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백은 널리 알려진 대로, 세균에 대한 항균 및 살균 작용이 뛰어나 웰빙용품 소재로 많이 사용되는 착한 나무죠. 편백에서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의 향도 한 번쯤 맡아 보셨을 터.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이나 두통, 아토피를 치유하는 데 도움을 주고, 집먼지진드기 등 해로운 세균의 생장을 억제해 늘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기특한 천연 항균물질입니다. 이런 편백의 향기가 늘 머리맡에서 난다면? 말만 들어도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기분이겠죠? 카카오메이커스에서 4차례나 매진 사례를 기록한 편백내음의 편백베개가 그 주인공입니다.

편백내음은 ‘반희담’이라는 작은 사업단의 브랜드입니다.
시작은 경기광주지역자활센터. 경제적 자활을 꿈꾸던 네 사람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지역자활센터에서 교육을 받다가 서로 알게 됐고, 우연히 옷 수선 수업을 듣게 됩니다.
난생처음 배운 재봉틀에서 즐거움을 느껴 반희담을 만들게 된 이들은, 처음엔 지역 장애인 단체의 옷 수선을 무료로 해주면서 점차 재봉 실력을 늘려갔습니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오래된 재봉틀 한 대와 쪽가위가 이들 도구의 전부였죠.

그러다 동네 교회에서 어르신들에게 편백베개를 선물하는 것을 보고, 괜찮은 사업 아이템이라고 생각해 편백의 세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흔히 유통되는 편백베개의 디자인이 너무 천편일률적이고 촌스러워서, 이를 개선해 대량으로 주문 받으면 괜찮은 사업이 되리라 여긴 것. 편백 향에 진심으로 매료된 점도 사업 의지를 불태우게 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때부터 반희담은 적극적으로 질 좋은 편백베개를 만들려는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방법도 모른 채 뜯어보고 다시 재봉하며 어설프게나마 직접 만든 편백베개를 들고 편백 사업설명회에 쫓아가 조언을 얻었습니다.
그러다가 그곳에서 만난 전문가와 연이 닿아 전남 장성의 편백 큐브를 수급했습니다. 디자인도 과제였죠. 촌스럽지 않고, 편백의 장점을 배가할 수 있는 디자인을 고민하던 반희담은 센터에서 소개한 경기도 이천의 천연염색 장인을 만납니다.

자연에서 얻은 쪽, 꼭두서니, 녹차, 황토 같은 풀, 흙, 꽃나무들의 고유 색을 천에 물들이는 천연염색. 이를 보고 배운 반희담은, 이천의 천연염색 원단으로 베개를 만들기로 합니다. 그렇게 자연의 색과 향을 모두 모아 바느질 한 땀 한 땀에 희망을 담은 편백내음의 베개가 완성되었습니다.

이제 반희담은 어엿한 독립 사업체로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2011년 문을 열 때만 해도 다른 사업장 한쪽에 얹힌 신세였지만, 작년 3월부터는 경기 광주시 송정동에 널찍한 매장을 열어 손님들을 맞고 있습니다.

매장에는 편백베개와 편백목베개를 비롯, 반희담이 직접 만든 가방, 앞치마, 베갯잇, 파우치 같은 다양한 물건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매장 판매로 얻는 수익도 제법 되고, 지역 관공서 등에서 대량 주문도 종종 들어옵니다. 재봉틀에 대해 알지도 못했던 반희담 구성원들이 바늘 한 쌈, 쪽 가위 하나로 삶을 일궈 마침내 안정적인 자활에 성공한 것입니다.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반희담은 올 하반기 자활기업 신청을 앞두고 있습니다. 구성원들이 어엿한 사업체의 공동 대표가 된다는 뜻입니다.

이만큼 해놓은 게 신기하고, 스스로 대견해요. 비슷한 처지로 만난 사람들이 자활에 성공해 이제 공동 창업까지 하게 된 거잖아요. 내가 직접 운영하는 가게인 만큼, 열심히 해 평생 일자리로 삼고 싶어요. 그리고 우리처럼 자활을 꿈꾸는 사람들이 배울 마음만 있다면, 열심히 가르치고 싶어요. 나중에는 직원으로 뽑을 수도 있겠죠.

반희담 임영자 반장의 말 속에 많은 가치가 있습니다. 어려움에 부닥쳐도 좌절하지 않고 삶을 개척하려는 의지, 조금씩 성장해 자활의 기틀을 마련하는 보람, 자신들이 노력해 일군 것들을 타인에게 환원하고자 하는 배려. 그리고 이런 마음가짐은 강인한 생명력으로 인간에게 많은 것을 선사하는 자연과 똑 닮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