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와 평화의 도시' 페낭, 그곳에선 모든 것이 공존한다.

〔페낭(말레이시아)=글·사진 강민영 선임기자〕 페낭은 한때 말레이시아의 대표적 휴양지로 꼽혔다. 말레이시아 13개 주 가운데 한 개 주인데 제주도보다 조금 작은 섬에 150만명이 밀집해 살고 있다. 일반적으로 페낭 하면 풀라우 페낭(페낭섬)을 의미한다. 광의의 페낭 개념은 페낭섬과 말레이반도의 세베랑 페라이(가장 큰 도시 버터워스)를 포함한다.
페낭섬은 제주도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최첨단 산업이 번성하고 있는 페낭은 이제 휴양지라기보다 관광지로 불리길 원한다. 에메랄드빛 맑은 바다와 아름다운 해변을 꿈꾸며 페낭을 찾은 여행자들 눈에는 다소 실망하는 눈빛이 가득하다. 바닷물이 사진에서 보았던 물색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원래 뻘이 많아 물색이 잘 안 나는 것도 있지만 공장들이 많이 들어서 바닷물은 더욱 칙칙해졌다. ‘동양의 진주’라는 애칭이 무색할 정도다.
하지만 페낭은 이러한 모든 것을 상쇄시키고도 남을 만한 매력으로 가득차 있는 곳이다. 페낭은 한마디로 과거와 현재, 다문화·다민족이 공존하는 평화의 도시요, 조화의 도시다. 덧붙여 식도락의 천국이다. 페낭(조지타운)은 200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면서 세계적인 관광지로 주목을 받았다. 2박3일 페낭에 머무르며 페낭힐과 동남아시아 최대 불교사원인 켁록시 사원(극락사), 조지타운, 페낭 거니드라이브 등을 둘러봤다.

◆페낭의 심장 조지타운과 명물 아트 스트리트
페낭주의 주도인 조지타운은 페낭의 심장이다. 식민지 시절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페낭섬의 북동쪽에 위치해 있는 영국식(콜로니컬 양식) 타운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면서 찾는 이들이 더욱 늘었다. 고색창연한 건물과 곧 쓰러질 듯한 오래된 상가건물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200년 전 과거로 쏙 들어선 듯한 분위기에 취할 수 있다. 걷거나 자전거 인력거(트라이쇼)를 이용해 답사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앙증맞은 벽화 앞에서 인증샷을 날릴 수 있는 아트 스트리트도 인기다. 오래된 건물에 그려진 벽화는 사정없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자전거 타는 남매’ 등 40여개의 벽화가 있다.
조지타운에 벽화가 등장한 사연은 이렇다. 정신이 오락가락한 한 남자가 건물 벽에 몰래 그림을 그렸다. 건물 주인이 노발대발했다. 그래도 자꾸 그림을 그려대자 결국 건물주의 신고로 감옥에 갖히게 된다. 2000링깃(1링깃은 약 320원)의 벌금도 물렸다. 그런데 그 남자가 그린 벽화가 인기를 끌자 석방돼 오히려 2000링깃을 받고 벽화를 그렸다고 한다. 그 후 건물에 멋진 벽화를 그리면 돈을 준다는 소문이 나면서 오늘의 아트 스트리트를 탄생시켰다.

페낭섬은 엎어놓은 거북이를 닮았는데 조지타운은 거북 오른쪽 발 부위에 해당한다. 1786년 영국 동인도회사 프랜시스코 라이트 선장이 처음 입국하면서 조지타운의 역사는 시작했다. 1942년 일본이 지배할 때까지 영국 식민지의 수도로 번성해 왔다.
페낭 인구의 70%가 중국인이어서 조지타운 역시 중국 부호들의 대저택이 즐비하고 관광명소로도 인기가 있다. 그 대표적인 곳이 페낭 프리나칸 맨션이다. 중국인 남자와 말레이시아 여자가 결혼해 일군 퓨전 문화인 ‘바바뇨냐’(프리나칸)의 정수를 엿볼 수 있는 대저택이다. 중국과 말레이시아 건축양식이 혼합돼 특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청말 아편거상이었던 이집 주인이 수집한 진귀한 골동품들이 집안 가득 들어차 있고 가구와 침대는 마치 황실의 그것처럼 화려하고 섬세하다. 금은보화를 전시해둔 별도 공간도 놓치지 말자.
조지타운 북동쪽 육지가 끝나는 곳에 있는 제티 수상가옥은 조지타운과는 색다른 분위기를 안겨준다. 19세기 초 국제적 항구였던 웰드 키 부두에서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갔던 중국 이주민들이 만든 가옥이다. 부두를 따라 7개의 수상가옥촌이 생겨날 정도로 번성했던 때도 있었다. 1960년대 항구 재정비로 일거리가 사라지자 수상가옥도 쇠퇴일로를 걸었다. 수상가옥으로 들어가는 다리 양쪽에는 각종 관광상품과 열대과일을 파는 가게가 줄지어 서 있다. 이곳에서 파는 코코넷빙수 맛은 기대 이상이다. 더위를 잠시나마 확 날려버릴 수 있는 비장의 카드다.
◆페낭힐

페낭은 언덕이 무수히 많다. 그 중 가장 높은 언덕이 페낭힐(821m)이다. 정상까지는 케이블열차를 타고 올라간다. 날씨가 좋으면 조지타운과 본토와 사이에 있는 좁은 해협인 셀라틴 해협을 볼 수 있다. 후니쿨라로 불리는 케이블열차는 급경사(45∼60도)의 언덕을 케이블로 끌어 이동한다. 가파르게 올라가는 열차 차창 너머로 다양한 열대식물이 반기듯 안겨든다. 해발 712m에서 정차해 내린다. 소요시간 7분. 2010년 이전의 케이블열차론 30분 걸려 올라갔다.

정상에는 오픈된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운무가 사방으로 펼쳐져 있다. 운무가 살짝 걷히자 페낭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선계에서 지상세계를 내려보는 느낌이다. 정상의 날씨는 매우 선선한 편이다. 평지보다 평균 5도정도 온도가 낮은 탓이다.

정상 인근 곳곳에 멋진 방갈로가 눈에 띈다. 식민지 시대 부유층의 주거지다. 페낭힐의 꼭대기에선 힌두사원이 반겨준다. 열대과일주스를 맛볼 수 있는 매점과 카페 등이 있다. 연인들의 사랑을 이어주는 러브락도 발길을 잡아끈다. 배고픈 원숭이들을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휴일에는 붐비지만 평일엔 한산하다.
◆켁록시 사원(극락사)…동남아 최대 불교사원

1890년부터 20년에 걸쳐 완성됐다. 이주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을 밝히기 위해 지은 절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절이다. 패낭힐 남서쪽 언덕에 세워졌다. 만불탑으로 불리는 7층 탑(파고다)이 아름답고 유명하다. 다민족 화합의 상징인 이 탑은 중국(탑의 밑부분), 태국(탑의 중간), 미얀마(탑 꼭대기) 건축 양식으로 지었다. 내부에 1만개의 불상이 새겨져 있다. 현지가이드는 “3국이 뜻을 합쳐 도네이션한 결과”라고 들려줬다. 사원 꼭대기에는 청동관음상이 조지타운을 향해 서 있는데 그 높이가 36.5m에 달한다.
◆거니드라이브…페낭 대표적 노천 먹자골목

페낭에 와서 길거리 음식(포장마차)을 맛보지 않는다면 여행 점수는 형편없이 내려간다. 거니드라이브는 10여개에 이르는 페낭 포장마차 거리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곳이다. 규모도 크고 메뉴가 다양해 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인들도 즐겨 찾는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 위치해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해변도로를 걷으며 산책할 수도 있다.

대표 메뉴는 우리나라 짬뽕과 비슷한 락사, 꼬치구이인 사테, 볶음국수인 차콰이테오. 이 중 여행자들의 마음을 가장 빨리 사로잡은 메뉴는 차콰이테오. 볶음쌀국수 요리인데, 한마디로 싸고 맛 있다. 넓쩍한 면에 숙주나물, 계란, 새우 등을 넣어 달콤짭잘한 특제 소스로 볶아 완성한다. 두세 접시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락사 중 가장 맛있다는 아삼락사도 빠질 수 없다.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음식 7위에 이 음식도 이곳에선 착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페낭에 오면 입이 행복해진다. 입맛을 사로잡는 음식으로 포식했다면 인접한 해변도로를 한 번 걸어보자. 해질 무렵 황홀하게 물드는 석양을 쳐다보면 산다는 게 뭔지 그 의미가 새삼 와닿는다.

◆항공편…에어아시아 엑스 ‘간편환승(Fly-Thru)’ 인기
인천국제공항에서 페낭으로 가는 직항 편은 아직 없다. 에어아시아가 인천-쿠알라룸푸르(6시간30분 소요)를 매일 2회 운항한다.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해 매일 10회 운항하는 에어아시아 국내선 연결편인 쿠알라룸푸르-페낭(약 55분) 노선으로 환승·탑승하면 된다. 에어아시아는 간편환승(Fly-Thru) 서비스를 가동해 편의를 돕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수하물을 부친 후 쿠알라룸푸르 공항(KLIA2)에선 입국 심사만 하고 수하물은 페낭에 도착해 찾으면 된다. 간편환승 서비스가 없을 경우 쿠알라룸푸르 도착 후 입국심사-수하물 수취-쿠알라룸푸르 국내선 공항에서 다시 체크인 절차가 필요하다.

에어아시아는 저비용 항공사 최초로 프리미엄 플랫베드를 적용, 타 항공사의 비즈니스 석과 동일한 좌석에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저소음구역 지정이 가능하는 등 승객 편의를 위한 서비스를 대폭 수용했다.
mykang@sportsworldi.com
<사진설명>
페낭 조지타운은 자전거 인력거(트라이쇼)를 타고 쉬엄쉬엄 관광할 수 있다.
조지타운 아트 스트리트의 명물 벽화. 자전거를 타는 남매를 그린 이 벽화는 조지타운 40여개 벽화 중 가장 인기를 끌고 있다
바바뇨냐 문화의 정수를 엿볼 수 있는 페낭 페르나칸 맨션 내부.
페낭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페낭힐. 운무가 자욱하게 끼어 신비로움을 더하고 있다.
후니쿨라 열차. 페낭관광청 제공
후니쿨라 열차 승차장. 페낭힐 712m 높이까지 운행한다.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큰 사원인 켁록시(극락사) 만불탑.
페낭의 대표적 먹자골목인 거니드라이브 모습.
페낭 길거리 음식의 대표주자인 차쿼이테오.
기자가 묵은 페낭 최고의 인기 리조트인 상그릴라 라사 사양 리조트&스파 전경. 페낭 북부 대표 휴양지 바투페링기 해변에 위치한 고급 리조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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