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의마음치유] 여린 마음을 고치고 싶어요
본성 그대로 받아들이고 아껴줄 때 성숙

큰 회사의 부장쯤 되면 사람 성격을 꿰뚫어 볼 수 있을까? 나이 좀 들고 사회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른 이가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있다. 척 보면 안다”고 말하는 걸 가끔 듣는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사람치고 인간을 진정 깊이 이해하는 이를 나는 보지 못했다. “내 생각이 언제나 옳다”고 확신하는 사람일수록 “너는 무슨 무슨 성격이다”라고 함부로 단정한다. 이런 사람과 가까이 지내면 알게 모르게 마음에 상처를 입기 쉽다. 부장이 아니라 부처님도 사람의 성격에 대해 확실하게 말해 줄 수는 없다. 정신 분석이 정확할 거라고 믿으면 안 된다. 인간의 마음은 우주와 같은데, 먼지 같은 인간이 어떻게 다 알 수 있겠는가.
불안해지면 다른 사람이 자기 마음을 꿰뚫어 보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우울할 때는 그럴만한 계기가 없는데도 남들이 자기 약점을 다 알 것처럼 느낀다. 부정적 감정이 잘못된 생각을 진실인 양 믿게 만든다. 이건 누구나 경험하는 보편적 심리 현상이다. 권력을 쥔 사람이 약한 자기 마음을 간파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건 그 사람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자기 마음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자기 성격을 꿰뚫는 것처럼 여겨지면 “아, 지금 내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 건 아닌가? 내 감정이 우울한 건 아닌가”를 확인하는 게 먼저다.
한 사람의 성격은, 자기 자신을 포함해서, 그 누구도 확실히 알 수 없다. “내 성격은 여리다”고 단순하게 개념화하는 것이 문제다. 그런 자기 개념인 자아개념(self-concept)에 맞춰 마치 그런 사람인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행동하게 되기 때문이다.
자기 마음을 뚫어지게 관찰한다고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자기 내면에만 과도하게 주의를 기울이면 자연스러운 본성을 마치 문제인 것처럼 잘못 낙인찍는 함정에 빠진다. 나를 본다는 것은 우물 아래를 들여다보는 것과 같아서, 너무 깊이 알려고 몸을 우물 안으로 기울이면 컴컴해서 아무것도 안 보인다. 그러다 잘못 하면 헤어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백번 양보해서, 정말로 마음이 여리다고 해도 상관없다. 센 사람도 속에는 여린 본성을 감추고 있게 마련이다. 비수가 날아들어도 눈물 한 방울 안 흘릴 것 같았는데 “진짜 성격은 참 여리군요”라고 넌지시 물으면 백이면 백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겉으로만 강한 척했지 속은 안 그래요”라고 한다. “어제도 멜로드라마 보면서 혼자 울었다니까요”라면서.
성격 테스트로 약점을 파악하고, 그것을 고쳐보겠다고 자신을 들볶아도 본성은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상담을 받아도 천성이 금방 변할 리 없다.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받아들이고 아껴주면서, 삶이 던져준 소명에 헌신할 때 비로소 인간은 조금씩 여물어가는 법이다.
김병수 정신건강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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