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100년된 카메라
국내 1호 유럽카메라 판매사이트
문화체육관광부 '창조관광사업'지정
개인이 100년 된 필름카메라를 전시하는 곳이 있다. 서울 연남동 골목에 자리잡은 '엘리카메라'. 전시된 카메라가 400개를 넘는다. 10년 넘게 필름 카메라만 모은 '카메라 덕후'가 만든 공간이다.
'엘리카메라'는 독일·영국·미국에서 1880~1950년대 생산된 카메라를 전시한다. 직접 만지고 체험할 수 있고, 저렴한 비용으로 하루 대여도 가능하다. 구입하고 싶은 사람은 온라인 사이트에서 신청하면 된다.
유럽카메라만 취급하는 곳은 엘리가 국내 유일하다. 니콘(Nikon) 같은 일본 브랜드는 팔지 않는다. 인기가 많다. 한 달에 두 번 홈페이지에 상품을 올리는데, 30분 안에 매진된다. 가격은 평균 10만~20만원. 한 달 100개이상 팔린다. 자칭 '성공한 덕후'라는 엘리카메라의 주인, 강혜원(35)씨를 만났다.

엘리카메라를 운영하는 강혜원씨
유럽역사 간직한 필름카메라
독일, 영국, 미국 현지 샵과 계약을 맺어 카메라를 주문한다. 카메라가 도착하면 점검, 테스트, 클리닝을 거쳐 주문자에게 배송한다. 저렴하고 퀄리티가 좋다.
유럽과 미국 카메라만 모아 놓은 곳은 처음 보는데요
나라마다 디자인과 특징이 다양해요. 그런데 지금은 거의 생산하지 않아 귀해요. 영국은 1950년대 이후로 카메라 산업이 쇠퇴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남아있는 카메라는 거의 100년이 된거죠. 독일은 가장 활발하게 카메라를 만들었던 국가예요. 그러나 2차세계대전 이후 생산이 급격히 줄었어요. 미국은 아기자기한 디자인으로 여성에게 인기가 좋습니다. 하나씩 모으다보니 500개 가까이 됐네요.
일본 제품은 왜 취급하지 않나요?
디자인이 거의 비슷해 재미가 없어요. 또 많아요. 일본은 60년대 이후로 발전해 유럽카메라에 비해 찾기 쉽죠. 남대문만 가도 구할 수 있잖아요. 애써 수집할 필요가 없죠.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로 촬영·편집·색보정까지 하는 디지털시대잖아요. '필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옛 것에 대한 향수 때문인 것 같아요. 필름은 디지털 사진이 흉내낼 수 없는 색감과 느낌이 있어요. 지금은 똑같은 디자인이 대량생산되는 시대잖아요. 세계 어딜가도 아이폰이 있고 심지어 벨소리도 같아요. 사람들은 그걸로 언제든 찍고 지워요. 반면 필름카메라는 한 번 찍으면 못 지워요. 하나 밖에 없는 사진을 찍는 거에요. 쇼룸에서 카메라 역사를 듣다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며 눈물짓는 분이 많아요.
쇼룸까지 연 이유는요?
카메라를 만지고 떠드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필름카메라를 잘 아는 사람은 온라인 사이트에서 주문하면 돼요. 하지만 입문자에게 필름카메라는 생소하고 어려워요. 사진찍기 좋아하는 사람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꼈죠.
왜 연남동에 만들었나요
원래 다른 지역에 계약을 한 상태였어요. 그런데 이 곳을 발견하고 계약금을 포기하고 왔어요. 유럽의 작고 한적한 동네 느낌을 찾고 있었는데 비슷한 공간을 찾은거죠.

엘리카메라에서는 카메라 뿐 아니라 1900년대 영국사람들이 주고받았던 엽서를1000원에 판다.
사업그만두고 떠난 영국유학…카메라 200개 가져와
원래 어떤 일을 했나요
21살부터 12년 간 '체리네 구제샵'이란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했습니다. 수입빈티지의류를 팔았어요. 친구들이 대학교에서 낭만을 즐길 때 택배 보내며 살았죠. 그러다 30살. 갑자기 회의감이 들었어요. 한 달에 순수익만 2000만원을 올리고 있었는데 말이죠. 10년 간 모은 돈을 들고 영국 유학을 갔습니다.
그때 카메라를 만났나요
영국은 동네마다 카메라 샵이 있어요. 한 눈에 빠져 유럽 다른 나라 카메라에도 관심이 갔어요. 수업이 없을 때면 가까운 독일로 건너갔죠. 벼룩시장·카메라가게를 전부 돌아다녔습니다. 물 만난 물고기 같았어요. 주인아저씨들은 동양인 여자가 옛날 카메라를 좋아하니 신기해 하더라구요. 1년, 2년, 꾸준히 가니까 가족처럼 친해졌어요. 카메라의 역사, 관리팁, 수리방법 등 여러 지식을 얻었죠. 그 때 방문했던 곳이 현재 거래처가 됐어요.
그리고 직업으로 삼은 건가요
한국에 들어올 때 관세를 내고 200대 이상 가져왔어요. 그때만 해도 팔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카메라가 제 방을 가득채우고 거실까지 넘어 가더라구요. 안되겠다 싶어 중고거래 사이트에 한 개씩 올렸어요.
반응이 어땠나요?
중고사이트에 올리니 1분만에 팔리더라구요. 제 아이디가 '엘리'였는데, 곧 '완판녀엘리'로 유명해졌어요. 필름카메라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는데 유럽카메라를 정식으로 수입해 파는 곳이 없던 덕이죠. '엘리카메라' 이름으로 사이트를 만든 계기가 됐습니다.
사진 찍으며 위로받는 사람들
사람이 많이 오나요?
평일에는 20~30명 정도 와요. 판매보다 전시가 목적인 곳임을 감안하면 정말 많이 오는 거에요. 구경하면 사야한다는 부담이 없으니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기본 1시간이상 구경하고 갑니다. 제가 일일이 카메라의 역사를 설명하고 작동법도 알려드려요. 주말엔 사람이 많아 대화를 많이 나누지 못해 아쉬워요.
주로 어떤 분이 오나요?
10대 소녀부터 70대 할아버지까지 옵니다. 전문 포토그래퍼도 있지만 취미로 사진을 찍는 분이 대부분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다면요
암투병으로 힘든 시기에 사진찍으며 고통을 이겨낸 고등학생이요. 사업에 실패하고 재기한 40대 중년도 있어요. 찍은 사진을 놓고 대화하다보면 인생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와요. 카메라를 매개로 친구가 되는 겁니다. 79세 할아버지와 거래한 것도 기억에 남는데요. '내 나이가 80이 다 되어 문자가 느려요'라고 문자가 오더라구요. 나이만큼 세월이 오래된 카메라를 구입하신 할아버지였어요.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있는 앨리카메라. 쇼룸에 놀러와 1시간씩 구경하고 가는 손님들이 많다.
유망 관광사업으로 평가받은 연남동 쇼룸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됐네요
제가 구상했던 다른 사업에 비하면 필름카메라사업은 수익이 훨씬 적어요. (웃음) 하지만 카메라를 좋아하는 사람과 늘 함께 할 수 있어 좋습니다. 돈이 채울 수 없는 행복이죠.
국가사업 지원도 받으셨다구요
문화체육관광부 '창조관광사업'프로그램에서 지원비를 받았어요. 잠재력있는 사업으로 새로운 관광문화를 주도할 업체를 선정해 1년 동안 지원해주는 제도인데요. 카메라를 파는 곳이 뽑힌 건 처음이라고 해요. 시설비· 홍보비로 2500만원을 지원받았어요.
앞으로 계획이 궁금해요
카메라 좋아하는 분들을 위해 연남동 쇼룸을 적극 이용할 생각입니다. 일반인이 찍은 사진 중에 가슴을 울리는 작품이 많아요. 매달 필름사진을 신청받아 전시할 계획이에요. 사진을 천장에 붙이고 '누워서 보는 전시파티'도 열 겁니다. 마지막으로 하루 1만~2만원으로 쇼룸에 있는 카메라를 대여해 드릴 예정입니다. 많이 놀러오세요.
jobsN 최슬기 인턴기자
jobarajob@naver.com
잡아라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