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만원+사무실만 있으면 가능한 이 창업이 위험한 이유

조회수 2020. 10. 4. 14: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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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장벽 낮아지는 이 업계, 위험한 이유는
여행 산업 급속도로 성장 중이지만
여행사 증가 추세는 이를 뛰어넘는 '폭증'
외국 온라인 여행사까지 들어오며 경쟁 심해져

‘당사는 경영악화에 대응하여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나 부득이하게 폐업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신혼여행 전문 여행사 ‘허니문베이’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 내용이다. 이 업체는 지난 2018년 11월 25일 문을 닫았다. 이들은 공지에서 “여행업체간의 과도한 경쟁과 대형 여행사의 지속적인 부도 여파로 인한 기존 예약 고객 캔슬, 영업 저조, 마케팅 비용 인상 등의 원인이 큰 문제였다"라고 했다. 서울특별시관광협회는 “서울보증보험 심사를 거쳐 피해 보상 여부를 결정하는데, 현재까지 전화 문의와 접수 현황을 보면 보증보험액보다 (허니문베이) 피해 금액이 더 클 듯해 소비자들이 100% 보상받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출처: jobsN
허니문베이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고문.

2018년 12월 23일, 중소벤처기업부를 비롯한 16개 관계 부처가 10개 업종별 규제 완화 대책을 포함한 ‘자영업 성장·혁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중 하나가 ‘여행업 자본금 기준 하향’이었다. 관광진흥법 시행령에서는 여행업 창업 필수 조건으로 두 가지를 규정해 두고 있다. 하나는 소유권이나 사용권이 있는 사무실이며, 또 하나는 ‘자본금’(개인사업자일 경우 자산평가액)이다. 종전까지는 자본금, 즉 결손금 등을 제외한 순수 자본이 일반여행업(한국인 국내외여행+외국인 국내여행)은 2억원, 국외여행업은 6000만원, 국내여행업은 3000만원씩 필요했다. 그러나 이번 법 개정으로 이 제한이 모두 절반으로 줄었다. 일반여행업은 1억원, 국외여행업은 3000만원, 국내여행업은 1500만원만 확보해도 창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문턱이 낮아진다 해서 얕잡아보고 덜컥 진입하면 패가망신하기 쉽다. 여행사 1200여곳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한국여행업협회는 2018년 기준으로 아만투어, 크리스타, 굿메이트(호텔조인), 더좋은여행, 이온누리여행사, 탑항공, 에스앤엘컴퍼니, 투어문코리아 총 8곳을 영업 피해를 극복하지 못한 ‘피해공고’ 기업으로 게시했다. 2015년(4곳), 2016년(5곳), 2017년(5곳)에 비하면 종전 대비 갑절 수준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협회에 이름이 없는 여행사까지 감안하면 2018년 한 해에 최소 500개 이상 문을 닫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픽사베이

이는 여행사 급증으로 인한 과당경쟁과 연관이 있다. 여행사 숫자는 규제 완화 이전부터 급속도로 늘고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8년 12월 14일 발표한 ‘2017년 기준 관광사업체 기초통계조사 보고서’엔 2017년 전국 관광업체 수가 1만9944개에 달한다 나와 있다. 10년 전인 2007년엔 3188개, 바로 한 해 전인 2016년엔 1만6605개였다. 업체가 매해 평균 1600~1700개씩 늘어난 셈이며, 불과 한 해 전에 비해선 3000개나 많아졌다.


반면 여행산업 규모는 여행사 숫자 증가에 비해 성장이 더딘 편이다. 물론 과거에 비해 폭발적으로 성장한 면은 있다. 그러나 여행사 증가세에 비교하자면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편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산업은 분명 유망한 분야지만, 여행사 숫자 늘어나는 기세가 산업 성장 속도를 추월해 버렸다”며 “이미 여행업계는 제 살 깎아먹고 버티는 기업이 태반인 레드오션”이라고 했다.

출처: 한국관광공사 '관광시장 동향 2018년 4월호'
여행시장 동향.

여기에 더해 외국 온라인 여행사(OTA·Online Travel Agency)까지 밀고 들어오며 여행업계는 점점 더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세종대 관광산업연구소가 2018년 상반기 해외여행자 2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외국 온라인 여행사의 항공권 예약 점유율은 27.2%에 달한다. 19%인 국내 여행사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더욱이 숙박 예약 점유율은 69.5%로 개별 예약자나 국내 여행사 예약 지분을 완전히 압도한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여행업 매출 규모 자체는 증가세지만 그 파이를 나눠먹을 여행업자가 너무 많은 상황”이라며 “뛰어들기 전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글 jobsN 문현웅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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