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정유업계의 시간.. 주가도 실적도 '고공행진'
국제유가·정제마진 개선에 수익성 회복
코로나 백신 보급 확대시 정유업계 수혜 전망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적잖은 타격을 받았던 정유업계가 최근 실적과 주가 모두 상승세를 보이며 기지개를 펴고 있다. 정유사들은 지난해 조(兆) 단위의 적자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2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향후 코로나19 백신 보급률이 높아지면 여행 등 이동 수요가 늘어 정유업계의 회복세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쓰오일(S-OIL) 주가는 지난 1일 장중 한때 10만1000원에 거래되며 최근 1년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18일 10만500원으로 52주 최고가를 쓴지 불과 보름도 안돼 기록을 경신했다. 마감가는 전일 대비 6300원(6.7%) 오른 9만9900원이었는데, 이는 지난해 9월 24일(5만300원)보다 96.8%(4만8700원) 오른 수준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최근 3개월 이내에 증권업계가 전망한 에쓰오일 목표주가는 평균 11만1526원으로, 직전 전망치(평균 9만8444원)보다 13.3% 상승했다. 일부 증권사는 14만원을 목표주가로 제시하기도 했다.

에쓰오일을 비롯한 정유사 주가는 지난해까지만해도 크게 힘을 쓰지 못했다. 코로나19의 확산세를 막기 위해 각국이 이동 제한 조치에 돌입했고, 자동차·항공 등 수송이 멈춰서면서 매출이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것)도 마이너스 흐름을 이어가면서 수익성도 바닥을 쳤다. 이에 SK이노베이션(096770)·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5조979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흐름이 반전됐다. 최근 들어 정제 마진은 완연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4월 마지막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3.2달러로 지난해 3월 둘째주(3.7달러)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5월 마지막주의 경우 배럴당 1.7달러로 4월보다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1년 전 5월 배럴당 -3.3달러에 비하면 개선됐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말 정유업체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4달러를 뛰어넘어 평균 수준인 6달러 전후까지 복원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국제 유가 역시 상승세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5월 첫째주 기준 배럴당 평균 66.21달러로, 연초 53.21달러보다 24.6% 올랐다. 유가가 상승하면 저유가일 때 사들였던 원유 비축분의 가치가 올라 정유사들은 재고평가이익을 얻을 수 있다.
석유제품 소비도 늘어나고 있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경유 소비량은 올해 1~4월 5286만3000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4993만6000배럴)보다 5.9% 증가했다. 휘발유 소비량 역시 같은 기간 2418만3000배럴에서 2627만7000배럴로 8.7% 늘었다. 다만 휘발유, 경유 대비 상대적으로 마진이 많이 남는 항공유의 경우 지난해 1~4월 806만7000배럴에서 올해 1~4월 658만2000배럴로 18.4% 줄었다. 그러나 4월만 놓고 보면 지난해 73만배럴에서 올해 161만9000배럴로 121.8% 증가했다.
이같은 지표의 개선은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정유 4사는 지난 1분기 일제히 흑자로 전환했고 시장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다. 실적 개선세는 올해 내내 이어질 예정이다. 에쓰오일의 경우 증권사가 전망한 올해 영업이익은 평균 1조7162억원이다. 지난해의 경우 1조991억원 적자를 기록했었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정유업계의 회복세는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코로나19 백신의 보급이 확대되면 글로벌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여행 등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항공유 등 전반적인 석유제품 수요도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5월 월간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석유수요를 일평균 9656만배럴로 예상했는데, 이는 지난해(9051만배럴)보다 6.6% 늘어난 수준이다. 분기별로 보면 1분기 일평균 수요는 9329만배럴이지만, 2분기 9479만배럴, 3분기 9790만배럴, 4분기 9974만배럴 등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까지 회복하는 데는 시일이 다소 소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망치대로 석유수요가 증가한다 하더라도 코로나19 직전이었던 2019년 세계 석유 수요(일평균 약 1억배럴)에는 못미치는 상황”이라며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확산되고 있어 항공 등 수송용 수요가 완전히 회복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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