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인턴 해녀들 "할머니 돼서도 물질해 명맥 이어야죠"

제주 해녀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인턴 해녀가 운영 중이다. 지난 5일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 망장포구에서 인턴 해녀 김경애(오른쪽 세번째)와 전소영씨(두번째)가 선배 해녀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5일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 망장포구. 10여명의 해녀를 실은 배 한척이 갓 잡은 소라와 전복을 한가득 싣고 항구에 도착했다. 5시간 힘든 물질끝에 수확한 결실이다.
나이가 지긋한 해녀들 사이에는 상대적으로 앳된 해녀 두명이 눈에 띄었다. 선배 해녀들이 걸쭉한 제주 방언으로 작업 뒷정리를 지시했지만 인턴 해녀들은 아직 낯선 언어에 난감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
하례리 어촌계에서 해녀 인턴생활을 하고 있는 ‘육지 출신’의 전소영(37)씨와 김경애(47)씨는 지난 7월 법환좀녀(해녀를 뜻하는 제주 사투리)마을 해녀학교에서 해녀 전문 양성과정을 수료한 첫 졸업생들이다.
도시에서 남편과 디자인회사를 운영하다 제주로 이사온 전소영씨는 “해녀학교에서 배울 때는 몰랐는데 실제 5시간 동안 힘든 물질실습을 하면서 바다가 해녀들에게는 생존을 위한 전쟁터임을 알게 됐다”며 “해녀라는 직업이 힘들고 위험하지만 선배들처럼 할머니가 돼서도 물질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제주가 좋아 다니던 직장을 뒤로 한 채 지난해 귀촌한 김경애씨는 “처음에는 물질도 힘들고 선배 해녀들의 제주사투리도 알아 듣지 못해 많이 힘들었지만 작은 부분까지 일일이 챙겨줘 점차 적응하고 있다”며 “해녀학교 1기 졸업생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반드시 정식 해녀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법환좀녀마을 해녀학교는 고령화로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한 해녀들을 전문적으로 양성하기 위해 서귀포시의 지원을 받아 올해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첫 졸업생 28명 중 11명이 현재 서귀포시 지역 마을 어촌계 7곳에 배정됐다. 이들은 해녀 인턴으로 6개월의 실습과정을 거친 후 어촌계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정식계원 자격을 얻게 된다.
그간 제주 지역 마을어촌계는 신입 회원을 들이는 데 소극적이었다. 가뜩이나 어족자원이 부족한데 회원마저 늘면 개인이 채취할 수 있는 해산물 양이 적어져 수입이 감소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물며 ‘육지 출신’의 신입 회원이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해녀가 고령화하고, 해녀가 되려는 제주 지역 여성이 줄어들면서 자칫 해녀의 명맥이 끊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엄습했다.
벼랑끝 위기에서 해녀들은 점차 마음의 문을 열었고, 인턴 해녀 제도도 처음으로 운영될 수 있었다. 이로써 제주 해녀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지정하려는 움직임에도 큰 힘을 받게 됐다.
허운경 하례리 어촌계장은 “지금 상태로면 10년, 20년 후면 해녀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어촌계원들을 설득해 인턴 해녀들을 받았다”며 “해녀라는 직업이 힘들지만 꼭 정식 해녀가 돼 명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주 해녀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인턴 해녀가 운영 중이다. 지난 5일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 망장포구에서 인턴 해녀 김경애씨(왼쪽)와 전소영씨(오른쪽)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주=글ㆍ사진 김영헌기자 tami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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