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꿈꾸는 '하늘 위 저택' 초호화 펜트하우스

‘다운사이징’ 바람에 슈퍼리치 전유물에서 일반인 품으로
바비큐 파티가 가능한 정원, 통유리 바깥으로 한눈에 들어오는 서울 야경, 초대형 벽걸이 TV…. 펜트하우스 하면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다.
‘하늘 위 저택’ ‘슈퍼리치의 전유물’로 불리는 펜트하우스 인기가 고공행진 중이다. 한동안 지나치게 비싼 가격 탓에 애물단지 취급을 받기도 했지만 요즘 분양 시장이 살아나면서 보란 듯이 인기를 회복했다.
펜트하우스가 뭐기에
▶옥상공간을 단독주택 마당처럼 활용
67억9600만원.
얼마 전 부산 해운대구에서 분양한 고급 주상복합 엘시티더샵 펜트하우스 가격이다. 전용면적이 244㎡인 점을 감안하면 평당 분양가가 7000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입이 딱 벌어지는 가격이지만, 청약경쟁률만 최고 68.5 대 1에 달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서울 주상복합단지 중 가장 비쌌던 성동구 갤러리아포레 전용 217㎡ 분양가(52억5200만원)를 훨씬 웃돌았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엘시티더샵 펜트하우스는 해운대해수욕장 바로 인근에 위치해 남해 바다, 해운대 마린시티 야경 등 다양한 조망권을 갖춘 게 장점이다. 침실 3개, 가족실 1개, 마스터룸 1개에 화장실만 4개다. 방마다 최고급 인테리어를 구현해놓은 것은 기본이다. 해운대 엘시티더샵 분양 관계자는 “84층 꼭대기에 공급되는 펜트하우스 가운데 E타입은 3면에서 해운대 바다 조망이 가능한데도 2가구밖에 공급되지 않았다. 가격보다 희소가치에 민감한 VVIP 고객에게 어필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펜트하우스는 고층 아파트와 호텔 최상층에 위치한 고급 주거 공간을 의미한다. 주로 꼭대기층에 들어선 덕분에 조망권이 뛰어난 데다 5가구 이하로 희소가치가 부각돼 상위 1% 슈퍼리치가 선호하는 ‘꿈의 주거지’로 자리 잡았다.

펜트하우스는 언제 분양 시장에 등장했을까. 1980년대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에 들어선 LG한강자이 아파트가 펜트하우스 시초로 꼽힌다. 당시 전용 304·307㎡ 규모로 단 4가구만 들어서면서 부유층의 관심을 끌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서울 강남권 한복판에 100평을 넘나드는 펜트하우스가 잇따라 들어섰다. 서울 도곡동 고급 주상복합단지 타워팰리스 54층에 전용 301㎡ 펜트하우스가 공급된 이후 삼성동 아이파크(2004년 입주), 성수동 갤러리아포레(2011년 입주) 등 서울 고급 주상복합단지마다 펜트하우스가 줄줄이 등장했고 그렇게 부유층 거주지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펜트하우스 인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탓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기도 했다. 건설사마다 아파트 분양가 거품을 빼면서 펜트하우스 공급도 주춤해졌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펜트하우스가 다시 분양 시장에 등장했다. 수도권 고급 아파트단지 펜트하우스마다 슈퍼리치 수요가 몰리면서 전성기 시절 인기를 회복했다.
지난해 말 경기 광교신도시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광교 전용 155㎡ 펜트하우스는 35.8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 전체 평균 경쟁률(20 대 1)을 훌쩍 넘어선 수치다. 분양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벌써 1억5000만원가량 웃돈이 붙었다. 지난해 10월 분양한 위례자이 펜트하우스에도 3억원 넘는 웃돈이 형성됐다는 게 인근 부동산업계 설명이다.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웃돈 20억원
펜트하우스 가격도 고공행진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강남권 펜트하우스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대림산업이 분양한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234㎡ 펜트하우스는 분양가가 35억원 정도였지만 최근 분양권 시세는 55억원을 넘나든다. 웃돈이 20억원이나 붙었다는 의미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래미안퍼스티지 전용 222㎡ 펜트하우스도 2008년 4월 당시 분양가(26억5900만원)보다 4억원 넘게 오른 30억6000만원에 팔려나갔다. 삼성동 아이파크 전용 269㎡ 펜트하우스는 지난해 말 감정가 80억원에 경매 시장에 등장하기도 했다. 타워팰리스2차 전용 244㎡ 펜트하우스는 지난해 9월 45억원에 거래됐다.
강남권 펜트하우스만 인기를 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비강남권뿐 아니라 지방 대도시 펜트하우스도 인기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45층에 위치한 271㎡ 펜트하우스는 2012년 4월 54억9913만원에 거래됐다. 분양가가 51억660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웃돈만 3억원 넘게 붙었다는 얘기다. 요즘 연예계에서 가장 핫한 배우 유아인 씨가 한동안 갤러리아포레 펜트하우스에 거주하다 최근 이사한 것으로 알려진다. 역시 인기 연예인이 많이 거주하는 곳으로 유명한 한남더힐 전용 244㎡ 펜트하우스는 지난 7월 77억원에 실거래됐다. 한남더힐은 3층짜리 건물이라 다른 펜트하우스에 비해 층수가 낮지만 워낙 지대가 높아 얼마든지 한강 조망이 가능하다. 한때 평당 분양가 기준으로 부산 최고 기록을 경신했던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2011년 입주) 인기도 만만찮다. 80층 전용 222㎡ 펜트하우스는 올 들어 30억~38억원 수준에 거래되며 서울 랜드마크단지 못지않은 인기를 증명했다.
펜트하우스가 인기를 끌면서 건설사들도 펜트하우스 공급을 쏟아내는 중이다.
롯데물산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70~71층에 공급면적 1000㎡ 안팎의 복층구조 펜트하우스를 3가구 선보일 계획이다. 부동산업계에선 롯데월드타워 펜트하우스 분양가가 3.3㎡당 1억원에 달해 국내 최고 분양가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내다본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는 “한동안 서울 강남권 고급 주상복합단지에만 들어서던 펜트하우스가 서울 비강남권, 수도권 일대로 확산되는 중이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펜트하우스 가격에 아랑곳 않고 부유층 수요가 몰리는 만큼 당분간 펜트하우스 분양가와 매매가 모두 고공행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격 거품 빠진 ‘세미 펜트하우스’ 인기
펜트하우스는 으레 슈퍼리치 전유물로 불렸지만 요즘은 사정이 다르다. 실수요자 구미에 맞춘 펜트하우스도 속속 등장하는 모습이다. 펜트하우스 트렌드는 최근 어떻게 바뀌었을까.
일단 ‘다운사이징’ 바람이 불고 있다. 2010년 이전만 해도 펜트하우스는 전용 300㎡(약 100평)가 넘는 대형 평형이 일반적이었지만 차츰 200㎡ 이하로 작아지더니 최근엔 전용면적이 100㎡ 이하인 펜트하우스 공급도 심심찮게 보인다.
서울 장위뉴타운 꿈의숲코오롱하늘채의 경우 최고 경쟁률 22 대 1을 기록한 펜트하우스 전용면적이 93㎡에 불과하다. 지난 10월 말 GS건설이 경기도 오산에 공급한 오산세교자이는 총 1110가구 가운데 최상층 50가구가 전용 75~83㎡의 펜트하우스로 설계됐다. 앞으로 서울에서 분양 예정인 펜트하우스도 대부분 전용면적이 160㎡를 넘지 않는다.
GS건설 관계자는 “중소형 평형 수요가 늘면서 아파트 전용 84㎡ 이하가 주력 평형이 되다 보니 맨 꼭대기층에 지어지는 펜트하우스 크기도 덩달아 줄었다. 부유층만이 대상이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펜트하우스도 실수요자를 겨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평면 자체도 다베이(多Bay) 판상형에 가족 단위의 실수요자를 고려해 설계하는 등 실속형으로 진화하는 추세”라는 현대산업개발 관계자 설명도 같은 맥락이다.
면적이 줄어들면서 펜트하우스 가격 거품도 조금씩 빠지는 추세다.
지난해 말 분양한 경희궁자이 펜트하우스(전용 116㎡) 가격은 10억원 초반대, 지난 4월 분양한 꿈의숲코오롱하늘채 펜트하우스(전용 93㎡) 분양가는 6억9840만원에 불과했다. 서울에서 좀 더 벗어난 자이더익스프레스 펜트하우스는 4억5900만원으로 5억원도 채 되지 않는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펜트하우스가 최소 20억~30억원대 고급형이었다면 최근에 공급되는 펜트하우스는 규모가 작아지면서 10억원대 안팎 자금으로도 분양받을 수 있게 됐다. 펜트하우스 내부 인테리어 역시 최고급 가구나 대리석 중심이 아닌 화려하지 않은 모던 스타일로 디자인이 바뀌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크기가 작아지고 분양가도 낮아진 펜트하우스를 기존의 고급 펜트하우스와 구분해 ‘세미 펜트하우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거래는 어느 지역에서 가장 많을까. 콕 집어 펜트하우스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전용면적 198㎡가 넘는 초대형 아파트 거래량을 보면 펜트하우스 거래량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다.
국토교통부 온나라부동산포털을 통해 집계되는 국내 초대형 아파트 거래 현황을 살펴보면 올 1~9월 사이 전국에서 1314건(월평균 146건) 거래가 이뤄졌다. 물량 자체가 희소한 만큼 전체 거래량(92만6425)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1%대에 그치지만 그마저도 서울, 경기, 부산, 대구 4개 지역에 거래의 77.3%가 몰려 있다. 다른 지역은 펜트하우스 거래 실적이 거의 없거나 미미하다.

▶적정 시세 애매하고 환금성 떨어져
펜트하우스가 부동산 상품으로서 투자가치가 있을까.
전문가들은 펜트하우스 구입에 앞서 조망권부터 눈여겨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중소형 평형 주택이 인기를 끌며 대형 주택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앞으로 조망권이 탁월한 펜트하우스 희소가치가 더 높아질 거란 판단이다.
실수요자는 아파트에 투자할 때 편리함부터 따지지만 고액 자산가일수록 강, 호수, 바다나 녹지가 풍부한 공원 조망권을 높이 쳐주는 경향이 있다. 서울 기준으로 보면 한강이나 양재천 조망권을 중시하는 경우가 많다. 엘시티더샵의 경우 부산 해운대 바다 조망을 자랑한다.
그렇다고 편리함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 중심업무지구 접근성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 얘기다. 아무리 전망 좋은 입지라도 교통이 불편하다면 업무지구 이동이 잦은 자산가에게는 장점이 될 수 없다. 비강남권에 위치한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펜트하우스가 인기를 끈 것도 주변에 서울숲이 위치했고 서울 도심과 강남으로 연계가 잘된 덕분이다.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펜트하우스가 값비싸 부담이라면 서울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 신도시 물량을 노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서울 외곽 지역은 한때 도심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펜트하우스 매력이 덜했지만 최근엔 판교, 위례, 광교 등 신도시마다 고속도로 접근성이 부쩍 좋아졌다. 서울 강남 접근성은 좋으면서 서울보다는 분양가가 낮다는 점이 수도권 신도시 펜트하우스의 매력이기도 하다.
다만 펜트하우스를 분양받거나 사들였다고 해서 무조건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펜트하우스는 물량 자체가 희소한 만큼 거래가 적어 원하는 때와 가격에 매물이 나오는 것도, 매물을 팔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거래가 많지 않아 ‘시세’라고 할 만한 적정 가격 파악도 쉽지 않다. 워낙 매물이 적고 인기가 좋다 보니 다른 평형보다 분양가나 매매가격이 터무니없이 높은 경우도 부지기수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대형 평형일수록, 매매가격이 높을수록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펜트하우스의 가장 큰 약점이다.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보다는 실수요 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 일러스트 : 정윤정]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32호 (2015.11.11~11.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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