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기 실패 확률 '깜깜이'.. 5000만원짜리 아이템 2억 들어 [심층기획 - '확률형 아이템' 규제 하세월]
확률 전면공개 목소리 높아져도
정부, 업계 자율규제 믿고 손놓아
2007년 '리니지' 방어구 '티셔츠' 논란 점화
2011년 규제안 논의 있었지만 유야무야
업계, 자율규제방안 마련 불구 피해 계속
공정위, 2018년 넥슨 등에 9억 넘는 과징금
자율규제 대상 게임의 '강령' 준수율 86%
게임사 공개 확률 사실 여부 조사 힘들어
당국 "자율규제 한계.. 법적 규제 필요 상황"
일부 "확률 공개 영업비밀.. 게임 발전 저해"
中, 2018년 세계 첫 확률공개 의무화
네덜란드·벨기에는 도박 간주 금지

온라인, 모바일게임 등에서 판매하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실이 요청한 ‘확률형 아이템 확률 조작 의혹’ 조사 요구 건에 대해 검토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두고 논란이 시작된 것은 2007년 연말 즈음이다. 엔씨소프트가 온라인게임 ‘리니지’에서 게임 속 방어구인 ‘티셔츠’를 개당 2000원씩에 판매했는데, 이 아이템을 구매하면 무조건 능력치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확률을 통해 능력치가 올라가도록 했다. 1인당 최대 15만원까지 티셔츠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데 최악의 경우 15만원을 써도 능력치를 올릴 수 없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아이템이 논란이 되면서 리니지는 게임 화면에 ‘사행성’ 표시를 했다.

2018년 공정위가 ㈜넥슨코리아 등에 대해 9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 대표적이다. 넥슨코리아는 2016년 1인칭 슈팅게임 ‘서든어택’에서 900원짜리 아이템을 구매해 총 16개의 각기 다른 조각을 모두 모아 퍼즐을 완성하면 혜택을 제공한다고 했는데 일부 조각의 획득 확률이 0.5∼1.5% 수준으로 설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게이머 1명이 46만원을 들여 아이템 사들여도 퍼즐을 완성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공정위는 넥슨코리아에 대해 거짓·과장 및 기만적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인한 행위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9억3900만원을 부과했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는 지난달 발표한 ‘2020년 2월 자율규제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에서 자율규제 적용 대상 게임물 161개 중 139개가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자율규제 강령’을 준수해 준수율이 86.3% 기록했다고 밝혔다.

문체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제까지는 민간의 자율규제에 맡겨 두었지만 이제 자율규제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면서 “일부 법적인 규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를 중심으로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는 영업비밀 공개와 해외 게임과의 역차별 우려 가능성 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지난 2월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게임 진흥보다 규제 성격이 강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영업 비밀에 해당할 수 있는 정보까지 제출 의무를 두고 있는 점, 게임사업자에 대한 직접적인 자료 제출이나 진술 등의 실태조사 등을 문제 삼았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법안은 21대 국회에서만 4건이 발의됐다.
사실상 정부안에 가까운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이 발의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법률안’(게임산업법)에는 게임제작업자 또는 게임배급업자가 게임을 유통하거나 이용에 제공하기 위해서는 해당 게임에 등급, 게임 내용 정보,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종류별 공급 확률정보 및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표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민주당 유동수 의원은 ‘컴플리트 가챠(Complete Gacha, 수집형 뽑기)’ 금지 법안을 발의했다. 컴플리트 가챠는 여러 아이템을 모아 또 다른 아이템을 완성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확률을 통해 얻은 아이템을 조합 등을 통해 또다시 확률 게임을 하는 이중·삼중 구조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민주당 유 의원실에 따르면 중국은 2018년 5월 전 세계 최초로 확률형 아이템의 모든 확률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법령을 시행 중이다. 2019년 4월부터는 뽑기의 확률을 백분율이 아닌 ‘필요시행횟수’로 표기하도록 신규 판호(서비스 허가) 규정을 개정했다.
영국은 확률형 아이템을 유사 도박의 일종으로 분류하고, 도박법의 범주에 넣자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비디오 게임에서의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으로 간주,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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