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광 없이 실크스크린 인쇄하기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보급은 각 분야마다 문명의 이기를 만들어낸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인쇄 기술은 출판 분야를 비롯해 다양한 표현과 높은 품질의 결과물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이 점에서 최근 리소코리아가 선보인 디지털 스크린 제판기 ‘고코프로GOCCOPRO 시리즈’와 ‘마이스크린MiScreen a4’는 주목할 만하다.

A4 사이즈의 제판이 가능한 마이스크린 a4.


이는 실크스크린의 복잡한 제판 과정을 단축시켜 높은 생산성과 품질을 구현할 수 있는 제판기로, 특히  디자이너와 제작자들 사이에서 화제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실크스크린 인쇄를 하려면 포지티브 필름에 도안을 출력하고 유제를 바른 실크 판에 감광한 뒤, 세척하고 건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간단한 디자인이라도 배수 시설이나 건조 환경이 필요하고 시간과 공간에 따른 번거로움이 있다. 그런데 이 기계는 화학약품인 유제 감광액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친환경적일 뿐 아니라 감광에 필요한 암실이나 세척을 위한 배수 시설도 필요 없이 어느 곳에서나 작업이 가능하다. 비결은 ‘리소 드라이 감열 제판 시스템’에 있다. 서멀 헤드의 열로 코팅된 메시에 구멍을 뚫어 스크린 망을 만드는 기술로 이미지 파일을 기기에 전송하기만 하면 최대 3분 20초 내에 뚝딱 제판이 끝난다. 물론 세밀한 부분도 정교하게 구현할 수 있어 전통적인 방식보다 뛰어난 결과물을 낼 수 있다.

큰 사이즈와 빠른 제판 속도로 우수한 생산성을 자랑하는 고코프로 QS2536. 상업 인쇄용으로 적합하다.
길이 800mm의 제판도 가능해 다양한 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고코프로 100.


예컨대 ‘고코프로 QS2536’은 457mm×759mm에 달하는 대형 사이즈를 1200dpi의 고해상도로 제판할 수 있는데, 컬러 인쇄를 위한 정밀한 위치 조정도 가능하다. 또한 제판 소요 시간도 200초 이내라 상업 인쇄를 위한 용도로 적합하다. 그런가 하면 ‘고코프로 100’은 보다 콤팩트한 사이즈로 숙련된 기술자나 설비 없이도 쉽게 제판할 수 있는 모델이다. 길이 800mm의 긴 사이즈도 가능하기 때문에 티셔츠나 유니폼, 타월, 에코백 같은 판촉물이나 각종 시제품, 주문형 기념품 등 소량 제품 제작에 유용하다. 여기에 특수 전기 처리를 추가하면 텀블러 같은 스테인리스 소재에도 인쇄가 가능하다.


한편 고코프로 시리즈보다 낮은 가격으로 구매 장벽을 낮춘 모델인 마이스크린 a4도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이는 이름처럼 A4 사이즈의 제판이 가능한 버전인데 소규모 스튜디오나 브랜드, 핸드메이드 공방에서 부담 없이 사용하기에 좋다. 실제로 부산에서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그린그림과 프린트 숍 프롬샵을  운영하는 천지원과 박성진 대표는 리소 인쇄를 활용한 제품을 제작해왔는데 최근 마이스크린 a4로 교체하면서 새로운 제품으로 리뉴얼을 시도하는 중이다. 이처럼 독립 출판 시장의 활성화와 개인화 트렌드에 따라 맞춤 제작과 소량 생산을 위한 인쇄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와중에, 고코프로나 마이스크린 a4 같은 기계의 등장은 디자인과 인쇄 문화의 저변을 넓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콤팩트한 사이즈의 마이스크린 a4. 소규모 그래픽 스튜디오나 핸드메이드 공방 등에서 사용하기에 좋다.
프롬샵에서는 리소코리아의 리소 기계를 사용해 아트 프린트 제품을 만들었다. 그런데 잉크의 물성과 컬러를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크스크린 기법의 제품으로 리뉴얼하기로 했다. 이에 지난달에는 마이스크린 a4를 구매해 새로운 제품을 준비했고 3월에 리뉴얼 오픈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실크스크린 작업의 번거로운 감광 과정이 사라져 작업 시간이 대폭 줄어들면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고 있다.기계의 크기도 작기 때문에 공간 제약 없이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고 부담이 적은 가격이라는 점에서도다른 제작자에게 추천할 만하다.
천지원 / 프롬샵 공동 대표


리소코리아(대표 우키타 카츠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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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유다미 기자

온라인 업로드 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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