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yle 4060 >'色시하게'.. 그 남자의 연출법



패션은 소통이다. 옷을 입는다는 건 ‘말 없이’ 말하는 거다. 따라서, 신사의 스타일에선 ‘톤(tone)’ 조절이 중요하다. 옷이 바로 어조, 음색, 분위기이기 때문에. 패션 전문지와 방송에서는 종종 “톤온톤 혹은 톤인톤으로 입으세요”라고 이야기한다. 이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톤온톤과 톤인톤은 색 조합 이론의 가장 기본이 되는 법칙이다. ‘1+1=2’와 같이 정해진 공식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잘 활용하면 출근 전 옷장 앞에서, 혹은 쇼핑 중에 고민하는 일이 확 줄어든다. 그리고 점점 ‘멋남’이 되어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법칙을 이해하려면 먼저 ‘120 색상표’(위 사진)를 볼 줄 알아야 한다. 색의 세 속성인 색상(Hue), 명도(Value), 채도(Chroma) 중 색채인 색상과, 명도와 채도를 통합해 놓은 색조(톤)로 구분해 놓은 게 이 색상표다. 120색은 110개의 유채색과 10개의 무채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로축이 색상, 세로축이 색조다.
◇ 깔끔한 ‘톤온톤’ 스타일링 … 포인트를 찾아라 = 톤온톤(Tone on tone)은 색상표의 세로색 조합이다. 같은 색상 중 명도와 채도가 조금씩 다른 색상의 제품들로 조합한 배색을 말한다. 같은 톤 안에서 위, 아래로 색을 쌓아간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예를 들어 녹색의 경우 왼쪽에서 다섯 번째 G, Green이라고 되어 있다. 그 G 라인에서 탁해지고 어두워져서 명도와 채도 차이가 나는 위, 아래의 각각 다른 색들을 조합하면 녹색의 톤온톤 연출이 되는 것.
무채색을 떠올리면 더 쉽다. 남성들이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블랙, 화이트, 그레이의 조합. 블랙 슈트에 화이트 셔츠, 그레이 타이나 머플러를 하면 가장 이상적인 조합이 된다. 화이트부터 그레이를 거쳐 블랙까지 밝기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같은 톤 안에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블랙과 화이트 없이 그레이만을 활용해 톤온톤으로 입으면 상대방에게 좀 더 진중하고 깔끔한 인상을 줄 수 있다. 다만 톤온톤 코디는 색깔들이 전부 비슷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자칫 옷차림이 밋밋해 보일 수 있다. 이럴 땐 신발, 가방, 벨트 등의 액세서리를 근접한 색상으로 고르는 ‘톤인톤(뒤에서 설명)’으로 코디하면 포인트를 줄 수 있다. 더욱 멋진 차림이 완성된다.
◇ 세련된 ‘톤인톤’ 스타일링 … 계절마다 새롭다 = 톤인톤(Tone in tone)은 색상표 상의 가로 조합을 의미한다. 색상표의 가장 좌측 세로의 나열을 보면 순서대로 V(Vivid), S(Strong), B(Bright), P(Pale), Vp(Very pale), Lgr(Light grayish), L(Light), Gr(Grayish), Dl(Dull), Dp(Deep), Dk(Dark)가 나와 있는데, 이는 밝거나 어둡거나 선명하거나 탁해지거나 한 정도의 표현이다. 색상이 다르더라도 이렇게 색조(톤)가 비슷하면 전체적으로 조화롭게 보인다.
예를 들어 Pale(흐릿한) 톤인톤 조합을 맞춘다면 옷차림 내에서 색상이 노랑, 파랑과 같이 완전히 다르더라도 톤을 맞췄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어색함 없이 조화로울 수 있다. 만일 한 쪽이 흐릿한 데 반해, 다른 쪽이 진하고 선명한(Vivid) 톤이었다면 어떨까. 상의나 하의 한쪽에 시선이 쏠리는 굉장히 튀고 어설픈 차림이 되고 만다.
실제로 매장을 지나다가 마음에 드는 선명하고 밝은 옷을 사놓고 집에 와서 자신의 옷과 맞춰보니 어울리지 않아 못 입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이런 선명한 톤의 제품들은 다른 제품과 톤을 맞춰 입어야 어색함이 없다. 한국 남성들은 대개 어두운 톤의 옷이 많은 편인데 이를 선명한 컬러와 맞춰 입으려 하니 너무 튀기만 하는 차림이 되는 것이다.
톤인톤의 배색은 계절에 맞춰 활용하기 좋다. 어둡고 탁한 계열의 톤들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요즘 같은 계절에 착용하면 낭만적인 분위기도 낼 수 있고 더 따뜻해 보이는 효과를 준다. 반면 선명하고 밝고, 파스텔 톤의 색상들은 봄과 여름에 산뜻하고 시원한 느낌을 주기에 좋다.
톤온톤, 톤인톤 이론은 슈트나 재킷에 타이를 매치하는 데도 적절하다. 흐릿한 톤을 가진 슈트에는 같은 톤 안에서 흐릿한 핑크나 블루 계열의 타이를 매면 잘 어울린다. 선명한 컬러의 네이비 재킷이나 컬러 팬츠에는 좀 더 진하고 묵직한 컬러의 타이를 고르는 게 낫다.
지승렬 LF 브랜드마케팅 담당
정리 =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사진 = 지승렬·일꼬르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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