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품은 마당과 개인공간 어우러진 12평 주택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건축가들이 짓는 집은 어떤 모습일까. 일본 협소주택이나 미국 주택은 TV나 영화를 통해 종종 소개되지만 그 의도와 철학적 의미를 알기는 쉽지 않다. 땅집고는 월간 건축문화와 함께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지은 주택을 소개한다.
◆건축 개요
건축가: 엔기아 건축사무소(Nghia-Architect)
위치: 베트남 하노이
대지면적: 52㎡
건축면적: 40㎡
연면적: 60㎡
준공시기: 2016년
사진: 뚜언 응야 응웬(Tuan Nghia Nguyen)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는 건물이 작은 틈도 없이 빼곡히 들어선 곳이 많다. 이 집은 그런 도심 환경 속에서도 작은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을 원했던 건축주의 요청에 따라 계획됐다. 주변 집들만큼 넓지 않지만 햇빛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작은 마당도 마련했다.
이 집의 박공 지붕은 길에서 보이는 담벼락에도 나타난다. 내부는 복층(復層)으로 구성돼 있다. 주택 양옆이 건물로 막혀 있어 창은 마당을 향해 길게 나 있다. 집 안에도 작은 정원을 둬 이 곳 나무를 복층 침실에서도 볼 수 있도록 했다.
◆건축가가 말하는 이 집은...
집은 작지만 사람들이 인생의 멜로디에 잠길만큼 감성적인 휴식 공간이다. 전형적인 하노이 골목길에 있는 이 집은 오랫동안 해외에서 살다가 얼마 전 고향으로 돌아온 젊은 남성을 위해 설계했다. 그는 개인 공간이 있는 집을 원했고, 개방된 공간에서 편안한 휴식 시간을 보내거나 친구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공간을 원했다.
건축주는 가장 친한 친구인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다. 이 집은 개들에게 친화적인 공간이어야 하고,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정원이 필요했다. 건축주가 요구하는 사항과 대지 위치를 고려해 건축가는 모든 기능의 경계선을 없애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디자인을 제안했다. 이 집은 조용하지만 개방돼 있다.
작지만 모든 것이 충분히 갖춰진 집. 하노이 같이 복잡하고 바쁜 도시인들은 그들이 가진 공간을 100% 활용하려고 한다. 이 집과 마당은 꼿꼿이 솟은 건물들 사이에 겸손하게 서 있다. 땅을 모두 활용하거나 실내 공간을 확보하기보다는 뒤쪽에 위치해 골목 전체를 녹색 공간으로 활용했다. 도시의 작지만 소중한 틈새다.
정문은 벽돌을 교대로 쌓아 듬성듬성한 울타리가 돼 집과 거리를 분리해준다. 동시에 이웃들과 녹색 공간을 공유할 수 있다. 집의 면적은 고작 40㎡(약 12평)다. 실내 공간은 전부 연결돼 있어 모든 공간은 벽이나 고정된 기능을 갖지 않는다.
특히 각 공간을 통해 빛과 바람이 집안으로 들어온다. 건축가는 천연적인 소재와 투박한 재료를 사용해 편안한 느낌을 주며 소박한 생활 방식을 위해 좋은 퀄리티의 재료를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