드는 방법, 먹는 방법, 올라가는 재료에 따라서 다양한 우동으로 발전되었다.
사누키, 미즈사와, 이나니와, 일본 3대 우동
일본에서는 보통 카가와현의 ‘사누키’, 군마현의 ‘미즈사와’, 아키타현의 ‘이나니와’우동을 일본의 3대 우동이라고 말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중성 있는 우동은 카가와현의 사누키우동이다. 사누키는 카가와현의 옛이름이다. 사누키 우동의 특징은 탄력 있는 면발이다. 카가와현은 강수량이 적은 지역으로 쌀 보다는 밀 생산이 잘되는 곳이다. 카가와현은 풍부한 식재료를 사용 할 수 있었던 오사카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재료로 맛을 내야 했다. 때문에 면발의 품질에 집중했을 것이다. 카가와현의 지역적 환경이 오늘날의 ‘면발이 맛있는’ 사누키우동을 탄생시켰다.
이나니와면은 옛적 왕과 귀족들에게 진상하던 아키타현의 특산품이다. 사누키면은 면의 탄력을 높이기 위해 발로 밟아 반죽하지만, 이나니와면은 진상품으로 사용되었기에 전통을 이어 손으로만 반죽한다. 반죽 후 길게 잘라 두 개의 철 막대 사이에 면을 감고 막대를 양쪽으로 잡아 늘린다. 그 후 숙성과 밀대로 밀고 늘리는 과정을 반복하며 그늘에서 말려준다. 이 과정은 2주 이상 소요된다. 이나니와면은 건(乾)우동이며, 얇고 납작하다. 선별작업을 거치기 때문에 반듯하고 일정한 면을 자랑한다. 우리나라의 칼국수면과 비슷한 모양새다.
400년 역사를 가진 군마현의 미즈사와면은 이야기가 있는 우동이다. 군마현은 추운 기후로 인해 눈이 많이 내리고 온천욕이 발달했다. 일본인들에게 미즈사와 우동은 ‘온천욕 후 고소한 튀김과 함께 즐기는 시원한 자루우동’으로 인식되어있다. 밀가루 반죽을 발로 밟아 펴고 숙성시키는 과정을 열 번 이상 반복한다. 쫄깃하고 굵은 면발이 특징이다.

따뜻하게 혹은 차갑게 즐기는 한국식 vs. 일본식 우동
일반적으로 한국인에게 우동이란, 눈발이 흩날리는 겨울날 종종걸음으로 포장마차에서 언 몸을 녹이며 후후 불어먹었던, 뜨거운 국물이 있는 우동이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우동을 가케우동(かけうどん)이라고 한다. 면을 삶아 다시마와 가다랑어포 등으로 맛을 낸 뜨거운 국물과 함께 먹는다. 휴게소에서 먹던 짧짤하고 단맛이 강한 우동은 진간장을 사용한 동경(東京)식 우동이다. 사누키식 우동은 연간장을 사용하여 단맛이 적고 구수하다. 가마아게우동(かまあげうどん)은 면을 삶아 면수(麵水)와 함께 담고, 츠유소스에 찍어먹는 따뜻한 우동이다. 일본의 가정식 우동이라고 할 수 있다. 카마타마우동(かまたまうどん)은 따뜻한 면에 날계란을 깨뜨려 비벼먹는 우동이다. 기호에 맞게 츠유소스를 넣어 먹는다. 따뜻한 면의 온도에 의해 날계란이 익으면서 고소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일본인들이 사랑하는 우동은 차가운 우동이다. 면의 온도가 낮을수록 면발 속 수분분자의 활동력이 낮아져 조직이 치밀한 상태를 유지한다. 차가울수록 면의 탄력은 살아난다. 한여름 우리네 어머니들이 비빔국수를 해줄 때, 기껏 삶은 소면을 찬물에 벅벅 씻어냈던 이유와 같다. 대표적인 차가운 우동은 붓가케우동(ぶっかけうどん)과 자루우동(ふくろうどん)이다. 붓가케우동과 자루우동 모두 면발을 삶은 뒤 찬물에 씻고 츠유소스를 곁들여 먹는다. 다만 붓가케우동은 츠유소스를 부어서 비벼먹고, 자루우동은 찍어먹는다. 일본을 고유의 우동 맛은 차가운 우동을 먹을 때 알 수 있다.
울산시 남구에 위치한 <;아키라>;는 사누키우동 전문점이다. 일본 전통의 붓가케 우동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아키라>;의 민현택 대표는 카가와현의 유서 깊은 우동집 오카타야(小縣家)에서 직접 조리기술을 전수받았다. 일부 채소류를 제외한 모든 식재료는 일본에서 공수해 사용하고, 전통 방식으로 반죽하여 일본에서 전수받은 그대로 구현한다. 붓가케우동은 <;아키라>;의 대표 메뉴다.
10~15분 동안 잘 삶은 면은 찬물로 씻어 그릇에 담는다. 그 위에 고소한 참깨와 향긋한 실파, 생강과 양파 조금을 고명으로 올린다. 츠유소스는 따로 담아낸다. 이렇게 만든 <;아키라>;의 붓가케우동은 일본 전통 사누키우동 고유의 살아있는 코시(こし:면발의 탄성)를 자랑한다. 츠유소스의 감칠맛과 더해져 단순하지만 깊은 맛을 낸다.
글·사진 김영조(월간외식경영 외식콘텐츠 마케팅 연구소)
<;아키라>; 울산시 남구 왕생로 62번 길 15-1, 052-267-0840
영업시간 11:30~21:00(매주 월요일 휴무, 브레이크 타임 15:00~17:00)
메뉴 붓가케우동 7000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면·육수·겉절이' 삼박자가 이뤄내는 절묘한 하모니
- 일본 음식 열풍의 시초 '일본식 라면'
- 소·돼지·닭 동시 전염병에 밥상 물가 ‘들썩’
- 美 연방대법원 상호 관세 무효 판결...정부는 신중 대응 기조 “국익 최우선, 금융 동향 면밀 점
- 5선 윤상현 참회록 “제 탓입니다...당 변화하고 혁신해야”
- 美 상호관세 위헌 판결…관세청, 수출기업 관세환급 지원키로
- 올해 베를린영화제 최고상은 독일·튀르키예 영화 ‘옐로우 레터스’
- 위성락 “한·미·일 협력, 보다 넓은 지역의 평화·번영에 기여할 것으로 확신”
- 최태원 “1000억 달러 이익? 1000억 달러 손실 될 수도… 변동성 매우 크다”
- 러시아 “한국, 어떤 형태로든 우크라 무기 지원 참여시 보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