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이 키운 명작, 한국 뮤지컬 古典 되다
"'명성황후가 사대주의 외교를 한 탓에 암살됐다'는 적반하장 격 생각을 지닌 일본인이 있다면 이 뮤지컬을 꼭 보여주고 싶다."(연출가 윤호진)
뮤지컬 '명성황후'의 20주년 기념 공연이 10일 막을 내린다. 이날은 한국 뮤지컬사(史)에 한 획을 그은 날로 기억될 만하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처럼, 한국에서도 20년 동안 롱런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는 대형 창작 뮤지컬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7월 28일 개막한 '명성황후'는 2200석의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평균 80% 이상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명성황후'의 성공 요인을 분석해 본다.

◇'한국적 뮤지컬'의 호소력
1995년 을미사변 100주년을 맞아 초연된 '명성황후'는 왕비 시해(弑害)와 국권 침탈이라는 비극적인 역사의 무게가 오히려 '한국인이 꼭 봐야 할 뮤지컬'의 반열에 오르게 하는 요소가 됐다. 특히 베르디 오페라를 연상케 하는 장엄한 피날레 '백성이여 일어나라'는 비극을 의지로 승화시켜 많은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세계화와 여권(女權) 신장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명성황후는 '열강 사이의 국가 생존을 위해 노력한 여성 선각자'로 재평가됐다. 이유리 한국뮤지컬산업연구소장은 "'명성황후'는 한국 관객에게 단순히 공연을 관람한다는 것 이상의 문화적 가치와 감흥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끈질긴 '뚝심'이 빛을 보다
일시적인 '애국심 마케팅'이 아니라 계속 작품의 생명력을 이어가려는 노력을 기울인 것 역시 '명성황후'의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제작과 연출을 맡은 윤호진은 작품의 세계화를 위해 1997년 미국 브로드웨이 진출을 시도해 좋은 평을 얻었고,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2002년)와 일본 구마모토(2009년)에서도 공연했다. 작품의 업그레이드도 계속됐다. 올해 버전에서는 극 전개와 음악 템포에서 속도를 더했고 임오군란 장면을 추가 보완했다. 또 과거 한 차례 실패했던 2층 구조의 상승 무대를 성공적으로 넣었다.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명작'의 출현을 지속시키기 어려운 창작 뮤지컬 시장에서 '명성황후'는 희귀한 작품"이라고 했다.
◇창작 뮤지컬 파워의 선봉
'뮤지컬 배우 사관학교'라 불렸을 정도로 뛰어난 역량을 갖춘 배우들의 등장도 주목할 만하다.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명성황후 역을 맡았던 이태원은 탁월한 가창력과 카리스마를 통해 스타로 떠올랐으며, 올해 주연인 김소현과 신영숙도 그에 못지않다는 평을 받았다. 관객의 정서를 휘어잡아 귀에 감기는 음악을 작곡한 대중음악가 김희갑, 뮤지컬 무대의 새로운 장을 연 무대디자이너 박동우, 600벌의 화려한 의상을 무대에 올린 의상디자이너 김현숙 등 스태프의 역량도 뛰어났다.
'명성황후'는 오는 18~19일 제주 공연을 시작으로 인천(10월 9~10일), 부산(12월 12~13일), 대구(12월 19~30일) 등 내년 초까지 전국 15개 도시 순회 공연을 하게 된다. (02)2250-5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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