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대신 계단 이용 땐 건강·환경·거리두기 '일석삼조'

2021. 1. 16.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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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시작, 코로나 시대 다시 주목
탄소 줄이고 체력 증진 위해 실시
미 질병예방센터도 계단 권장
드라이브 스루·오토바이 배달 증가
속도 의존 말고 '착한 움직임' 실천

세상을 바꾸는 캠페인 이야기 계단 오르기
올해 서울시에서 벌이고 있는 ‘계단이 좋습니다’ 캠페인 홍보물. [사진 서울시]
“올해는 6194m 높이의 매킨리산(미국 알래스카주 데날리 국립공원 소재) 정상 오르기에 도전합시다.”

2010년 지구의 날을 맞아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이 내부 구성원들과 계단 오르기(take the stairs) 캠페인을 위해 내건 구호다. 이 캠페인은 구성원들이 5명씩 팀을 만든 후 정해진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오른 계단의 높이가 공유되면서 상호 경쟁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계단을 오르는 높이를 세계 최고봉 높이의 산이나 트래킹 코스로 환산하여 참여 동기를 부여해 왔다.

처음에는 보건대학원과 부설 병원 내에서 진행한 작은 캠페인이었다. 이런 형식의 계단 오르기 캠페인은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데, 한 가지 차이는 형식과 메시지를 일관되게 유지하며 10년 이상 캠페인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많은 캠페인이 위축되었던 지난해에도 계단 오르기 캠페인은 변함없이 이어졌다. 재택근무 등 여건 변화를 반영해 참여 대상을 구성원의 가족으로까지 확대했다. 계단 오르는 속도와 목표 달성 여부보다 생활 방식의 변화를 통해 또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도록 캠페인의 방향성만 수정했다. 이 캠페인이 지향했던 건강, 환경 그리고 공동체 연대라는 가치를 따르기 위해서다.

서울시 새해 ‘계단이 좋습니다’ 캠페인

계단 오르기 삽화
계단 오르기가 개인의 활동을 증대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그런데 코로나19는 계단 오르기 캠페인을 다시 주목하게 해 주었다. 계단이 승강기나 에스컬레이터 등에 비해 거리 두기에 좋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코로나19 예방수칙에는 거리 두기를 위해 사무실이나 공공장소에서 취해야 할 행동강령 중 하나로 계단 이용을 권장하고 있다. 승강기나 에스컬레이터 입구 근처 바닥에 거리 두기 표시를 해 두었는데, 이는 로비나 승강기 앞에 모이지 않도록 하는 예방 차원의 대책 중 하나다. 하지만 캐나다 토론토 온타리오 예술디자인대학 게일 니콜 교수는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그녀는 코로나19시대에 승강기 이용이 일상 속에서 직면하게 되는 큰 위협 중 하나라고 했다. 현실적으로 승강기나 에스컬레이터 이용 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승강기 탑승 인원을 제한 지침을 권고하고 있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긴 줄이 만들어지고 대기하는 공간이 혼잡하게 되었다.
미국 뉴욕시 ‘계단 오르기’ 캠페인 배너. [사진 뉴욕시]
니콜 교수는 계단 오르기 캠페인이 급증했던 2010년 전후 뉴욕시 및 보건당국과 공동으로 발표했던 ‘액티브 디자인 지침’의 내용 중 계단 이용을 촉진할 방법에 다시 주목했다. 이 지침의 목적은 공공 장소나 도심 속에서 시민들의 신체 활동을 증진시키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건물이나 공공장소에서 계단의 위치를 적극적으로 안내함으로써 개인의 신체적 활동을 증대시키자는 것이다. CDC 산하 국립면역 및 호흡기질병센터(NCIRD)에서도 승강기보다 가능한 계단 이용을 추천하면서, 불가피할 경우 최소 인원의 탑승이 가능할 때까지 기다려 줄 것을 권하고 있다. 계단의 경우 이동 시 스스로 거리를 유지하거나 속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거리 유지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노약자나 건강상 문제로 계단 이용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승강기나 에스컬레이터와 같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어려운 이동 수단은 자제하자는 것이다. 이는 공동체 내 새로운 배려 문화를 만들자는 제안이기도 하다. 따라서 각 개인이 자연스럽게 계단 오르기 습관 익히기에 도전해 볼 수 있도록 공공장소에서부터 계단 이용 안내 표지 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이고캠퍼스 로렌 바이스 교수가 2006년 오비서티 리뷰(obesity review)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계단과 에스컬레이터 또는 승강기 사이 이동 지점에 안내 표시가 있을 때 계단 사용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검증을 바탕으로 계단 오르기 캠페인에 다양한 안내 표지판 및 넛지 요소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계단으로 안내하고 선택을 독려하는 방식의 캠페인이 제안되면서 많은 공공기관과 기업이 앞다퉈 승강기 주변에 계단 이용을 알리는 캠페인에 동참했다. 이후 2012년 2월 미국 예방의학저널에 발표된 논문을 보면 계단 이용 안내 표지판이 설치된 이후 계단 이용률이 최소 9.2%에서 최대 34.7%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하버드대학 ‘계단 오르기’ 캠페인에 참가한 사람들. [사진 로렐라이 무치]
1854년 뉴욕 박람회에서 오티스가 개발한 승강기의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 개발자들은 탑승 퍼포먼스를 했다. 당시 대중에게 겁먹지 말고 이 편한 기계에 올라타라는 호소였다. 160여 년이 지난 현재 전기의 힘을 빌려 이동하는 모든 수단은 필연적으로 개인의 탄소발자국을 증대시키고 있다. 건강과 환경을 위한 필수적인 선택 중 하나가 어느새 계단이 되어버린 것이다.

‘나의 탄소발자국 줄이기’를 위한 실천으로 계단 오르기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직장에서 하루 4번 승강기를 탄다고 가정했을 때 1인당 0.3~0.6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국제환경개발연구소(IIED) 의장인 환경 과학자 타라 샤인 박사는 코로나 시대 각 개인은 더욱 왕성하게 움직이고 활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왕성한 활동이란, 공공의 문제 해결을 위한 작은 실천을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는 물리적 멈춤만을 강조하면서 코로나19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지속적인 탄소 발자국 남기기에 익숙해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조되면서 자동차 기반의 소비문화 상징인 드라이브 스루가 주목받고, 오토바이 배달과 트럭 배송에 의존하는 소비에 환호하고 있다. 배달 플랫폼 업계에서 환경을 위해 전기 오토바이를 도입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이유는 하나다. 바로 속도 때문이다.

잠시 멈춤이라는 구호가 시대적 화두인 탄소 저감과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일상 속에 존재하던 공간과 작은 실천과제를 재설정해 주었다. 그 대표적인 공간이 계단이며 실천과제 중 하나가 걷기와 오르기다. 비상용으로만 존재하고 있는 건물 계단, 사적 공간으로 인식해 여러 물건이 적치된 아파트 계단 등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오색찬란한 빛깔로 화려하게 꾸며진 일부 공공 시설물의 계단은 단기적인 효과는 있지만 장기적 차원의 관리에 한계가 많다. 이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오히려 시선을 받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그냥 자연스럽게 계단으로 안내하고 기본적인 가치를 전달하는 지속 가능한 캠페인이 필요한 이유다.

공공장소 계단 안내 표지판 보완해야

서울시도 새해 들어 ‘계단이 좋습니다’라는 통합 캠페인을 개발해 안내 표지판 등을 보완하고 지하철역부터 적용해 나가고 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데 무슨 계단을 오르냐고 묻는 이도 있다. 그렇다면 마스크를 쓰고 어떻게 등산을 하는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등산복을 차려입고 산을 오르기 위해 이동하는 지하철역에서 마주하게 되는 계단은 철저히 외면하는 이들도 많다. 그냥 습관이고 무관심일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새해 거창한 계획보다 개인의 건강, 공동체를 위한 배려 그리고 환경을 위해 주변에 계단이 보이면 그쪽으로 이동해 보는 습관을 가져보면 어떨까. 빠른 배송에만 너무 의존하지 말고, 재택근무도 늘어난 이때 혼자 걸어가 장 보는 것에 인색할 필요도 없다. 승강기나 에스컬레이터의 속도보다 약간 느림이라는 물리적 이동에도 좀 익숙해지려는 노력도 해야 한다. 그래야 배달도 좀 기다려 줄 수 있는 여유를 익히게 되지 않을까.

탄소는 줄이자면서 지금 우리 사회는 아예 멈추거나 굉장히 빠른 속도를 요구하는 딱 두 가지만 강조하고 있다. 이제는 너무 익숙해진 ‘잠시 멈춤’이라는 메시지는 그래서 잘못된 것 같다. 오히려 지금 우리가 익혀야 하는 것은 ‘착한 움직임’이다.

그중 하나로 공공장소에서 나와 우리, 현재와 미래를 위해 계단을 이용하는 ‘착한 움직임 캠페인’에 도전해 보면 어떨까?

이종혁 광운대 교수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공공소통연구소 소장이다. 디자인 씽킹과 데이터 사이언스 기반 캠페인 개발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발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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