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티셔츠를 만드는 메르츠 비 슈바넨.
의류에서 가격 편차가 가장 큰 품목은 면 티셔츠가 아닐까 싶다. 단돈 몇천 원에 구입할 수 있는 가성비 버전부터 명품 로고를 박은 몇십만 원짜리까지 수십수백 배의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메르츠 비 슈바넨의 면 티셔츠는 그 중간쯤에 속하는 십만 원 선이다. 그러나 로고도 없고, 물론 명품 쇼핑백도 제공되지 않는다. 무지 티셔츠를 누가 그 가격에 사냐고? 놀랍게도 그리 유명하지도 않은 이 브랜드의 팬층은 꽤나 두껍다. 독일의 작은 공장에서 세계 최고 품질의 면 티셔츠를 만드는 메르츠 비 슈바넨의 진가를 알아본 사람들 덕분이다.
오래된 브랜드의 부활
메르츠 비 슈바넨은 1911년 창업자 발타자 메르츠가 독일의 슈바벤 산맥 지역에 방직공장을 연 것이 시작이다. 이 지역은 의류 생산의 거점으로 20세기 말부터 면직 생산이 활발했으나, 1960년대에 들어 많은 곳들이 문을 닫았다. 공정은 느리지만 튼튼하고 질 좋은 옷감을 직조하는 오리지널 루프 휠러를 사용했는데, 새로 등장한 기계와 대량생산에 밀려났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 우연히 메르츠의 빈티지 티셔츠를 벼룩시장에서 발견한 베를린의 디자이너 커플이 수소문해 메르츠의 후손들을 찾았고, 전통적인 직조법으로 옷을 만드는 공정에 매료되어 옛 브랜드를 부활시키기에 이른다. 그것이 지금의 메르츠 비 슈바넨이다.
오리지널 루프 휠러
메르츠 비 슈바넨의 가장 큰 특징은 루프 휠러로 작업한다는 점이다. 루프 휠러는 천 개가 넘는 바늘이 마치 뜨개질을 하듯 위아래로 움직이고, 동시에 느리게 회전하면서 옷감을 짜는 기계를 말한다. 이렇게 완성된 직물이 오늘날 ‘저지’라고 알려진 빈티지한 느낌의 면이다. 원통을 그리며 둥글게 회전하며 옷감을 만들었기 메르츠 비 슈바넨 의류의 양 옆구리에는 봉제선이 없다. 또한 소매와 몸통은 삼각 커팅 기법을 사용해 연결했기 때문에 겨드랑이와 같은 이음새 부분이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메르츠 비 슈바넨의 셔츠가 착용감이 유독 편안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잘 만든 옷이 지구를 살린다
메르츠 비 슈바넨의 모든 옷감은 그리스에서 경작된 유기농 면화를 사용해 만든다. 유기농 면은 430리터 이상의 물을 절약할 수 있고 이산화탄소 발생률을 46%나 낮추는 효과가 있다. 무엇보다 이들이 가진 가장 가치 있는 친환경적 요소는 오래도록 입을 수 있는 내구성이다. 잘 변형되지 않는 튼튼한 원단감, 입을수록 자연스러운 멋이 드러나는 점은 단단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비결이다. ‘좋은 제품은 반복되어 개발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잘 만든 제품은 시간을 초월하여 오래 지속되기 때문이다’라는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는 메르츠 비 슈바넨이 어떤 브랜드인지 잘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