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콤 글래드웰이 쓴 <아웃라이어>에 소개되어 널리 알려진 이론이 있다. 어떤 분야든 최고 수준의 실력자가 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는 ‘1만 시간의 법칙’이다. 이는 스웨덴 출신의 심리학자인 안데르스 에릭슨이 베를린 음악학교의 바이올린 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 기반한 것이다. 글래드웰은 이 책에서 비틀스는 1960년대 초 독일 함부르크에서 라이브 공연을 하면서 1만 시간을 연습했고 빌 게이츠는 1만 시간 동안 프로그래밍을 한 뒤 마이크로소프트를 창립했다고 주장했다. ‘무엇이든 1만 시간을 투자하라. 그러면 거장의 경지에 오를 것이다.’ 사람들은 글래드웰의 간단명료한 통찰력에 열광했다. 하지만 안데르스 에릭슨은 최근 출간한 자신의 저서 <1만 시간의 재발견>에서 1만 시간의 법칙에는 다수의 오류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1만 시간의 법칙의 오류?
에릭슨이 말하는 1만 시간의 법칙의 오류는 ‘1만 시간이라는 설정값’과 ‘연습의 질’에 관한 것이다. 에릭슨은 1만 시간은 실험에 참가한 최고 수준의 바이올린 전공 학생들이 20세까지 투자한 총 연습시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들은 바이올린의 거장이라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또한 거장이 되기 위한 연습시간은 분야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말한다. 숫자 외우기에 도전한 스티브 팰룬은 불과 200시간을 연습한 뒤에 숫자 암기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또 한가지는 세계 최고 수준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연습이 아닌 ‘의식적인 연습(deliberate practice)’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분명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지속적인 피드백을 받으며 온전한 집중을 필요로 하는 개인별 맞춤 훈련을 의미하는데 비틀즈의 라이브 공연은 의식적인 연습이라 할 수 없다. 진짜 1만 시간의 법칙의 비밀은 ‘의식적인 연습’이다. 이를 위한 3가지 요소를 알아보자.
안전지대를 넘어서는 분명한 목표
같은 일을 같은 회사에서 20년간 해온 직장인이 둘 있다. 이들의 전문성이나 실력은 비슷할까? 절대 그렇지 않다. 천지차이일 수 있다. 1만 시간동안 연습했다고 해서 모두다 전문가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우선 ‘안전지대를 넘어서는 분명한 목표’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의 뇌는 쓸수록 발달한다. 어린 아이의 뇌만 그런 것은 아니다. 최근 밝혀진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성인의 뇌도 가소성(plasticity)의 원리에 따라 믿기지 않을 정도의 적응력을 보인다. 거미줄처럼 이어진 런던의 도로를 머리 속에 꿰고 있는 런던의 택시운전사들은 후위 해마의 크기가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해마는 공간 탐색과 공간 내 사물의 위치 기억에 관여한다.) 따라서 최고가 되고 싶다면 명확하고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자신의 안전지대를 벗어나 새로운 도전해야 한다. 하지만 그 목표가 지나치게 원대할 경우 쉽게 지치거나 포기할 수 있다. 목표는 현재 자신의 능력을 살짝 넘어서고 달성가능한 목표에 가까이 있는 스위트 스폿(sweet spot)을 찾아서 세우는 것이 좋다.

개선점을 알기 위한 피드백
‘의식적 연습’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자신의 수행능력을 향상시켜줄 심적 표상을 개발하는 것이다. 심적 표상(mental representation)이란 물체, 문제, 일의 상태, 배열 등에 관한 지식이 마음에 저장되는 방식을 말한다. 구체적이든 추상적이든 뇌가 생각하고 있는 대상에 대한 심적 구조물이나 시각적 이미지를 의미하기도 한다. 태권도 동작이든, 피아노 연주든, 외과 수술이든 스스로를 모니터하고 자신의 심적 표상을 활용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혼자 하기 힘들다면 노련한 교사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가장 좋은 학습 방법을 제시하고 다양한 기술을 보여주고 유용한 피드백을 제공한다면 학생의 능력은 빠르게 발전한다. 교사를 찾을 때에는 해당 분야에 숙달한 전문가이자 가르치는 일에 어느 정도 기술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좋다. 가능하다면 과거나 현재의 제자들로부터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하자.
온전히 집중하는 혼자 하는 연습
앞서 언급한 베를린 음악대학의 바이올린 전공 학생들의 실험으로 돌아가보자. 당시 연구자들은 연구에 참여한 학생들을 세 집단으로 나누었다. 세계적인 바이올린 독주자가 될 잠재력을 가진 ‘최우수 그룹’, 우수하지만 슈퍼스타급은 아닌 ‘우수 그룹’, 바이올린 연주자 보다는 음악 교사가 될 가능성이 높은 ‘양호 그룹’. 이들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거의 모두가 실력 향상에 가장 중요한 것은 ‘혼자 하는 연습’이라고 말했다. 또한 세 그룹의 주된 차이점은 ‘혼자 하는 연습에 바친 총 시간’이었다. 최우수 그룹은 18세가 되기까지 혼자 하는 연습에 평균 7,410시간을 투자했다. 하지만 우수 그룹은 5,301시간, 양호그룹은 3,420시간을 투자했다. 혼자 하는 연습이 실력 향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집중’ 때문이다. 70퍼센트의 집중력으로 장시간 연습하는 것보다 100퍼센트의 집중력으로 단시간 연습하는 것이 낫다. 효과적으로 집중하기 힘들다면 연습을 끝내는 편이 낫다.

일년에 300일을 출근을 하고 하루 8시간을 일한다고 하면 일년에 2400 시간이다. 그렇다면 약 4년을 조금 넘게 되면 우리는 회사에서 한 업무를 1만 시간을 하게 된다.
그렇기에 회사는 진짜 1만 시간의 법칙을 실험해 볼 수 있는 아주 근사한 실험실이다. 실제 업무를 하면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하는 일을 ‘의식적인 연습’이라고 생각하고 안전지대를 벗어난 목표를 세우고, 상사나 동료로부터 즉각적인 피드백을 구하고, 온전히 집중해 혼자 연습한다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에릭슨은 회사에서 일하며 다음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면 전문가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당신의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가?
1. 자신의 안전지대 밖으로 나와 쉽지 않은 일을 시도하는가?
2. 현재 상태와 개선점에 대해서 즉각적인 피드백은 얻고 있는가?
3. 해당 분야의 최고 실력자를 알고 있으며 이들과 자신의 차이점을 알고 있는가?
4.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보유한 특별한 기술을 개발하는데 적합한 연습을 하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