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실리콘밸리 수퍼스타.. 이젠 숨겨야 할게 너무 많은 그녀
테라노스 설립자 엘리자베스 홈즈의 추락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한 전직 여성 CEO의 재판에 관심이 많다. 바로 ‘세기의 사기꾼'이라 불리는 테라노스의 설립자 엘리자베스 홈즈 관련 사건이다.
엘리자베스 홈즈는 한때 실리콘밸리의 수퍼스타였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처럼 검은색 폴라티를 자주 입고 공개석상에 나서 ‘여자 잡스'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사기 행각이 드러났고 지금은 실리콘밸리 산호세 연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최근 그녀는 재판부에 여러 요구를 했다. “자신이 변호사와 나눴던 이메일을 증거로 채택하지 말아달라”, “배심원단을 고를 때 테라노스와 나에 대한 부정적 기사를 읽지 않는 사람으로 선발해라” 등이다. 이젠 숨겨야 할 게 너무 많아진 것이다.

◇수퍼스타의 몰락
엘리자베스 홈즈는 스탠포드대학 화학과에서 공부하고 싱가포르 유전자 연구소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 대학교 2학년때 학교를 중퇴하고 테라노스를 설립했다.
홈즈의 테라노스는 2012년 ‘에디슨 키트'를 발명했다고 발표하며 바이오 벤처 기업의 신화로 떠올랐다. 엘리자베스 홈즈는 에디슨 키트를 통해 한 두방울의 피로 단돈 50달러에 200여개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엘리자베스 홈즈는 스스로를 세일즈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스티브 잡스를 흉내내 검은색 폴라티 위에 흰색 실험실 가운을 입었고, 명문대 출신임을 강조했다. 갈색이던 머리를 금발로 염색했고, 모든 테라노스 광고에 직접 출연했다.
금발에 파란눈인 백인 여성 CEO의 등장에 실리콘밸리는 들썩였다. 투자자들이 몰렸고 한 때 기업가치는 90억달러(10조원)에 달했다. 2014년 경제전문지 포춘은 홈즈와 테라노스를 커버 스토리로 다뤘다. 2015년 7월엔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현 대통령)이 테라노스를 방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사기였다. 2015년 10월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폭로했다. 피 한방울로 200여가지를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은 거짓말이고, 기껏해야 10여종의 질병만 진단할 수 있었다. 그동안 테라노스와 홈즈가 보였던 실험 결과 등 상당수 자료는 조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테라노스의 임상실험연구소는 폐쇄됐고, 홈즈는 증권사기혐의로 2018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기소됐다.
홈즈 관련 재판은 실리콘밸리 산호세 소재 연방 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그동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재판이 3차례 연기됐고, 당초 오는 7월 13일 재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홈즈는 “임신을 했고, 7월 출산 예정”이라며 재판 연기를 신청했다. 지난 5월 산호세 법원에 출석한 홈즈는 배가 불러있었다. 이에 따라 홈즈 관련 재판은 8월 31일로 날짜가 연기됐다. 홈즈 측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가릴 게 너무 많아진 ‘신데렐라’
재판을 앞두고 홈즈 측은 재판부에 다양한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이를 시시각각 주목한다. ‘세기의 사기꾼' 재판이 어떻게 흘러갈지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홈즈와 테라노스 측 변호인은 지난 주 재판부에 배심원 선정 기준에 대한 황당한 요구를 했다. 홈즈 측이 배심원 선정에 쓰일 112가지 질문이 담긴 설문지를 법원에 제출했는데, 이 설문지에 하루에 뉴스를 얼마나 보는지, 블로그나 SNS에서 홈즈와 테라노스에 관한 부정적 기사를 봤는지 등의 질문이 포함됐다. “홈즈와 테라노사에 대한 부정적인 언론 보도와 글이 많기 때문에 이를 본 사람들은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이런 사람들을 배심원 선정시 배제해달라”는 것이다.

홈즈 측은 법원에 자신에게 불리한 이메일 내용도 증거로 삼지 말아달라는 요구도 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3일(현지시각) 홈즈 측이 2015년 10월 월스트리트저널이 테라노스의 사기행각을 폭로하려 할 때 이를 막기 위해 변호사와 상의한 내용도 공개하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거부했다.
엘리자베스 홈즈는 자신의 사생활이 재판과정 중 공개될 것을 우려한다고 한다. 재판부 측이 홈즈의 성공욕과 사치가 테라노스를 둘러싼 사기 행각의 주요 동기가 됐을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증거를 살펴보길 원하기 때문이다. 재판이 진행되며 홈즈가 얼마의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어떻게 사기행각을 벌였는지가 낱낱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한 때 혜성처럼 등장한 미모의 여성 백인 슈퍼스타가 어디까지 추락할지 실리콘밸리는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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