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소요'에 담긴 한 가지 뜻

김범수 2015. 12. 1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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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민중총궐기 대회 참가자들이 지난 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대회를 마치고 백남기씨가 입원중인 서울대 병원을 향해 무교동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소요’를 검색하면 각기 다른 한자를 쓰는 네 가지 낱말이 나온다. 그 중 거문고 연주법을 지시하는 소요(小搖ㆍ줄을 짧게 퉁기라는 뜻)를 제외한 나머지는 뜻이 각각 다르지만 19일 서울광장 집회 및 가두행진을 한 줄기로 꿰어서 해석할 수 있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적용한 ‘소요죄’와 그에 반발하는 의미로 붙인 이날 ‘소요문화제’는 같은 한자어다. 그 ‘소요(騷擾)’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여럿이 떠들썩하게 들고 일어남. 또는 그런 술렁거림과 소란”이고, 다른 하나는 “여러 사람이 모여 폭행이나 협박 또는 파괴 행위를 함으로써 공공질서를 문란하게 함. 또는 그런 행위”이다. 경찰이 한 위원장에게 소요죄를 적용하면서 생각한 것은 후자일 테고, 이날 시민 집회ㆍ시위에서 무게를 둔 건 전자일 것이다.

또 다른 ‘소요(所要)’는 “필요로 하거나 요구되는 바”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필요’로 순화해서 쓰라고 권하는 말이다. 나머지 한 가지 ‘소요(逍遙)’는 “자유롭게 이리저리 슬슬 거닐며 돌아다님”이라는 뜻을 가졌다. 이날 광화문 집회와 가두 행진은 “필요”가 있어서 “여럿이 떠들썩하게 들고 일어나”서 “슬슬 거닐며 돌아다닌 것”이니 참으로 완벽한 ‘소요’이다.

김범수기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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