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큰손들 공시지가 1억 미만 빌라 '싹쓸이'

세계를 강타한 유동성 폭탄, 부동산 규제 속 투자자들의 선택은?

대통령 선거를 마친 미국이 대규모 돈 풀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유동성 폭탄이 전 세계를 강타한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데요. 덕분에 코스피 지수와 비트코인 시세가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국내 부동산에 대한 투자는, 정부가 연이어 내놓은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고수들은 귀신 같이 규제 ‘틈새상품’을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재개발이 손실의 위험이 높은 반면 수익률도 그만큼 높은 ‘투자 고수의 영역’으로 취급되었는데요.


요즘 고수들은 재개발 대신 조금은 다른 물건을 찾고 있다고 해서 리얼캐스트가 알아봤습니다.

취득세 12%, 투자 허들 높이다

일단 어떻게 하다 투자자들이 틈새상품에 모이게 됐는지 살펴보죠. 그럼 어떤 틈새상품이 유망할 수 밖에 없는 지 대충 각이 나오거든요.


요즘 부동산 투자 난이도를 높여버린 두 가지가 바로 주택 취득세, 그리고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중과입니다.


우선 2018년 9.13 대책으로 주택 임대사업자에게도 종부세가 부과되게 됐습니다. 다주택자가 보유세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 상 사라진 셈이죠. 거기에 올해 여름, 세상을 뒤흔든 7.10 대책이 나와버렸습니다. 이에 따라 유주택자가 신규 주택 구입할 때는 이제 주택수, 취득 지역에 따라 최대 12%까지 취득세를 내야하며 종합부동산세 또한 2021년부터 세금 과표에 따라 6%까지 인상되었습니다. 네. 표만 봐도 복잡하죠.


여튼. 특히 취득세 중과는 주택 투자의 진입장벽을 한껏 올린 신의 한수 였는데요. 취득세는 세율이 워낙 높아진 데다, 국토부 공시가격이 아닌, 실제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돈 단위가 더 크고, 보유세와 달리 집을 사면 곧 내야 하는 세금이니까요.


4주택 이상이면 비규제 지역에 집을 사도 취득세가 12%, 그러니까 10억짜리 집을 사면 취득세만 1.2억이라 이겁니다. 1.2억이면 대한민국 어디엔가 집을 한 채 더 살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자연히 투자가 위축될 수 밖에 없겠죠?

새로운 블루오션, ‘공시가격 1억 이하 주택’

그런 와중에도, 취득세 중과를 빗겨간 주택이 있습니다. 특히 어떤 집들은 이 취득세를 지방교육세(취득세의 10%)까지 다해서 1.1%만 내면 된다고 합니다. 바로 공시가격이 1억원 이하인 저가 주택입니다.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투기 대상으로 보기 어렵고 주택시장 침체 지역 등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주택 수 합산 및 중과 대상에서 빠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주택은 취득할 때 취득세가 낮을 뿐 아니라 이런 주택만 10개를 보유한 경우 새 집을 살 때 취득세는 기존 세율로 낼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를 부르 짓는 이때. 공시가격 1억짜리 주택이 어디 흔할까 싶은데요.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면, 심지어 서울에도 이런 집들이 있다고 합니다.


다만 집이 소형이면서, 노후도가 심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렇게 오래된 집들은 주택의 사용가치를 낮게 평가 받아 공시가격이 싸게 나오는 것이죠. 눈치가 빠른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실 이런 집들은 재개발 지역에 많습니다.


상계뉴타운1구역의 한 낡은 소형 빌라 사례를 보면, 시세는 2억원대이나, 공시지가가 아직도 9,000만원대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걸 나라님들도 모를 리가 없겠죠. 그래서 막아 놨습니다.


아까 표에서 보셨다시피, 재개발 등 정비구역에 포함된 주택은 이 혜택에 포함이 안된다고 합니다.

공시가격 1억 이하 즐비…’핫’한 강북 빌라ㆍ연립

그리하여 부동산 고수들은 아직 구역지정은 안되었지만 재개발을 추진하는 지역, 또는 재개발 지역 근처, 또는 비슷하게 노후화된 주택을 찾고 있습니다.


이런 지역들은 점차 재개발을 추진하게 되거나, 적어도 재개발 지역에 새로 형성되는 인프라를 함께 누릴 수 있기 때문에 미래가치도 나름 괜찮다고 할 수 있죠. 거기다 취득가액 3억원 미만이면 규제지역에서 집을 사더라도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이 아니니 매수 타이밍을 잘 잡으면 모든 것이 완벽한 것처럼 보입니다.


때문에 지금은 재개발구역에서 해제됐으나 다시 재개발을 추진하는 구 상계3구역과 노고산동, 장위ㆍ미아뉴타운과 인접해 재개발 동의를 받고 있는 강북구 번동 148, 미아동 258번지 등등 일대가 핫하다고 합니다. 그중 공시가격 1억원 이하 물건이 많고, 현재 공공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번동을 살펴볼까요?


7.10대책 이후 2020년 하반기 7월부터 10월까지 번동 소재 월평균 연립ㆍ다세대 매매건수는 85.3건으로 1월부터 6월 상반기까지 평균인 61.2건을 웃돌았는데요. 게다가 지난해 월평균 19.4건에 비하면 4배 이상 증가한 것입니다.

특히 30년 이상 된 노후 연립ㆍ다세대의 거래 건수가 2019년 39건에서 2020년 300건 이상으로 증가했으며, 이중 대부분이 재개발 예정지인 148번지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일례로 올해 31년차가 된 한 연립은 2억 7,000만원에 팔리며 이 지역 실거래가 최상위권을 차지했는데요. 이 연립조차 공시가격은 채 1억원을 넘지 않네요. 게다가 너무 낡아서 인지 공시가격이 오히려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볼까요? 앞서 설명한 지역 부동산 사무실 몇 곳과 이야기를 해보았는데요.


-음성녹음-

공인중개사: 지금 현장에..현장에 매물이 거의 없어요

그럼요 무조건 공시지가 1억이 넘는 건 안 팔려요 취득세 때문에…


질문: 그러면 요즘에 가격이 많이 오르나요?


공인중개사: 동의율이 지금 40% 넘어가지고 공공재개발 신청까지 가서 난리예요 지금.


네. 소문대로 공시가격 1억원 안되는 아파트가 잘나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취득세 중과에 갑자기 뜬 지방 구축 아파트

그런 한편, 집값이 저렴한데도 인기가 없었던 지방 구축 아파트가 갑자기 ‘핫’해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방은 신축 쏠림 현상이 더욱 심하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현상이죠.


그 대표격인 강원도 춘천시 후평주공 아파트는 언론에 등장할 정도로 이슈가 되었는데요. 사실 근처에 비슷한 가격대의 구축 아파트가 많아서 동네 자체가 이 부분에 특화돼있기도 하죠. 후평주공 4단지 거래량을 보면 역시 작년보다 올해가, 올해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눈에 띄게 높았습니다. 특히 7.10 대책이 발표된 7월 이후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이 단지 전용면적 59㎡는 올해 공시가격이 6,000만원대 이보다 소형인 49㎡는 5,000만원도 안됩니다. 이곳 역시 일반적인 추세와 달리 지난해보다 올해 공시가격이 더 떨어졌는데요. 공시가격이 낮아지는 만큼 보유세가 더 오를 걱정은 없으니 투자자 입장에선 더욱 구미가 당기겠네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손실 위험 주의해야

하지만 고수가 괜히 고수겠어요? 무턱대고 따라하다 큰일 날 수 있죠. 주식이든 비트코인이든 투자자들의 최종 목표는 “언제, 어떻게, 잘, 엑시트(exit) 하느냐?” 인데요. 주택은 좀 다른 게 생존의 3대 요소인 의식주 중 하나로 결국은 실거주용이라는 거죠. 주택이 안전자산이란 게 그래서겠죠.


하지만 앞서 말한 노후 주택이나 지방 아파트 등은 경우에 따라 실거주 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게다가 리얼캐스트 취재 결과 이미 투자자들이 대거 이런 저가 주택을 구매한 상태라 서울ㆍ수도권에선 30년 넘은 지하연립, 그리고 일명 ‘뚜껑물건’이라 불리는 무허가 주택까지 각광 받으며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었는데요.


특히 서울의 경우 2020년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주택이 38% 증가하는 등, 저렴한 공동주택은 빠르게 줄고 있는데요. 3억원 미만 저가 공동주택의 실제 시세를 공시가격에 반영한 현실화율이 68.6%로 이를 매매 실거래가에 단순 적용하면 2020년 1월부터 10월까지 서울에서 매매된 연립ㆍ다세대 중 오직 13%만이 여기 속하게 됩니다. 앞으로 정부에선 현실화율을 90%까지 높일 예정이므로 1억원 이하 공시가격 주택은 더욱 귀해지겠죠.


무엇보다 주택 자체 가치가 낮은 상황에서 점차 개발 및 시세 차익을 기대하는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있기에, 이러한 기대가 무산 될 경우 투자 원금을 상당부분 손해볼 수 있다는 거. 유념하셔야 합니다. 지난 2019년 6월, 정비사업 일몰제 적용으로 사업 해제 된 단지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꽤나 연륜 있는 투자자들도 큰 손해를 봤다는 소문이 곳곳에서 들려오기도 했습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하이 리턴만큼 하이 리스크를 고려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