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정] 이기제의 왼발, 벤투 감독은 지켜보고 있을까?

서호정 기자 입력 2021. 5. 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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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서호정 기자 = 최근 K리그에서 가장 돋보이는 왼발잡이 측면 수비수가 누구냐 묻는다면 이기제라고 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수원삼성의 공격적인 3백 운영을 지탱하는 왼쪽 측면 윙백으로, 전통적으로 뛰어난 왼발잡이(염기훈, 권창훈, 홍철, 김민우 등)를 활용해 온 수원 '좌파 라인'의 새 주인이 됐다. 


올 시즌 들어 이기제의 왼발은 한국 축구 최고의 왼발 스페셜리스트 염기훈도 인정할 정도로 고감도를 유지 중이다. 크로스와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어시스트, 중거리 슈팅과 직접 프리킥에 의한 득점 같이 고른 공격 루트를 찾아내며 2골 2도움을 올렸다. 더 대단한 것은 올 시즌 '살인 일정'으로 불리우는 주중 주말 경기가 이어지는 스케줄 가운데서도 13라운드까지 전 경기 풀타임 출전하며 강철 체력을 자랑한다는 사실이다.


수비력과 경기 운영 능력도 더 좋아진 게 보인다. 13경기를 풀타임으로 뛸 정도로 몸 상태와 신체 능력이 좋다 보니 타이트한 맨마킹과 동료와의 협업 수비, 빠른 공수 전환 등이 가능하다. K리그 라운드 베스트 11에 기성용과 더불어 4회 선발되며 김보경(5회) 다음으로 많이 뽑혔다. 


개막 후 꾸준히 최고의 경기력을 기복 없이 보여주는 이기제가 A대표팀의 측면 수비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지 여부도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 축구는 전 연령대에 걸쳐 풀백 품귀 현상이 일고 있다. 


한국  최고 선수가 집합하는 A대표팀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왼쪽 측면의 사정이 특히 심하다. 벤투 감독 부임 2년차인 2019년 들어서 홍철과 김진수의 치열한 경쟁 구도로 어느 포지션보다 경쟁력이 높았지만, 지난 3월 한일전에서 확인했듯이 지금은 구멍이 난 상태다. 홍철은 잦은 부상으로 제 컨디션을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김진수는 지난해 알나스르 이적 후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고 최근 소속팀에 복귀했지만, 경기 출전까지는 아직 시간이 걸린다. 


이주용과 심상민, 윤종규가 지난해부터 몇 차례 되지 않은 벤투호 소집에 이름을 올렸지만 아직 확실한 임팩트는 주지 못했다. K리그에서 A대표팀 후보군보다 더 뛰어난 기량과 컨디션을 자랑하는 이기제의 가치가 치솟을 수 밖에 없는 조건이다. 


하지만 벤투 감독의 풀백 감식안은 생각 이상으로 깐깐하다. 지난 시즌 K리그 최고의 레프트백으로 꼽힌 강상우는 1년 가까이 그 폼을 유지했지만 대표팀에 소집되지 못했다. 벤투 감독 스스로 강상우를 발탁하지 않은 특정 이유를 밝힌 적은 없지만 많은 이들이 왼발을 전문적으로 쓰는 '정발 풀백'이 아닌 점을 외면 받는 이유로 추측 중이다. 


실제로 벤투 감독이 부임 후 선발해 온 풀백은 김진수, 홍철, 심상민, 이주용, 박주호, 윤석영까지 모두 왼발잡이었다. 작년 11월과 올해 3월 선발한 윤종규가 유일하게 오른발이 더 능숙한 양발잡이에 가까운 풀백이었다.


이기제는 지난해까지 벤투호의 레이더망에 들기 어려웠다. A대표팀에 뽑힌 적이 없기에 처음 제공 받은 리스트와 데이터가 부족했을 것이다. 벤투 감독이 부임한 뒤인 2019시즌부터는 K3 김포시민축구단에서 군복무를 수행하다 2020시즌 9월에 수원으로 돌아왔다. 전역 후 K리그 템포에 적응하는 시간을 갖다가 11월 카타르에서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부터 좋은 기량을 발휘했다. 지난 3월 A대표팀 소집 때는 벤투 감독과 코치진이 확신을 갖기엔 판단 근거가 부족했을 수 있다. 당시 이기제의 이름이 제한적으로 거론됐고, 크게 주목받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김진수의 장기 부상에 홍철도 올 시즌에만 두 차례 부상으로 컨디션 난조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4월, 그리고 5월 들어서도 계속 좋은 폼을 유지하는 이기제는 벤투호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왼쪽 측면 수비수다. 최소한 나머지 후보들과의 경쟁 구도는 검토해 볼만한 자원이 됐다. 


6월 열리는 월드컵 2차 예선 잔여 일정은 실패가 허용되기 어려운 분위기다.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에서 모든 일정이 진행된다. 북한의 불참 가능성이 높아지며 성공적으로 최종예선에 안착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3월 한일전 대패로 생긴 불신을 걷어내려면 현재 경기력이 뛰어난 선수들로 좋은 경기력을 선보여야 한다. 


대표팀 운영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벤투 감독의 선수 선발 방식에 대한 의문부호를 깰 수 있느냐의 문제로도 연결된다. 현재의 경기력에 대한 판단보다 지속적인 발탁을 통해 쌓인 신뢰를 더 우선시하는 벤투 감독의 선수 선발과 기용 성향은 한일전 패배로 상당한 비판을 받았다. 매 라운드 K리그 현장에 나서지만, 검토하는 리스트가 너무 한정적인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여기서는 이기제만 살펴봤지만, 비슷한 시선으로 평가받는 선수들이 더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파 소집에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벤투 감독이 그 동안 선발하지 않았던 K리그의 새로운 선수들까지 더 넓게 주목해야 6월 월드컵 2차 예선 돌파를 위한 철저한 동력이 생긴다. 플랜A에 있던 선수가 올 수 없다고 해서 현재 경기 감각이 좋지 않은 선수를 뽑는 것은 절대 플랜B가 아니다. 제2, 제3의 후보까지 준비되지 못하면 소신과 철학은 고집과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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