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0일 만의 선발..흔들림 없는 '봉'
야구 한·일전을 상징하는 투수들은 모두 왼손이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일본을 무너뜨린 것은 ‘일본 킬러’ 구대성이었다. 이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베이징 올림픽에서 일본을 잡아낸 투수들 역시 좌완이었다. 4일 청소년 대표팀은 비록 일본을 상대로 0-12로 대패했지만, KBO리그 ‘일본 킬러’ 좌완들은 부활을 알렸다.
LG 봉중근(35)은 지난달 24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며 선발 복귀를 준비했다. 2012년 마무리를 맡기 시작한 뒤 올 시즌이 4년째였다. 2009년 WBC 때 일본전 호투로 ‘봉 의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 정근우 ‘복수의 홈런’ 한화 정근우가 4일 대전에서 열린 프로야구 넥센과의 경기에서 상대투수 양훈의 몸쪽 공을 가까스로 피한 뒤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왼쪽). 정근우가 이어진 양훈과의 승부에서 좌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친 뒤 홈으로 들어오고 있다. 대전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
봉중근은 선발로 뛰었던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류현진, 김광현과 함께 리그를 대표하는 왼손 에이스로 군림했다. 82경기에 나서 33승(29패)을 따내는 동안 3점대 이하의 방어율을 유지했다.
LG 양상문 감독은 4일 잠실 KT전을 앞두고 “경험이 많은 선수라 선발에 대한 중압감은 없을 것으로 본다. 선발로 뛸 때 봉중근은 로케이션이 좋은 선수였는데 마무리를 맡게 되면서 그 중압감으로 공이 높아졌다. 오늘 투구를 한 번 지켜봐야겠다”고 말했다.
양 감독의 말대로 봉중근은 역시 경험이 풍부한 투수였다. 무려 1570일 만의 선발 등판이었음에도 긴장하지 않고 자신의 투구를 다했다.
이날 봉중근은 4이닝을 던져 안타 3개와 볼넷 1개를 내주고 1실점했다. 투구수는 64개였다. 선발 전환 첫 경기여서 투구수 조절 때문에 승리투수 요건은 갖추지 못했지만, 4회 댄 블랙에게 맞은 솔로홈런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흠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투구를 했다.
베테랑답게 3회 맞은 유일한 위기에서도 무실점으로 막는 침착함을 보였다. 2사 후 오정복에게 볼넷, 이대형에게 좌전 안타를 맞고 2사 1·2루에 몰린 뒤 KT 최고의 타자 앤디 마르테를 상대한 봉중근은 5구 만에 바깥쪽 꽉 차는 공으로 스탠딩 삼진 처리하며 위기를 벗어났다.
봉중근의 선발 복귀를 반기듯, LG 타자들도 힘을 냈다. 임훈(4타수4안타 3득점)과 정성훈(4타수2안타 3타점), 박용택(3타수3안타 2타점) 등이 공격을 이끈 LG는 장단 14안타를 터뜨리며 KT에 8-1 완승을 거뒀다.
또 한 명의 ‘일본 킬러’ SK의 에이스 김광현도 빼어난 피칭으로 팀을 연패에서 구했다. 김광현은 베이징 올림픽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8이닝 2실점(1자책)으로 팀의 결승전을 이끌었다. 김광현은 전날 14점을 허용했던 삼성 타선을 8이닝 1실점으로 꽁꽁 틀어막고 시즌 12승째를 챙겼다. 1회초 상대 타자 3명을 모두 삼진으로 잡고 통산 1000탈삼진(역대 27번째)도 달성했다. 완봉승을 기대할 만했던 8회, 이승엽에게 1점 홈런을 내준 것이 이날의 유일한 실점이었다.
김광현은 약점이었던 볼넷도 1개로 줄였다. 주자가 쌓여도 흔들리지 않으며 최근 5연패를 당하며 흔들리는 팀 분위기를 홀로 끌어올렸다. 에이스다운 피칭으로 꺼져가던 SK의 5강 불씨를 힘겹게 되살렸다. SK의 9-1 승리.
롯데 역시 좌완 선발 레일리의 8이닝 1실점 호투 속에 KIA에 4-1로 이기고 4연승을 달리며 연패에 빠진 KIA를 7위로 끌어내렸다.
<잠실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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