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륨감 강조한 '화장품 업계 전설'이 콕 찍은 여성 연예인은?

차현숙 글램크러시 대표
30년간 아모레퍼시픽·엘카코리아 브랜드매니저
자본금 5억원으로 화장품 브랜드 창업

글램크러시 차현숙 대표는 대한민국 1세대 뷰티 전문가다. 차 대표는 지난 30년간 국내외 굴지 뷰티 브랜드에 몸담아왔다. 올해 차 대표는 수억원대 연봉을 박차고 나와 자신만의 브랜드를 창업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화장품 사업을 하겠다는 꿈을 50대 중반에 와서 실현했다.

◇첫 직장은 아모레퍼시픽···30년 내공의 뷰티 전문가

1987년 아모레퍼시픽에 입사. 1994년 성주인터내셔널을 거쳐 1996년 세계적 화장품 기업 이엘씨에이한국(엘카코리아·ELCA KOREA)으로 이직해 30년간 근무했다. 이엘씨에이한국은 에스티 로더 컴퍼니의 한국 지사로 에스티로더·크리니크·아베다·바비브라운·맥·달팡 등의 브랜드를 한국에 유통하고 있다. 차현숙 대표는 입생로랑 마케팅 매니저·크리니크·맥·에스티로더 브랜드의 제너럴 매니저를 맡았다.


화장품 업계에서 차현숙 대표는 ‘전설’로 불린다. 2010년 엘카코리아는 차대표가 낸 아이디어·기획 상품 '이븐베러 에센스'를 출시했다. 사내에선 이 에센스를 그녀의 이름을 붙여 ‘제니 에센스’라 불렀다. 시중에 나온 안티에이징 에센스를 개선해 용기를 바꾼 제품이었다. 펌프형이 아닌 손잡이 부분을 누르면 에센스가 나오는 스포이드형이었다. 지금은 흔한 화장품 용기지만 당시만 해도 “의약품 같다”며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그렇게 출시한 안티에이징 에센스는 전 세계 화장품 시장에서 히트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출처: jobsN
글램크러시 차현숙 대표.

눈썰미도 남달랐다. 업계에선 “차 매니저가 뽑은 컬러는 다음 시즌 베스트셀러”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트렌드와 유행을 읽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주변 사람들의 인정을 받았다. 탁월한 감각으로 국내 최고 화장품 제조사에 스카웃 됐다. 2016년 코스맥스 회장의 제의를 받고 2년10개월간 전략마케팅본부장(전무)로 있었다. 2018년 9월 회사를 나와 본격적으로 화장품 브랜드 창업에 돌입했다.


◇화장품 업계 ‘전설’···자신의 이름 딴 에센스 전 세계 팔려 


“한국엔 왜 진정성 있는 뷰티 브랜드가 안 나올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국내 화장품 회사와 해외 화장품 회사는 브랜드를 바라보는 무게가 달라요. 국내 기업은 빠르게 제품을 출시하는데 주력하죠. 봄·여름·가을·겨울마다 새 상품을 출시합니다. 유행을 빠르게 좇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타 브랜드와 차별점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단점도 있죠.”  


“해외 브랜드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정확히 지킵니다. 유니크하고 트렌드를 쫓는 도전적인 성향의 맥(MAC), 커리어우먼 이미지의 시크한 콘셉트는 바비브라운. 정체성이 명확하죠. 구체적으로 뭔진 모르지만 소비자가 A와 B를 구분할 수 있다면 브랜드를 인식시키는데 성공한거라 봅니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콘셉트를 세우는데 주력해온 걸로 알아요.”

출처: jobsN, 글램크러시 제공

차현숙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화장품에 관심이 많았다거나 꾸미는 걸 좋아했던 스타일은 아니었다. 87년 연세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전형적인 ‘범생이’였다. “해외를 무대로 일해보고 싶다”는 말에 대학교수님께서 아모레퍼시픽에 추천서를 써준 것이 입사 계기였다. 마지막 직장인 제조사 코스맥스를 나올때까지 제조·마케팅·홍보·유통·교육 등 화장품 관련한 일 중 경험해보지 않은 게 없었다.


차 대표는 작년 말 ‘이제 배울 만큼 배웠다. 내 일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2019년 3월 뷰티 브랜드 글램크러시를 런칭했다. 첫 제품은 립스틱. 제품 8가지를 출시했다. 아직 성과가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 것은 아니다. 누적판매수량은 약 1700개. 매출액은 3000만원 정도다. 


◇”제품 만들 때 성분부터 용기까지 집착해” 


“창업을 하면 립스틱을 먼저 만들고 싶었어요. 색조에 자신 있었으니까요. 예전부터 제가 점치는 립스틱 색상은 그 시즌에 가장 잘 팔렸습니다. 뷰티 트렌드는 단순히 뷰티뿐만 아니라 패션·문화·사회적 현상 등을 잘 관찰해야 흐름을 읽어낼 수 있어요.” 


글램크러시 립스틱은 일상적으로 쓸 수 있는 립스틱이면서 화려함을 더한 게 특징이다. 차 대표는 “글램크러시의 이미지로는 가수 현아가 떠올라요. 현아의 당당한 화려함이 저희가 표현하려는 아름다움과 가장 가깝거든요. 입술과 눈빛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아요. 나중에 기회가 닿는다면 저희 브랜드 모델로 기용해보고 싶어요.”

출처: 현아(@hyunah_aa) 인스타그램 캡처
차현숙 대표가 꼽은 뮤즈, 가수 현아.

30년 노하우의 뷰티 전문가 차현숙 대표가 가장 ‘만만한’ 립스틱을 굳이 창업 아이템으로 삼은 이유는 무엇일까. 립스틱은 화장품 창업 중에서도 진입장벽이 낮은 제품이다. 처음 보는 브랜드라도 소비자들은 립스틱에서만큼은 과감하게 시도해보려는 성향이 있다. 차 대표는 신생 브랜드가 뛰어들어도 소비자가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제품군이 립스틱이라고 분석했다.


“글램크러시는 진정성이 브랜드 경쟁력입니다. 시중 유통 중인 립스틱 제품은 수천개에 달합니다. 그러나 제품력으로 승부수를 보는 립 제품은 없죠. 쉽게 떴다가 금세 사라지는 제품이 아니라 5년, 10년이 흘러도 살아남을 브랜드를 만들고 싶습니다.”  


◇”30년간 화장품 봐왔지만 아직도 심장 떨릴 정도로 좋아” 


“가장 애정을 쏟은 제품은 풀립스 플럼퍼예요. 볼륨감 있는 입술을 만드는 제품입니다. 요즘 입술이 두툼하게 보이도록 일부러 필러를 맞죠. 두껍고 섹시한 입술이 인기를 끌고 있어요. 글램크러시 플럼퍼를 발라주면 3분 이내로 입술이 자연스럽게 커지는 효과가 나타나요. 입술 볼륨 효과를 유지하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1~2시간 정도죠.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섬에서 나는 파라크레스 약초에서 추출한 성분을 넣은 거예요. 아크멜라 엑스트렉트(Acmella Extract)를 넣은 플럼퍼를 바르면 입술이 따뜻해지고 혈액순환을 합니다. 싸한 느낌을 동반하면서 살짝 부풀어올라요. 부작용도 전혀 없어 입술 필러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이죠.”

출처: 글램크러시 제공
립플럼퍼를 사용하기 전과 후. 외국인 인플루언서가 글램크러시 제품을 사용한 모습.

“창업 자본금은 5억원입니다. 제 지난 시간들을 전부 새긴 브랜드죠. 제 꿈은 딱 하나예요. 글램크러쉬를 여자의 로망을 실현하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는 것. 이 업계에서 일해온 지 30년째이지만 아직도 화장품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요. 보석보다도 훨씬 감격스러워요. 립스틱을 바라보면 너무 예뻐 심장이 부서지는 느낌을 받을 정도입니다. 그 감동의 순간을 담아 정성스럽게 만든 화장품입니다. 간단하게 만들어 내놓은 제품이 아니라는 것만 소비자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글 jobsN 김지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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