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이상 샤워? '결벽증'이 의심되는 신호 10

사진 : JTBC <아는형님>

정리정돈에 집착하거나 집 안의 먼지 한 톨도 허용하지 않는 사람들, 온 우주의 정신을 한데 모아 물건을 정리하는 사람들이 있다. 각 잡힌 침구류, 색깔별로 분류된 옷, 일렬대로 줄 맞춰 놓인 물건들. 틈만 나면 반복적으로 손을 씻고 남들이 쓰던 물건에 손대기 싫어하는 당신, 다른 사람이 내 물건을 만지려고만 해도 눈을 부릅뜨며 지켜보는 당신. 혹시 이런 증상을 보인다면 당신은 결벽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결벽증은 강박장애의 일종으로, 불결한 상황을 병적으로 두려워하는 상태와 태도가 습관화되어 성격 경향과 같이 되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깔끔한 상태를 추구하지만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에 따라 질병이 될 수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자신이 결벽증에 해당하는지 이 글을 통해 알아보자.


대중교통의 손잡이나 봉을
잡지 않는다

실제로 지하철 개찰구와 계단 손잡이, 만원 버스 손잡이와 잠시 몸을 기대고 서 있던 길쭉한 막대 봉엔 이미 수백 명의 손때와 세균 덩어리들이 묻어 있다. 모르면 몰랐지, 이미 알게 된 이상 세균 덩어리가 득실대는 손잡이나 봉을 절대 잡지 않는다. 그래도 손잡이나 봉을 잡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으므로 손 세정제 하나 정도는 들고 다니도록 하자. 그게 아니라면 위생장갑을 낀 채 손잡이나 봉을 잡도록 하자. 이것마저도 더럽다는 생각이 들면 대중교통은 피하는 게 좋겠다.


공중화장실 변기에 앉는 건
상상도 하기 싫다

공중화장실의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 ‘악취, 더러움, 충격’ 등 연거푸 부정적인 단어를 나열하는 사람들이 많다. 변기 밖으로 잘못 조준된 용변과 바닥에 방치된 토사물, 용변이 그대로 남아 있는 변기 안. 공중화장실 하면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다. 그래도 요즘은 공중화장실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곳이 많다. 그럼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엉덩이가 닿은 부분에 내 엉덩이가 닿을 순 없다. 휴지로 변기 커버 등을 박박 닦아도 찝찝한 건 어쩔 수 없다.


다른 사람이 내 물건에 손대면
심하게 불쾌하다

소지품에 먼지 하나 묻을까 봐 자꾸 털어 내고 물티슈 등으로 열심히 닦아 내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의 휴대폰이나 각종 소지품을 다른 사람이 손대면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먼지 한 톨이나 병균이라도 묻어 있을까 봐 열심히 닦아 내며 관리한 내 물건인데 다른 사람의 손때가 묻으면 불쾌할 뿐만 아니라 세균이 옮을까 봐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이 만진 소지품을 끊임없이 닦아 내는 강박행동을 하게 된다.

물건이 조금이라도
어질러져 있으면 견디지 못한다

결벽증이나 강박증 환자들은 물건이 조금이라도 어질러져 있거나 자신이 생각한 자리에 없으면 지나치게 불안감을 느낀다. 물건 배열 상태 역시 나란히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금세 불안해진다.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이나 과자 부스러기는 제때 치워야 직성이 풀리고, 어질러진 물건들은 대칭이나 직각이 되도록 만들어야 마음이 안정된다. 그러나 이렇게 물건을 직각으로 정렬하려면 다른 일을 못할 정도로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된다.


누군가가 먹었던 음식을 먹거나
누가 내 음식을 먹는 게 더럽고 싫다

결벽증이 있는 사람들은 국이나 음식이 가득 담긴 냄비에 모든 사람이 숟가락을 넣어 떠먹는 한국의 식사문화가 더럽고 싫다. 밥을 같이 먹고 숟가락을 부딪히며 ‘정’을 나눈다는 명목 아래 함께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깰 수 없어 억지로 식사에 참여하지만, 불안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덤으로 테이크아웃 음료를 함께 나눠 먹는 것도 꺼린다. 나만 쓸 수 있는 빨대인데 내 동의도 없이 다른 사람 입에 들어갔다면, 그 빨대는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하루 동안 손 씻는 횟수가
10번 이상이다

개인 위생을 위한 ‘깨끗한 손 씻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특히 황사나 미세먼지가 날려 이물질이 많이 묻는 계절엔 더욱 철저한 손 씻기가 요구된다. 결벽증이 있는 사람들은 계절에 상관없이 하루에 손 씻는 횟수가 10번 이상이다. 자신의 손이 병균에 오염됐고, 이로 인해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불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자주 손을 씻어서 불안을 감소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손을 너무 자주 씻으면 각질이나 습진, 접촉성 피부염 등 손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샤워를 1시간 또는 그 이상으로 한다

특별한 것 없이 땀이 조금 났을 뿐인데 몸에 더러운 병균이 묻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지나치게 자주 ‘너무 오래’ 씻으면, 이는 강박증 또는 결벽증 증상이다. 결벽증인 사람들이 몸을 씻는 행동은 일반인들과 다소 다른데, 되는 대로 씻는 것이 아니라 순서나 횟수가 정해져 있다. 지나친 경우에는 한 번 샤워할 때 샤워젤 한 통을 다 써 버리거나, 피부가 벗겨져 피가 날 때까지 문지른다는 것이다. 샤워는 기본 1시간 또는 그 이상으로 하기도 한다.


외출할 때 입었던 옷은
한 번 입고 바로 세탁한다

결벽증인 사람들은 누가 봐도 깨끗한 옷을 여러 번 세탁하거나 외출할 때 입었던 옷들은 무조건 세탁해야 직성이 풀린다. 외출하는 동안 옷에 각종 바이러스와 이물질이 묻혀져 있고, 집에 들어오면 그 이물질들이 침구류 등으로 옮겨질 것 같은 생각 때문에 얼른 옷을 세탁하지 않으면 불안감 또는 두려움이 든다. 또한 옷을 손세탁할 때 빨았다가 물로 헹구는 행동을 지나치게 반복적으로 한다면 이는 강박증 증상일 수도 있다.


지나가다 누군가와
조금이라도 스치면
불쾌하고 짜증이 난다

찐득찐득 습기 가득한 여름철에 길거리를 지나다가 옆에 지나가는 사람과 살이 조금이라도 스치면 불쾌하면서 짜증 지수가 머리끝까지 치솟는다. 일반 사람도 짜증이 나는데 결벽증 있는 사람들은 오죽할까? 특히 그 사람의 피부가 땀 때문에 끈적거리면 불쾌 지수는 더 높아진다. 결벽증 증상이 심각한 경우에는 다른 사람과 스쳤던 그 순간이 자신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자꾸 머릿속에 떠오르게 되는 강박사고로 인해 하루 종일 불안감에 시달린다.


자신과 반대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부럽다

불안하고 불쾌하며 찜찜한 생각들은 결국 정리에 대한 집착, 청결에 대한 집착 등으로 이어진다. 결벽증과 같은 강박증세를 보이는 사람들 스스로도 행동이 ‘지나치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다. 대중교통 손잡이를 맨손으로 잡았다고 해서 치명적인 질병에 걸릴 가능성은 없다는 것을 알지만, 자신의 행동이 제어가 안 되고 불안감만 커 가는 것이다. 이에 자신과 반대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느낄 수도 있다. 증세가 지나치게 심각한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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