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티켓다방에 정착한 그녀들의 '대한민국'
농한기 농민들을 상대로 탈북여성들이 성매매하는 곳. 마을 남성들이 아침부터 하루를 보내면서 탈북여성들에게 주머니를 '탈탈' 털리는 곳. 한 마을에 티켓다방 4~5곳, 그곳에서 일하는 탈북여성이 수십 명. 경기도 화성에 있다는 이 마을에 대해 들은 이야기는 대충 이런 것이었습니다.

궁금했습니다. 죽을 각오로 탈북을 선택한 이 여성들은 왜 한국에서 '티켓다방'에 정착했을까. 북한 사회주의 사회에서 살았던, 순결의식과 자존심이 누구보다 강하다는 이 사람들에게 자본주의 남한의 성매매 시장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인구 천 명도 채 안 되는 작은 마을에서 이 여성들의 존재는 어떤 의미일까.
취재진은 사흘 밤낮을 이 마을에서 보냈습니다. 손님을 가장해 다방에 들어가 보고, 노래방, 술집, 모텔에서 이 여성들을 만났습니다.
동네 노래방에서도, 술집에서도 '북한 아가씨를 불러달라'고 하면 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길을 가는 주민을 붙들고 어디에 가면 북한 아가씨를 만날 수 있느냐고 물어보면 북한을 연상시키는 다방 이름들을 술술 불러줍니다. 성매매 비용까지도 넌지시 일러줍니다.


이 사람들이 일하는 이른바 '티켓다방'. 이곳에서 탈북여성들은 먼저 노래방엘 가자고 하고, 노래방에 가면 술집에 가자고 하고, 2차(성매매)이야기도 먼저 꺼냅니다.
대부분은 30대 중반에서 40대 후반입니다. 인신매매로 중국에 살다 한국으로 들어온 사람, 어린 아들을 중국에 두고 한국으로 온 엄마, 다섯 형제를 북한에 남겨두고 혼자 온 큰 언니... 한국에 입국한 사연도 다양합니다.
주인도 탈북여성이고 일하는 여성들도 탈북자들입니다. '티켓' 가격의 절반을 가져가는 데도 의지할 데 없는 탈북여성들은 주인을 엄마처럼 여기고 따릅니다.


'티켓다방' 여성들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 탈북자임을 숨김없이 이야기했습니다. 고통스러웠을 탈북 과정도 어려움 없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중국에, 북한에 남겨 놓은 가족들의 절절한 사연도 털어놨습니다.
낯선 사람에게 이렇게 스스럼없는 이유는 '티켓다방'에 정착할 수밖에 없는 까닭과 맞닿아 있습니다. 어렵다고 이야기할수록, 사연이 절절할수록 남성들은 이 여성들에게 한 푼이라도 더 쥐여줬습니다. 탈북여성들은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손에 쥐는 방법을 체득하고 있었습니다.
지난달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입국한 탈북여성은 2만여 명. 전체 탈북자의 70%입니다. 80% 이상은 중국에 있을 때 노동을 하거나 집안일을 했고, 학력 수준도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수준인 사람이 70% 이상입니다.
하나원에서 일정 기간 교육을 받고 나오면 대부분 공장이나 식당에서 일합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받는 월급은 150~170만 원. 북한 사람이라고 멸시받기도 일쑤여서 조선족 행세를 하는 게 더 대접을 받을 때도 있다고 했습니다.
북한에, 중국에 있는 가족에게 돈도 보내야 하고, 또 가족을 데리고 와야 하고, 낯선 땅에서 세금 내고 먹고살아야 하고... 먼저 온 탈북여성으로부터 '티켓다방' 이야기를 들으면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서보혁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이 새터민들을 '신 이산가족'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헤어진 가족을 부양하고 또다시 만나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는 이 여성들에게 지금 '빨리 많은 돈을 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였습니다.
작은 동네는 동네대로 이들의 존재로 멍들고 있습니다. '티켓다방'들에서 불과 100~200미터 떨어진 파출소는 '티켓다방' 운영은 물론 성매매 사실도 모두 알고 있다고 '쿨'하게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인력탓, 현장을 잡을 수 없다는 단속의 어려움 탓만 하면서 지금도 수수방관하고 있습니다.
목숨을 걸고 한국행을 택한 이들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받아들인 이상 이들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그리고 함께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도록 조금 더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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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희기자 (thimbl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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