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 낮춰도 어렵더니, 10년만에 미분양 해결된 수지 아파트
전방위로 확산되는 부동산 가격 상승
전국적인 집값·전셋값 상승세가 장기화하면서 주택 실수요자에게 외면받던 장기 미분양 아파트나 오피스텔의 인기까지 올라가고 있다. 집값과 전셋값이 계속 오르면서 자칫 전월세 난민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미분양 아파트나 오피스텔까지 찾는 것이다.
◇10년 만에 완판된 수지 성복힐스테이트&자이
최근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의 성복힐스테이트&자이가 분양 10년 만에 미분양을 해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아파트는 작년까지만 해도 가격을 9년 전 첫 분양 당시보다 1억원 이상 낮추는 등 다양한 할인을 했지만 미분양을 해소하지 못하던 아파트였다. 지하철역과 다소 거리가 있고 집값 급등기 이전에 소외받던 중대형 위주 아파트였기 때문이다.
1차 645가구, 2차 689가구, 3차 823가구 등 총 3659가구 가운데 전용면적 134㎡, 179㎡ 면적에서 40여가구 정도가 계속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이 아파트는 이른바 ‘스마트리빙’을 들고 나왔다. 24개월 정도 살아보고 맘에 들면 분양받도록 한 것이다. 분양 조건은 괜찮았다. 원래 분양가는 3.3㎡당 최대 1700만원대(옵션포함)이었는데, 1400만원대 로 낮췄다. 한 채당 7~8억원 대 가격이다. 여기에 30개월 무이자 잔금유예를 통해 최소금액으로 입주할 수 있는 특혜까지 줬다.
이런 조건 끝에 결국 최근 미분양을 해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는 “인근에 신분당선 연장선이 새로 들어오고, GTX 용인역 개발 소식이 있는 것도 호재가 됐다”고 했다.
◇11년만에 미분양 해소된 일산 아파트
용인과 정반대 위치인 수도권 서북 지역 미분양 아파트를 대표하던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두산위브더제니스’도 최근 분양이 완료됐다. 2009년 분양을 시작한 지 11년 만이다.
2700가구 규모의 일산 제니스는 글로벌 금융 위기에 따른 부동산 경기 침체로 초기 계약자의 약 70%가 입주를 포기한 바 있다. 이후 두산건설은 할인 분양, 중도금 무이자 대출, 관리비 대납, 자녀 교육비 지원 등 온갖 방법을 동원했지만, 10년 넘게 미분양을 털지 못했다. 이로 인해 두산건설 회사 자체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다 올해 집값 급등으로 그간 소외받던 일산 지역까지 집값과 전셋값이 오르면서, 이 아파트도 스마트리빙을 통한 분양 전환이 완료돼 악몽같던 미분양이 해소됐다. 일산 제니스 인근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20~30평대의 경우 분양가보다 1억원 이상 오른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식으로 올해 10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2만6703가구로 2018년 말(5만8838가구)에 비해 55% 급감했다. 2002년 말(2만4923가구) 이후 가장 적은 숫자다.
◇오피스텔·빌라도 인기
오피스텔도 주거난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작년만 해도 전국에서 분양된 오피스텔 68곳 중 47곳(69%)이 ‘청약 미달’이었다. 오피스텔은 시세차익을 누리기 어렵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아파트 못지않게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 20일 청약을 마감한 대구 중구 ‘중앙로역 푸르지오 더 센트럴’ 오피스텔은 평균 경쟁률 75.2대1, 전용면적 84㎡ A 타입(35실)은 경쟁률이 103대1에 달했다. 서울 도봉구 도봉동 ‘힐스테이트 도봉역 웰가’ 오피스텔은 고분양가 논란에도 평균 9.6대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통상 오피스텔은 청약 경쟁률이 5대1만 넘어도 ‘흥행 대박’으로 평가한다.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외면받던 빌라(다세대·연립주택)에도 매수세가 붙고 있다. 올 10월 서울에선 다세대·연립 매매 거래량(4656건)이 아파트(4369건)를 추월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아파트 공급 증대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래야 전방위적으로 퍼지는 부동산 가격 급등세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유연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