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돌아온 '캡틴' 박상하 "이제 웃는 날만 올까요?"

(인천=뉴스1) 이재상 기자 = "저는 팀을 한 번도 안 옮겼는데 유니폼이 정말 많아요(웃음)."
프로배구 우리카드의 주장이자 국가대표 센터인 박상하(29·197㎝)는 2015-16시즌을 맞아 새롭게 바뀐 유니폼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23일 우리카드의 훈련장인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만난 박상하는 "군대 갔다 왔더니 나도 모르게 최고참이 됐다"고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2008년 우리캐피탈 창단 멤버로 프로 무대에 나선 그는 어느덧 책임이 부쩍 커진 모습이다.
지난 7월 청주서 열린 KOVO컵 대회에서 허벅지 근육 파열 부상을 당해 팀이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것을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다. 박상하는 "우승이란 게 이런 것인가 싶었다. 그만큼 정말 기뻤는데 한편으론 다쳐서 결승 무대에 나가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래도 선수들이 힘들었던 것을 알기에 진심으로 축하해줬다"고 말했다.
◇ 최고참이 된 프랜차이즈 스타
우리카드는 2008년 우리캐피탈로 창단한 이후 많은 부침을 겪었다.
우리캐피탈(2008~2011.10)은 이후 드림식스(2011.10~2012.08), 러시앤캐시(2012.08~2013.06)를 거쳐 현재의 우리카드(2013.07~)로 바뀌었다. 모기업이 없어 KOVO의 위탁 관리를 받기도 했고 러시앤캐시의 네이밍 마케팅도 있었다. 여기에 지난 시즌 우리카드가 팀 해체를 선언하면서 바닥을 겪기도 했다.
박상하는 "전 팀이 바뀐 적이 없는데 유니폼이 자주 바뀌었다"고 조금은 씁쓸하게 웃음을 지었다. 오히려 덤덤하게 이야기하는 박상하의 말 속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박상하는 김남성 초대 감독부터 지금의 김상우 감독까지 여러 명의 사령탑도 경험했다. 그는 우리캐피탈에서 뛰었던 첫 외국인 세터 블라도의 토스를 회상하며 "그땐 토스가 너무 빨라서 어떻게 때려야할지 몰랐는데 지금이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블라도가 정말 좋은 세터였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박상하는 "입단한 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면서 "시련을 겪으며 배구에 대한 간절함이 커졌다. 선수들 모두가 독기가 생긴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상하는 "지금은 모든 게 너무 좋다. 숙소, 체육관 등 구단에서 지원을 너무나 잘 해주신다. 우린 배구만 잘 하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 박상하가 그리는 장충체육관 우리카드는 2015-16시즌을 앞두고 연고지를 아산에서 서울 장충체육관으로 옮겼다. 엄밀히 말하면 2012년 드림식스 시절 이후 다시 서울로 복귀한 것이다.
박상하는 "장충체육관을 떠올리면 짠하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그때 같이 뛰었던 멤버 중에 지금 (김)광국이 정도 밖에 없다. 내겐 참 추억이 많은 장소다"고 덧붙였다. 박상하의 기억 속에서는 장충체육관에서 뛰었던 2012년 마지막 경기의 장면이 생생한 듯 했다.
우리카드는 그 동안 많은 트레이드를 통해 주축 선수들이 팀을 떠났다. 박상하와 함께 장충에서 활약했던 박주형(현대캐피탈), 신영석(상무·제대 후 현대캐피탈 이적), 강영준(OK저축은행), 이강주(삼성화재) 등은 새 팀에 둥지를 틀었다. 여기에 김정환, 안준찬은 현재 상무에서 복무 중이다.
박상하는 "군대에서도 (신)영석이랑 같은 방을 썼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그런 묘한 기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재도약을 위해 입술을 꽉 깨물었다.
박상하는 "이제 다시 장충으로 돌아가게 됐다. 새로운 동료들과 그때 이상으로 더 좋은 경기를 하고 좋은 추억을 쌓고 싶다. 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해피엔딩을 꿈꾸는 박상하
박상하는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도 배구 이야기가 나오면 표정이 진지하게 달라졌다. 박상하는 "컵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다. 냉정하게 우린 지난 시즌 3승에 그쳤고 최하위로 바닥을 찍었다"고 했다.
김상우 감독은 제대 후 팀에 합류한 주장 박상하에게 쓴 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은 "언제부터 국가대표 박상하에 만족할 것이냐"며 "이젠 정말 달라져야 한다. 이전에 좋았던 기억들을 지우고 다시 독하게 뛰자"고 독려했다.
팀 내 주장 완장을 차게 된 박상하는 부담감보다 책임감이 커졌다. 한결 성숙해진 그는 "감독님이 강조하시는 것처럼 '독한 배구'를 하기 위해 선수들 모두가 똘똘 뭉쳐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훈련양 만큼은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을 것이라 자신한다"고 말했다.
박상하는 이젠 높은 곳만 바라보겠다고 다짐했다.

"우리 팀은 꼴찌였다.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면서 "쉽게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팀이 될 것이다. 악으로 끝까지 버티면서 매 경기 도전정신을 갖고 배운다는 자세로 경기에서 모든 것을 쏟아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상하의 목표는 단 하나다. 개인적인 목표도 지운지 오래다. 오직 팀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마음가짐 뿐이다.
그는 "프로에 와서 배구를 하면서 시즌이 끝나고 팀 동료들끼리 환하게 웃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부디 이번 시즌에는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도 진출하고 우리끼리 웃으면서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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