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남긴 긴즈버그 미국 대법관 방한

이범준 기자 2015. 8. 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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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일부터 7일까지 있었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원 대법관의 한국 방문은 여러 아쉬움을 남겼다. 그가 대중 앞에 나선 것은 5일 오후 대법원에서 있은 김소영 대법관과의 대담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상고법원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이끌어내려는 듯한 질문을 두 차례나 했다. 하지만 긴즈버그는 “한국에는 헌법재판소가 있어 미국과 다르다”, “나라마다 어울리는 제도가 있다”고 답해 질문자를 당황케 했다. 이를 지켜보던 한 여성 판사는 “너무나 부끄럽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긴즈버그에게 저런 질문을 하느냐”고 했다.

그럼에도 긴즈버그를 대하는 한국 법조인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미국 대법원이라는 추상적인 존재가 아닌, 긴즈버그라는 구체적인 인물이 등장한 데 열광했다. 연방대법관의 방한은 1987년 산드라 오코너 이후 28년 만이었다. 그렇지만 대담회가 끝나고 나온 청중석의 질문들은 하나같이 한국에 대한 소감이나 미국 연방대법원에 대한 단편적인 것이었다. 의외였다. 한국 대법원에 대한 의견이나 한국의 인권에 대해 묻는 경우는 없었다. 한 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질문과 순서를 받아 미리 정해줬다. 동료 판사와 변호사도 그런 식으로 행사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비슷한 시기인 지난 7월에는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일본을 방문했다. 최고재판소도 방문했지만 나흘간 교토대학에 머물면서 젊은 학자들과 미국 연방대법원 역사를 주제로 연속 토론을 벌였다. 그를 초청한 주체가 최고재판소였지만 대부분 시간을 연구자들에게 할애한 것이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긴즈버그와 회담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는 지적도 많다. 3일 저녁 긴즈버그 환영 만찬에 참석한 법조계 인사는 “일본을 방문한 로버츠가 대법원장이라고 해도 긴즈버그와 급이 다르다. 긴즈버그는 미국에서 인권의 상징이다. 대통령이 무슨 일정이 있었는지 몰라도 만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교회연합과 한국교회언론회는 지난 8월 6일 각각 성명과 논평을 발표하고 긴즈버그 대법관의 방한에 우려를 표시했다. 이들은 “미국에서 동성결혼 합헌에 찬성했던 긴즈버그 대법관이 한국에 와서까지 동성결혼 합법화를 주장하며 소송 중인 김조광수·김승환씨를 만나고 트랜스젠더를 초청해 격려했다. 이것은 한국의 법질서와 윤리가치에 혼란을 줄 수 있는 정치적 행동이므로 삼가야 한다. 자신의 편향적 행동이 한 나라에 대한 내정간섭으로 비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긴즈버그의 한국 방문은 참 다채로웠다.

<이범준 기자 seirot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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