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화의 셀프 브랜딩 -2-
이 문장을 보고 무릎을 쳤다. 두산에 재직하던 당시 '사람이 미래다'라는 광고 캠페인을 집행했다. 그때 한 에피소드의 메인 카피가 바로 이 문장이었다. 우리는 사랑에 충실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상대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찾아내곤 한다. 하지만 진짜 사랑의 성공은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데서 승부가 난다. 상대가 좋아할 만한 선물을 사주는 것보다 싫어하는 말투를 고치는 게 진짜 사랑일 수 있다는 통찰이었다.

셀프 브랜딩 전술을 짤 때 꼭 기억해야 할 한 가지 원칙이 있다. 바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먼저 정하는 것이다. 전술을 짠다고 하면 '어떤 어떤 것을 할 거야'라는 것을 정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내가 세운 전략을 이루기 위해 해야 할 일 10가지를 쭈욱 파악해 적어 놓는 일을 떠올린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먼저 정하고 지켜나가는 것이다. 전술의 성공은 어떤 것을 했느냐 보다 어떤 것을 하지 않았느냐에서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브랜드에 '고급스러움' 더하기 위한 전략은?
제네시스 마케팅 전술을 예로 들어보겠다. 우리는 어떤 사람에게 어떻게 팔고, 어떤 이미지를 형성해야지라고 정하는 것을 전술이라 여긴다. 주변 추천을 통해 자동차 구매를 결정하는 40대 중산층 가장을 주 타깃으로 하고, 고급감과 합리성을 보여주는 브랜드로 만들어야겠다는 스토리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급감과 합리성을 보여주기 위해 해야 할 것이 아닌,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먼저 정하는 일이다. 비싼 광고 모델을 내세우고 가격을 비싸게 책정하고, 매장을 고급스럽게 꾸민다고 해서 그 브랜드가 고급 브랜드가 되는 건 아니다. 저급할 것 같은 일체의 행동을 지양했을 때 얻어지는 게 고급감이다.
피해야 할 타깃 시장, 광고를 하지 말아야 할 커뮤니케이션 채널, 하지 말아야 할 프로모션 형태, 주장하지 말아야 할 가치제언, 쓰지 말아야 할 색 등을 정하고 꾸준히 지켜나감으로써 제네시스는 고급감 있는 브랜드로 완벽해질 수 있다.합리적인 이미지도 마찬가지다. 내가 합리적이라고 떠든다고 해서 그 이미지가 얻어지는 게 아니다. 소비자들이 비합리적이라고 느낄 구석이 없을때, 소비자들은 그 트레이드 오프가 합리적이라고 느낀다.
어려울 때 의지할 수 있는 친근한 리더
자신의 브랜드 정체성을 '어려울 때 의지할 수 있는 친근한 리더'로 정했다고 가정해 보자. 정체성을 이뤄나가기 위해 올 한 해 지켜야 할 몇 가지 실천적 전술을 짜낼 것이다.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기, 후배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말기 등 해야 하는 것에 대한 리스트일 확률이 높다. 물론 이 또한 훌륭한 리스트다. 하지만 전술적으로 봤을 땐 효과가 낮을 수 있다.

어려움을 외면하지 말자는 말은 어쩐지 애매하다. 나름대로 그런 리더가 되어 보겠다고 풀이 죽은 듯한 후배에게 손편지도 써서 보내보지만, 받아들이는 후배의 표정은 영 예상과 다를 수 있다. 행동하는 사람의 의도와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어려움을 외면하지 말자'는 내 전술은 행동에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되어주지 못한다.친근한 리더가 되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것, 절대 피해야 할 몇 가지를 먼저 정하는 일이 더 효과적이다.
비교적 파악이 용이하고 오해의 소지가 없으며 선명하다. 회식자리·점심 자리에서 일 얘기 안하기, 회의 할 때 말 자르지 않기, 메시지를 읽고 무시하는 일 없기 등이 전술의 주요 리스트가 될 수 있다. 이 리스트는 분명하고 쉬워 지속적으로 실천하기 쉽다. 행동에 대한 가이드라인 역할을 훌륭히 해낼 수 있는 것이다.
전략 성공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전략의 성공은 전술의 질에 달렸고, 좋은 전술은 실천 방향이 분명하고 전략과의 연계성이 긴밀해야 한다. 막연하거나 혼돈스러운 실행사항들, 전략과의 연계성이 분명치 않은 제안들은 전술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 받아들이는 상대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는 전술도 힘이 떨어진다.'나'라는 브랜드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전술을 구상할 때, 피해야 할 것을 먼저 고민해보자.
내가 지향하는 정체성을 방해하는, 내가 하지 말아야 할 5가지를 전술 리스트에 먼저 올려 보자. 전술은 더욱 선명해지고 실천력도 한결 높아질 것이다. 그것이 성공하는 전술의 모습이다. 여기에 꾸준함이 더해진다면, 어느날 내가 원하는 셀프 브랜딩 정체성에 한 걸음 더 다가가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정리 인터비즈 서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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