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경향실용음악콩쿠르]1000여명 젊은 음악도들의 도전.. '뮤지션의 길' 꿈이 열리다

박경은 기자 2015. 8. 6.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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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시상식·입상자 연주회.. 서울 서교동 웨스트브릿지홀

경향신문사 주최 제9회 경향실용음악콩쿠르의 최종 입상자가 선정됐다. 고등부 1위는 보컬부문 이자현씨, 악기부문 송시온양이 각각 차지했다. 올해 신설된 작곡부문에선 오예린양이 1등으로 뽑혔다. 중등부와 고등부에서 1000여명이 지원한 이번 콩쿠르는 지난달 16~25일 예선이, 27~28일 본선이 치러졌다. 시상식과 입상자들이 펼치는 연주회는 오는 19일 서울 서교동 웨스트브릿지홀에서 열린다. 경향실용음악콩쿠르는 뮤지션이 되기 위한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장으로, 장기하와 얼굴들의 드러머 전일준, 가수 손승연 등을 배출했다. 작곡가 김형석, 가수 장혜진, 연주자 정원영, 손무현 등 국내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경향실용음악콩쿠르 우승자들. 왼쪽부터 이자현씨(보컬), 송시온양(악기), 오예린양(작곡).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 입상자 인터뷰

보컬 1등 | 이자현

“긴 슬럼프 탈출…자신감 얻었어요”

이자현씨(20·대전여고 졸)는 “아직도 얼떨떨하다”고 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시작한다는 심정으로 나온 대회였다. 어릴 때부터 노래와 춤에 소질을 보였고 가수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 보아처럼, 비욘세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에 오디션에 여러 차례 나갔지만 결과는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했다. 자연히 마음이 조급해졌고 방황이 길어졌다. 입시 준비도 뒷전이었다.

“다행히 고3 때 선생님께서 방향을 잡아주셨어요. 대학에 가서 음악을 공부하면 새로운 길이 보일 거라고 격려해주셨죠.” 졸업 후 본격적으로 실용음악과 입시를 준비했다. 연예인을 향한 꿈에 들떴던 마음을 음악에 대한 절박함으로 채우고 싶었다. 경향콩쿠르에 참가한 것은 자신을 돌아보며 마음을 다잡아보자는 생각에서였다. “그동안 슬럼프가 깊고 길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자신감도 얻고 나를 다시 믿어보자는 힘도 얻는 계기가 됐어요. 앞으로 음악과 즐거운 동행을 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악기 1등 | 송시온

“재즈 대중화시키는 역할 하고 싶어”

경남예고 3학년생인 송시온양은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재즈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가 오랫동안 키워온 꿈은 작곡가. 틈틈이 작곡을 공부하던 그가 색소폰을 잡은 것은 중3 때였다. 오빠가 색소폰을 연주했기 때문에 친근한 악기이긴 했지만 그전엔 직접 연주해보지 않았다. 흔한 다른 악기에 비해 입시에 유리할 것 같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시작했다. 남들보다 늦었지만 잘하고 싶다는 생각에 오기로 대했던 악기. 하지만 막상 시간이 지나면서 색소폰에 푹 빠져들었다. 그전에 피아노로 편곡해 쳤던 찰리 파커의 곡을 직접 색소폰으로 연주하며 들을 때의 기분과 감동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번 콩쿠르에서도 찰리 파커의 곡을 연주했다. 앞으로의 꿈은 재즈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것이다.

“존 메이어나 스티비 원더 같은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재즈나 블루스처럼 국내에서 저변이 얕은 장르의 음악을 대중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작곡 1등 | 오예린

“반대하던 부모님, 든든한 후원자 됐죠”

오예린양(16·대전구봉고)은 흥이 많은 소녀다. 어려서부터 곡을 흥얼거리며 끄적이길 좋아했고 친구들과 팀을 이뤄 노래하는 것도 즐겼다. 중학교에 들어간 뒤 취미 삼아 학원에서 작곡을 배우면서 막연히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 전교 1등을 할 만큼 공부를 잘했던 터라 공부 외에는 다른 꿈이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좋은 취미생활로 삼으라”는 부모의 반대도 만만찮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어요. 다들 나중에 대학 가서 하라고 했어요. 그렇지만 저는 지금의 이 감성과 열정으로 음악을 만들고 싶었어요. 수업시간에 선생님 설명을 듣는 중에도 가사가 와르르 떠오르고 자려고 누우면 악상이 떠올랐거든요.” 이번 대회에 출품한 그의 곡 ‘이런 노래’는 시인 이상의 ‘이런 시’를 읽다가 떠오른 영감을 곡으로 옮긴 것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부모님과 저 사이의 신뢰와 이해가 돈독해졌어요. 제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이해하시게 됐거든요. 앞으로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 심사평보컬부문 | 장기호 서울예대 교수

“획일화된 창법 아쉬워 자기만의 색깔 찾아야”
미래 우리나라 대중음악을 이끌 참가자들에게 먼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서양의 위대한 음악인들은 그들의 수백년 된 음악역사를 토대로 자신들의 음악성을 대중음악에 접목하고 이를 통해 세계 대중음악의 미래를 제시한다. 후발주자인 우리 입장에선 따라가는 것도 벅찰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기교적으로 그들을 따라하기보다 개개인의 정체성 형성에 더욱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그것이 대중음악의 다양화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대중음악을 세계 속으로 견인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경향콩쿠르는 우리 대중음악의 흐름과 미래를 미리 짐작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보컬부문은 지난해에 이어 지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획일화된 훈련을 받은 참가자들이 누가 더 폭발적인 가창력을 뽐내는가를 가리는 경연장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성이 결여됐을 뿐 아니라 특히 외국곡을 부를 때에는 원곡을 부른 가수의 모창대회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달리 표현하면 대부분 참가자들의 가창력은 수준급이었지만 소리나 창법의 정체성( identity )은 구별하기 쉽지 않았다. 대중음악 가창은 클래식 음악 가창과는 다르다. 가수의 신체조건, 성대구조, 호흡법 등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가창이 가능하다. 자신만의 개성과 정체성을 표현할 수 없다면 가수로서의 존재감이 있을 수 없다. 이번 콩쿠르를 통해 함께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반복하건대 세계 대중음악 시장은 창의력이 기반이 되어 있지 않으면 넘을 수 없다. 이번 대회가 참가자들이 창의성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악기부문 | 정원영 호원대 교수

“끼 많은 ‘떡잎’들에 감동 음악적 발전 계기 되길”
올해로 아홉 번째를 맞은 경향콩쿠르는 예년보다 지원자가 더 많이 모이고 그에 따라 더 엄격한 심사기준이 적용되다 보니 초창기엔 축제 같았던 분위기가 이젠 제법 경쟁의 장이 된 느낌이다.

음악은 즐겁고 슬프고 아름답고 신비로우며 맘을 설레게도 무겁게도 만들어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주는 실로 경이로운 것이다. 이 아름다운 음악을 시작한 우리들은 이미 축복받은 행운아이다. 그러나 매년 노래와 연주를 들으며 드는 안타까운 마음도 있다. 많은 재능 있는 학생들이 일부 선생님들의 무성의한 가르침 때문에 시작부터 잘못된 길로 가는 현실을 종종 보게 된다는 것이다. 바로 ‘천편일률적 훈련’이다. 이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나 자신만의 울림에 대한 고민을 사라지게 만든다. 심한 경우 고쳐지기 힘든 부자연스러운 연주와 노래로 어쩌면 음악이 가져야 할 본질적인 것들에 대해 시작부터 어긋난 방향으로 가게 만든다.

음악은 생산되어지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발현되어져야 감동을 줄 수 있다. 그 자연스러운 발현의 준비를 위해 그들에게 가장 가까이에서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모님들과 그들을 직접 지도하는 선생님들이 음악의 본질에 대해 좀 더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올해에도 여러 명의 될성부른 떡잎들이 감동을 주었다. 그들 중엔 벌써부터 건강한 자기만의 울림을 내는 친구들, 아직은 조금 더 노력해야 할 친구들, 이제 막 첫발을 내디뎠으나 끼로 충만한 친구들 등등 많은 재능 있는 친구들이 있었다. 앞으로 더 많은 친구들이 이 콩쿠르를 준비하고 겪고 고민하며 조금씩 더 음악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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