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지난해부터 ‘투잡(부업)’으로 배달 일을 시작한 직장인 박민호(가명·35) 씨. 최근 빗길에 음식을 배달하다 넘어져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습니다. 박 씨가 당한 사고는 산업재해로 인정돼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모든 근로자는 일하다 다쳤을 때 치료비와 휴업급여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산업재해보험을 당연 적용받기 때문입니다. 보험료는 회사가 전액 부담합니다. 그렇다면 투잡으로 배달 일을 하는 경우는 어떨까요?
A. 원칙적으로는 안 됩니다. 근로자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로 산재보험을 중복 적용받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박 씨가 퇴근 후 단 하나의 업체를 통해서만 배달 일을 한다면, 중복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업체를 통해 배달 업무를 받는다면? 중복 적용이 어렵습니다.
이런 판단의 근거는 ‘전속성’입니다. 법적으로 배달원 등 특고는 근로자가 아닙니다. 근로자의 성격이 강한 자영업자죠. 근로자라면 누구나 산재를 적용받지만 특고는 산재 가입 기준을 법으로 정해놨습니다. 그중 하나가 ‘주로 하나의 사업에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할 것’이라는 겁니다. 한 명의 사업주에게만 노무를 제공하는, 전속성이 있어야만 산재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본래 박 씨는 본업이 있는 만큼 전속성 기준을 충족할 수 없고, 따라서 배달 일에 대해선 산재보험 가입이 안 됩니다. 하지만 최근 박 씨처럼 특고로서 투잡을 하는 직장인이 늘어나면서 그 기준이 완화됐습니다. 특고라도 주된 사업장이 있다면 산재 적용이 되는 것입니다.
Q. 그렇다면 전업 배달을 하는 경우는?
이것 역시 쉽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전속성이 문제입니다.
전업으로 배달 일을 하는 B 씨는 하루 종일 같은 배달 일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배달 건마다 의뢰한 업체가 다릅니다. 배달의민족을 통해 삼겹살을 배달했다가 요기요를 통해 커피를 배달하는 식이죠.
고용노동부는 소득의 절반 이상을 한 업체에서 벌어들이거나 전체 근무시간의 절반 이상을 한 업체에 할애한 경우 전속성 기준을 충족한다고 판단합니다. 만약 B 씨가 하루 8시간 일하는데 그중 5시간을 요기요에서 들어온 배달 일을 한다면 B 씨는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겠죠. 단, 이 경우엔 배달의민족에서 들어온 배달 일을 하다가 사고가 나면 산재 처리가 어렵습니다.
만약 B 씨가 하루 8시간 일하면서 3시간은 요기요에서, 3시간은 배달의민족에서, 2시간은 쿠팡이츠에서 일한다면 B 씨는 전속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어떤 업체를 대상으로도 산재보험 가입이 안 돼 일하다 다치면 치료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합니다. 또 설령 특고 전속성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택배기사, 퀵서비스기사, 골프장 캐디, 보험설계사 등 산재 가입이 가능한 14개 특고 업종이 아닌 경우에는 산재보험에 아예 가입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때문에 정부는 특고의 산재보험 적용을 확대하기 위해 전속성 기준 폐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회사에서 퇴근 후 배달을 하는 투잡족 박 씨도, 여러 업체와 계약해 일하는 배달기사 B 씨도 일하다 다치면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나아가 14개로 한정된 산재보험 적용 특고 직종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